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9790d37738042a7df5b7242254eed40.




산모는 환자가 아닌 아이를 낳을 여자일뿐




금식·관장·제모·회음절개·마취 필요 없어




 




첫 아이를 산부인과가 아닌 조산원에서 낳겠다고 했더니 주위에서 걱정이 대단했다.




정기 검진을 하느라 다니던 병원에서는 원무과장까지 전화를 해서 나를 설득했었다. ‘가족분만도 가능하고 남편이 탯줄을 잘라줄 수도 있고, 음악도 틀고, 조명도 낮추고, 산모가 원하는 모든 서비스들이 가능한데 왜 무모한 선택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맞다. 좋은 산부인과에 가면 예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다양한 출산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고, 출산과 산후조리까지 한 번에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도 있다. 그러나 병원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내게 중요한 것은 병원이 ‘산모에게 어떤 것을 해주느냐가 아니라, 어떤 것들을 하지 않느냐’이기 때문이다.




일반 산부인과에서 거의 대부분의 산모들에게 하는 것들을 조산원에서는 안 한다. 회음절개, 마취, 관장, 면도, 링거, 태아 감시 장치, 제왕절개, 하다못해 침대도 사용하지 않는다. 조산원에서 산모는 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은 모든 산모를 ‘환자’로 간주한다. 그래서 환자와 똑같이 취급한다. 침대에 누워 링거를 꽂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으며, 언제든 수술이 가능하도록 모든 처치를 다 받아야 한다. 많은 산모들이 이런 대우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렇지만 정말 당연할까?




산모는 환자일까?




다만 아이를 낳을 여자일 뿐이다. 환자에게는 의학적 처치가 필요하지만 아이를 낳을 여자에게는 숙련된 산파와 편안한 장소, 산모를 격려하고 안심시킬 수 있는 부드럽고 자연스런 도움만이 필요할 뿐이다.




 첫 아이를 조산원에서 낳기로 하고 자연스런 출산을 위한 공부를 하는 동안 나는, 많은 산모들이 태교와 출산 준비물 등에는 엄청난 관심과 시간을 들이면서 정작 자신이 겪을 ‘출산’ 자체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출산과 분만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들이 산모와 태아에게 의미 있고 중요한 일들인지 알려고 하는 산모는 의외로 적었다.




대부분의 산모들이 ‘출산’은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므로 병원에서 다 알아서 해 줄 거라고 믿고 있었고, 산모 자신은 그 외의 일들만 신경쓰면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산모들은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출산과정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아프고, 불편하고, 불쾌하더라도 당연하고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병원은 수익 위해 빠른 분만에 초점




산부인과는 특히 그렇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현실에서 병상의 회전마저 더디면 병원은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따라서 모든 산부인과에서는 분만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모든 조치들이 취해진다. 출산에 동반되는 대부분의 조치들은 산모를 위해서라고 얘기하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신속하게 분만을 끝내기 위해서 취해진다.




여자의 질은 정말 태아를 낳을 만큼 충분히 벌어지지 않기 때문인가? 아니다. 산모를 자연스럽게 두고 마음대로 편안한 자세를 취하며 진통을 하게 하면 대부분의 산모들은 아무런 절개를 하지 않아도 상처 없이 태아를 분만한다. 다만 산모의 몸이 충분히 이완될 만큼의 진통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산업화된 병원에서는 각각의 산모에게 이런 진통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병원이 원하는 것은 빨리 진통을 끝내고 빨리 분만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회음을 절개하면 의료진들이 태아를 끌어내기가 한결 쉬워진다. 당연히 분만 시간이 단축된다. 회음을 절개하는 것이 출산을 순조롭게 한다고 병원에서는 얘기하지만 인위적으로 절개된 피부는 아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이후의 부부생활에 적지 않은 문제들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조산원에서는 회음절개를 하지 않는다




할 필요가 없다. 조산원에서는 결코 태아를 빨리 빼내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마다 나오는 시간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고 기다리기 때문이다. 드물게 회음이 손상되는 경우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찢어진 피부는 회복도 빠르고 부작용이 적다.




‘촉진제’를 안 쓴다




분만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병원에서는 자연스런 진통조차 촉진제를 써서 시간을 앞당긴다. 촉진제는 매우 강력한 화학 약물이다. 산모의 몸은 태아를 분만하기 위해 ‘옥시토신’이라는 출산 호르몬을 만들어 낸다. 촉진제는 인공 호르몬이다. 산모의 몸에서 만들어진 호르몬은 출산의 모든 과정을 산모가 견디어낼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돕지만 촉진제는 분만 과정을 일부러 빨리 진행시킨다. 당연히 산모들이 겪는 심리적 육체적 고통과 불쾌감이 크다.




촉진제가 산모의 몸과 정신, 그리고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독한 약물에 취해 있다면 그 아이의 육체적·심리적 건강에 결코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출산은 결코 ‘촉진되어야 하는’ 과정이 아니다. 모든 산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누려야 한다. 이 과정이 결코 약물에 오염되어서는 안 된다.




