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가 다쳤다.
보송보송한 머리카락 사이로 검붉은 선이 그어졌다.
유모차가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떨어져서 머리를 시멘트 바닥에 찍고 만 것이다.
잠시 큰산에게 맡기고 집에 올라온 사이 일어난 일인데
부엌 창문에서 그 장면을 목격했을 때는
큰산이 넘어진 유모차에서 찌르는 듯한 소리로 울고 있는 하늘이를 안아 올리고 있었다.
“여보!!!!!"
나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큰산을 불렀다.
내가 집에 올라오기 전에 유모차에 탄 하늘이가 몸을 움직여서 위로 올라가고 있는 걸 봤지만
별 다른 조치 없이 그냥 맡기고 온 내 잘못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무조건 화가 났다.
큰산이 아이를 살펴보고는 “어, 많이 다쳤다.” 하며 집으로 안고 올라올 때
내 마음은 쪼그라들고 있었다. 하아! 머리에 피!
“아, 정말!!!!”
큰산에 대한 원망이 점점 커져서 나의 온 몸을 채웠다.
흙을 씻어내고 지혈을 하는데 이 부드러운 살이 찢어진 고통이 나에게 전해져 신음을 하며 안고 있었다.
하늘이의 상처를 보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다.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이 두개골이 함몰 된 곳은 없는지 상처 주위를 엄지손가락으로 꾹 꾹 눌러봤는데 하늘이는 또 다시 크게 울었다.
다행히 크게 다친 것은 아니어서 바르는 약을 처방받아서 왔고 큰산에 대한 원망도 조금 사그라졌다.
하루에도 여러 번 하늘이의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발라주고 그 때 마다 우는 하늘이를 달래주었다.
목욕을 시킬 때 마다 물이 닿지 않게 조심하고 자면서 약이 이불에 다 닦이지 않는지
유심히 바라보며 재웠다.
아이들의 상처.
상처를 바라보는 내 마음.
참 힘들다.
나로 인한 상처는 더더욱 아프다. 몸에 생긴 상처는 물론 마음에 생긴 상처도.
인간인 이상 이 아이들도 수많은 상처를 받으며 클 텐데 그 때 마다 내가 그걸 봐야 한다는 게
정말이지 무섭다.
내 상처를 잘 들여다보는 것이 우선이겠지. 그 상처를 껴안는 것이 먼저겠지.
아이들의 상처를 잘 보기 위해 내 상처를 들여다보고 껴안을 작정까지 하게 되다니.
엄마가 강한 것은 순전히 아이가 그렇게 만들어주기 때문이구나. 아이 덕분이구나.
그래, 네들 덕 좀 보자.
네들 덕에 나는 아마 철인이 될 것 같다.
고맙다, 이 녀석들아!
2015.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