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아내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뱃속 아기가 커서 아내의 내장 구조를 재배치하는 모양이다. 예전엔 뱃속 아기가 움직이면 그냥 신기해 하는 정도였다. 이제는 놀란 나머지 움찔움찔하다가, 종종 왼쪽 갈비뼈를 붙잡고 아야야~ 어구구~ 하기도 한다.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럽다.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펭귄같다.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한데, 몸이 무거워보이니 보는 이도 불안하다.

팔다리도 엄청 부어올랐다. 임신 후반기에 들면서부터는 꾸준히 부었다. 임신 중독 가능성을 염려했으나 다행히 아니란다. 아기가 커서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게 원인이란다. 손가락, 팔뚝, 팔목, 허벅지, 종아리, 종아리… 뼈마다 마디마다 그 둘레가 임신 전보다 족히 두 배는 된 듯하다. 두어달 전에는 아내 왼손 약지의 청혼 반지를 내 손으로 직접 끊어냈다. 이미 그때부터 손발이 붓기 시작해 반지가 도저히 빠지지가 않아서였다. 신발도 맞지 않아 하얀색 고무재질 신(결국 고무신)을 새로 샀다. 임신 전엔 "킬힐은 포기할 수 없어"라던 사람이었다. 요즘 아내는 종종 스스로 손을 보며 "이게 뭐야", 발을 보며 "코끼리 다리같다"며 시무룩해진다.

임신의 신비와 기쁨은 남편과 공유하기 쉽다. 겨우 형체만 알듯말듯한 초음파 사진을 보며 누구를 닮았는지 옥신각신하고,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배 위로 툭툭 튀어나오는 아기의 손발을 보면서 웃음꽃을 피우면 된다. 아기 옷을 준비하면서 이것저것 비교하고 고르는 과정은 재미있기까지 하다.

mariah-carey-weight-loss-pic.jpg 하지만 몸매가 망가진다는 속상함, 예전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함께하기 힘든 감정이다. 산모는 진작부터 이를 느낀다. 임신 11주 입덧이 절정에 올랐던 지난해 11월 초 우리 부부는 겨울맞이 옷장정리를 하고 있었다. 가을옷을 차곡차곡 개켜서 집어넣던 아내는 "이제 이 옷들 입을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라고 운을 뗐다. "이제 아줌마인데 싶어서…. 요즘 길거리에서 어린 애들이 예쁘게 꾸미고 나온 것 보면, 이제 '참 예쁘다' 하는 생각도 해. 그런 생각 처음 해봐, 나."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나는 참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남편은 임신의 원인을 제공할 뿐, 그 후속과정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참 없는 존재다. 지난해 아빠가 된 한 친구 얘기를 들어보니, 출산에 즈음해서 '출산교육'이란 걸 받았는데 배에 12㎏짜리 추를 붙이고 돌아다니도록 했다 한다. 일종의 임신 체험인 셈이다. 10분 동안 앉았다 일어났다 누웠다 걸었다 시키는대로 했던 친구의 소감은 "미안하더라. 움직이는 것도 얼마나 힘들까 생각이 들더라"였다. 대개의 남자들은 그 정도 체험을 통해서야 비로서 미루어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신생아 몸무게는 많아야 4㎏밖에 안 되지만, 양수와 체중증가분을 합치면 그 정도 된다는 것마저도 그제야 안다. 그래서 어쩌면, 임신은 외로운 싸움인지도 모른다. 남편으로선 스스로 할 일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일상이 힘들어진 아내는 입버릇처럼 빨리 낳고 싶다고 말한다. 엎드려서 하는 걸레질이나 계단 오르기 같은 운동이 출산에 좋다고 하니, 산달이 된 임산부들은 이른바 '분노의 걸레질'이나 '분노의 계단오르기' 등을 통해 출산을 재촉한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말부터는 아침마다 '오늘 나오려나' 기대하고, 저녁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다 달을 넘겼다. 이제 아기는 4월생이 될 기회는 놓쳤고, 6월까지는 안 갈 것 같고, 아마도 5월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어른들은 "낳아봐라. 안에 있을 때가 편한거다"라고 하신다. 실제 집 근처 빵가게 아줌마네 따님은, 출산 일주일 만에 아이를 어쩔 줄 몰라하며 "엄마, 얘 다시 뱃속에 집어넣고 싶어"라고 했다 한다. 어쩌나. 남편은 아이가 나오고 나서야 뭐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건데, 도대체 그 상황은 어떻길래.

지금 당장은 미지생언지양(未知生焉知養), 곧 '낳지도 않았는데 키우는 것을 어찌 알리오' 하고 생각하고, 아내의 외침에 나도 동참한다. "아가야, 방 빼라~."

 

** 사진 설명 : 2011년 11월9일 <US위클리>지 표지 "내 몸을 되찾았어요!". 머라이어 캐리는 지난해 4월 쌍둥이를 출산하고 석달 뒤부터 석달 동안 꾸준한 식사조절 및 운동을 통해 30파운드(약 13.6kg) 감량에 성공했다. "임신은 가장 큰 축복이었지만, 움직일 수 없어 내 몸 안에 갇힌 느낌이었다. 내가 얼마나 내 몸을 되찾기 위해 운동했는지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도 화이팅!

** 이 글은 지난 2010년 첫 아이 출산을 며칠 앞두고 개인블로그 '소년적 호기심'(blog.hani.co.kr/oscar)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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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기자
아이 둘의 아빠인 <한겨레21> 기자. 21세기 인류에게 육아는 남녀 공통의 과제라고 믿는다. 육아휴직 등으로 나름 노력해봤지만 역시 혼자 가능한 일은 아니며,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걸 어렴풋하나마 알게 됐다.
이메일 : oscar@hani.co.kr      
블로그 : http://plug.hani.co.kr/os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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