수술을 위한 처치들을 하지 않는다




관장을 하고 면도를 하고 금식을 하고 링거를 꽂는 것은 환자들이 수술을 받기위해 받아야 하는 예비 처치들이다.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모든 산모들에게 이런 처치를 받게 한다. 잠재적 수술 환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산모들까지 물 한모금 맘대로 못 먹으며 고통스럽게 진통을 하고 출산을 한다. 조산원에서는 이런 과정들이 없다. 산모들이 느끼는 갈증이나 허기는 자연스런 욕구로 받아들여진다. 인위적인 어떤 처치들도 가해지지 않는다. 이런 차이가 산모에게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크다. 사소한 욕구들이 존중받고 받아들여지는 환경이라면 분만도 훨씬 더 편하게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침대를 쓰지 않는다




침대란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다. 따라서 침대는 의료진들이 의료적 개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산모가 침대에 누운 순간부터 산모는 환자로 간주된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산모를 순식간에 무력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산모는 자신의 내면에 가지고 있는 자연스런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진통은 더 힘들어지고, 출산에 대한 공포는 커져만 간다. 자연분만을 결심한 산모라도 침대에 누워 힘들게 진통을 하다보면 쉽게 수술을 해달라고 간청하게 된다.




조산원은 산모를 마음대로 움직이게 한다. 산모들마다 자신들이 편한 진통의 자세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진통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대부분의 산모들이 쉽게 아이를 낳는다. 병원에서의 출산이 어렵고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진통의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엎드려서 진통을 하는 것이 편한 산모가 있고, 서서 진통하는 것이 좋은 산모가 있다. 진통의 자세와 시간은 산모마다 다 다르다. 이런 다양성과 개별성이 병원에서는 결코 인정 되지 않는다. 병원은 산모가 중심이 아니라 의료진들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거대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신생아실이 없다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는 낳는 그 순간부터 엄마 곁에 있게 된다. 조산원을 나올 때 까지 엄마와 아이는 내내 같이 지낸다. 병원에서는 왜 신생아실을 운영할까. 효율성 때문이 아닐까? 신생아들을 한꺼번에 모아 놓아야 관리하는 인력도 적게 들고 산모들의 입원실도 더 확보할 수 있다. 결코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일이 아니다. 아이는 엄마 곁에 있어야 한다. 이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젖을 물리고 서로 눈을 마주쳐야 엄마와 아이사이에 자연스럽게 애착이 생겨난다. 애착이 강하게 자리 잡으면 이후의 육아도 편하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지내며 수시로 젖을 물려야 모유수유도 잘 이루어진다. 생의 첫 시간, 첫 날들을 엄마와 같이 지내야 아이도 엄마도 서로에게 편하게 길들게 되는 것이다. 현대 산업화된 병원은 아이와 엄마 사이를 더 어렵고 멀어지게 한다.




 물론 반드시 병원이 필요한 산모들도 있다




그러나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산모들은 특별한 의료적 개입 없이도 스스로의 힘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출산이 산모와 태아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한다. 행복한 첫 출산은 둘째와 셋째까지도 결심할 수 있게 한다.  내가 그랬다. 첫 아이를 낳았던 경험이 너무나 좋았고 감동스러웠기에 둘째는 집에서 낳을 결심을 할 수 있었고, 늦은 나이에 셋째 아이까지 낳도록 나를 이끌었다.




산모와 태아에게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조산원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은 수없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산모 개인의 감정과 상태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것이다.  조산원 출산에서는 산모와 태아가 중심이다. 조산사들은 말 그대로 조력자들일 뿐이다. 그들은 세심하게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살펴가며 분만을 진행한다. 의료적 개입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산모와 태아가 가지고 있는 힘과 능력으로 분만이 이루어지도록 이끌어 간다.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방법




아이는 병원에서만 낳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출산 방법을 얘기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사회라야 진정으로 모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당신이 아이를 낳을 여자라면 태교와 출산준비물을 챙기기 이전에 어떤 분만이 더 안전하고행복하며 자연스러운지를 찾아보기를 바란다. 당신의 가치관과 철학과 감정을 존중받을 수 있는 분만이야말로 당신과 당신의 아이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




산모와 태아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당당하게 주장하자.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찾고, 알아보고, 선택해야 한다. 그런 산모들이 많아져야 사회가 건강해지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늘어나야 우리의 미래가 밝아진다.




 (다음 회에는 조산원에서 낳은 첫 아이의 출산기를 중심으로 조산원에서 아이 낳는 일을 더 자세하게 풀어볼 생각이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태그
첨부
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16817/eed/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수
12 [김미영 기자의 공주들이 사는 법] 이번 주말 ‘베이비페어’ 참관, 어때요? imagefile 김미영 2010-08-20 19924
11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둘째 출산준비, 지갑이 ‘흐흐’ imagefile 양선아 2010-08-11 27048
10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엄마가 되어 ‘엄마’를 다시 만나다 imagefile 신순화 2010-07-12 24613
9 [김은형 기자의 내가 니 엄마다] 단추와 구멍의 비극, 옷 사면 진다 imagefile 김은형 2010-07-06 18800
8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동생 출산 함께 한 다섯살 아이 imagefile 신순화 2010-06-21 34510
7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남편과 함께 한 조산원 출산기 imagefile 신순화 2010-06-14 26628
»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병원은 환자 취급, 조산원은 사람 대접 imagefile 신순화 2010-06-07 28389
5 [김은형 기자의 내가 니 엄마다] 임신의 꽃은...쇼핑? imagefile 김은형 2010-05-22 33311
4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글을 열며... imagefile 신순화 2010-04-23 38742
3 [김은형 기자의 내가 니 엄마다] 글로 모유수유를 배웠습니다 imagefile 김은형 2010-04-21 28397
2 [김은형 기자의 내가 니 엄마다] 이래서 우리는 모두 같은 동물이구나 imagefile 김은형 2010-04-21 21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