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래간만에 바다가 아빠 목마를 탔다.
서울에서 돌아온 큰산이 하늘이를 안아준 후에
두 팔을 크게 벌리고 “바다야!” 하고 불러 힘차게 안아주자
기세가 등등해져서
요즘 계속 동생 차지였던 아빠 목을 정말 오래간만에 차지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바다는 많이 졸렸는데도
평소처럼 울지 않고 밥을 맛있게 먹고 씩씩하게 씻고
행복하게 웃으며 잠들었다.”
-2017. 6. 22 일기
바다가 세 살,
세상에 태어난지 2년이 되고 말을 막 하기 시작했을 때
동생 하늘이가 태어났다.
작은 손으로 하늘이 기저귀도 갈아주고
장난감 전화를 동생 귀에 대주며 전화 받는 것도 알려주고
엄마가 동생을 재울 때 방에서 혼자 기다리다가 무섭다고 울기도 하고
동생이 우는 소리에 귀를 막으며 시끄럽다고 화내기도 하고
동생에게 많은 장난감과 엄마의 품과 시간을 양보하면서 자랐다.
이제 하늘이가 막 말을 하기 시작하고
걷고 뛰고 숨바꼭질을 같이 할 수 있게 되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깔깔거리며 뛰어 놀기도 하지만
비슷한 시간을 서로 싸우고 울며 보내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 동생이 먼저 잠들었을 때는
살짝 방에 들어가 동생 볼에 뽀뽀를 하고
동생이 아끼는 작은 이불을 펴서 조심스럽게 덮어준 다음
동생이 아끼는 곰 인형을 옆에 눕혀주고 나오면서
“음, 하늘이 정말 귀여워.” 라고 말한다.
장녀로 커서 첫 째의 노고를 잘 아는 나의 한 친구는
네가 둘째라서 바다 마음을 잘 모를거야.
라고 하는데
친구의 말대로 첫째의 삶에 대한 경험치는 없지만
나는 바다를 아주 유심히 본다.
그래서 바다가 동생을 아빠한테 양보하고 나한테 더욱 가까이 오는 것도 보이고
그렇게 양보했던 아빠가 자길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사랑한다고 말하자
온 몸을 떨며 좋아하는 바다도 보인다.
그 한 순간으로 바다의 오랜 짜증이 씻겨나가는 것도 보이고.
더 잘 해주고 싶다.
바다에게.
양보하는 설움이 쌓이지 않게
동생을 챙겨야하는 수고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더 잘 보고 더 잘 알아주고
사랑으로 그 애씀들을 녹여주고 싶다.
바다에게 흘러 들어간 사랑이
하늘이에게 흘러 들어가고
큰산에게 흘러 들어가고
결국 나에게 돌아오겠지.
그렇게 가족의 원 안에 사랑이 연결되어 흐르겠구나.
사랑할 수 있는
더 사랑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