태어나서 한 번도 머리를 자르지 않은
장발의 바다에게 시련이 왔다.
아빠 큰산이 자꾸 머리를 자르자고 하는 것이다.
“바다야, 아빠처럼 짧게 자르자.
머리가 짧으면 감기도 편하고 얼마나 좋은데.
아빠는 짧은 머리가 예쁘더라.”
내가 관절염 때문에 손목이 아파서 바다 머리를 감겨주지 못 할 때는
큰산이 바다 머리를 감기고, 말리고, 빗기고, 묶어주기 때문에
사실 큰산 입장에서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거의 1년 넘게 이 이야기를 계속 할 만큼.
그런데 어느 날,
바다와 미래의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대뜸
“나는 남자 친구 안 만날거야.
나한테 머리 자르라고 할거잖아.”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제서야 바다가 머리 자르자고 하는 말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이야기를 큰산에게 전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을 하던 큰산은
다음날 아침에 바다를 불러 차분히 말했다.
“바다야, 아빠는 이제 바다가 머리 기르고 싶다고 하면
절대 자르라고 하지 않을 거야.
나중에 바다 남자친구도 머리 자르라는 말 안 할 거니까 걱정마, 알았지?”
바다는 흥분한 목소리로
“고마워! 땡큐!”라고 대답하고는
그 날 만나는 사람들에게
“아빠가 이제 머리 자르라고 안 한 대요.
바다 긴 머리 좋대요.”하고 자랑하면서 다녔다.
바다가 바다의 아름다운 긴 머리를
자유롭게 즐기고 사랑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나도 더 행복한 마음으로 바다의 긴 머리를 만져줘야겠다.
바다야, 우리 이제 더 신나게 머리카락의 향연을 즐겨보자!
하늘이랑 나도 곧 장발팀에 합류할테니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