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룸 15.jpg

 

막내 이룸이는 2010년 1월에 태어났으니까 지금 29개월에 접어든 아이다.
말도 잘 하고, 애교도 많고,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깜찍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룸이가 내 젖을 먹기 시작하면 사방에서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난리들이다.

 

'어머, 아직도 젖을 먹어?'
'세상에.. 세살인데도 아직 젖을 먹어?'
'아직까지 젖이 나오니??'
'왜 아직까지 젖을 먹여?' 등등..

.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도 젖은 잘 나오고, 이룸이가 젖 먹는 걸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
먹이고 있다. 아이는 젖을 좋아하고, 엄마는 젖이 잘 나오는데 먹이는게 왜 문제가 될까?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다.

 

결혼 10년간 세 아이 젖 먹여 키우면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많았다.
분유먹는 아이들은 아무때나 아무곳에서나 분유병을 빨아도 뭐라 안 하는데, 젖 먹이는 아이는
꼭 수유실을 찾아 헤매야 하고, 마땅한 장소가 없으면 아무곳이나 엉덩이 붙이고 젖을 물리는데
그걸 불쾌하고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젖 주는 내가 괜찮은데 보는 사람들이 나를
탓하는 시선을 던지는 것은 참기 어려웠다. 공공장소에서 젖먹이는 것을 미개하다고 여기는 눈치
였다. 그렇다고 내가 정말 가슴을 훌러덩 내보이며 먹이는 것도 아니고 요령껏 옷으로 가리고
아이 입에 젖을 물리는데도 왜 그렇게 신경을 쓰는지 말이다. 그래도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젖 먹이는 엄마라고 칭찬도 하시고 격려도 하시는데 유독 젊은 여자들이 노골적으로 불쾌해 하는
경우를 많이 겪었다.
젖을 먹건 분유를 먹건 배고픈 아이를 먹이는 일은 똑 같은데 왜 이렇게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하나.
그렇다면 젖 먹는 아이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수유실을 못 찾으면 쫄쫄 굶어야 하냐 말이다.
나는 어디서건 당당하게 젖을 물렸다. 그때 나의 젖가슴을 모성이 아닌 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건 그 사람 탓이지 내 잘못일리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젖 떼는 시기에 대해서 너무나 말들이 많았다.
유니세프에서도 2년을 권장하는데 돐만 지나면 젖 떼라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이가 나면 깨문다느니, 밥을 잘 안 먹는다느니, 버릇이 나빠진다느니, 이가 썩는다느니..
이유도 아주 다양했다.
다시 한 번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가 날때 깨물기도 하지만 따끔하게 주의를 주고 젖꼭지를 빼었다가
다시 주는 식으로 길들이면 큰 문제 없었다. 젖 물리는 동안 이유식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밥을 잘 안먹는 아이는 없었고, 젖을 오래 먹여 버릇이 나빠진다는 말은 무슨 이야기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젖 일찍 떼고 짜증이 늘고 간식을 일찍 시작해서 과자나 사탕을 달고 사는
아이들을 더 많이 봐서 어느 쪽이 아이들 버릇을 더 나쁘게 하는지 헷갈릴 정도다.

치아 우식증에 대해서도 원인이 꼭 수유라고 보지 않는다. 세 아이 모두 (막내는 지금까지)
밤 중 수유를 오래 했지만 이가 상한 아이는 없었다. 젖을 먹이면서 다른 간식을 했거나
유전적으로 잘 썩는 이를 가지고 태어났거나 다른 이유도 많을 거라고 본다.

첫 아이 23개월, 둘째 아이 27개월, 막내는 29개월째 젖을 먹이면서 얻은 것은 젖을 오래 먹여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젖을 오래 먹이는 동안 군것질에 일찍 노출이 되지 않았다. 언제나 원할때마다 원하는
만큼 먹였더니 세 아이 다 짜증이 없었다. 무엇보다 엄마와 애착이 아주 강하다. 아플때도
수월했다. 감기나 장염이건 열이 나건 심지어 목이 붓고 아구창이 와도 아이들은 젖을 거부하는
일이 없었다. 세 아이 다 심한 장염에도 병원에 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설사와 구토를 며칠씩
해도 젖은 내내 빨아댔기 때문에 탈수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막내도 몸이 조금만 아프면 밥을 거부하고 젖만 먹는다. 아파서 입맛 없다고 염려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아플때는 다른 음식은 끊고 젖만 먹는 것이 회복이 빨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와 아주 깊은 스킨쉽을 오래 오래 나눌 수 있다.
그 어떤 스킨쉽도 젖을 먹고 먹이는 일만큼 오랜 시간 유지되거나 깊을 수 없다.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것도 5분 10분 할 수 없지만 젖은 다르다. 개월수가 높을 수록
젖을 먹고 먹이는 동안 나누는 교감도 아주 풍부해진다. 얘기하면서 젖을 먹기도 하고
묻고 대답하며 웃으며 젖을 먹는다. 힘들때는 빨리 먹어 달라는 부탁도 통하고, 조금만 먹고
밥 먹자고 하면 정말 그렇게 한다. 밥을 그득하게 먹고도 꼭 젖을 빠는 이룸이를 보면 젖은
물리적인 허기가 아닌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이의 지능과 감정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양육자와 깊은 피부 접촉이라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속속 밝혀지고 있다. '피부는 제 2의 뇌'라고 할만큼 다양한 정보전달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아이를 품에서 일찍 떼어내고 온갖 교구와 프로그램으로 지능과 감성을 키우는 일에
골몰하기 보다 차라리 더 오래 품에 품고 깊은 접촉을 나누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
당신이 일 하는 엄마가 아니라면 젖을 빨리 떼려고 애쓰지말고 조금 더 오래 먹이면서
아이와 젖을 통해 깊은 교감을 나누는 일에 더 마음을 쓰라고 말하고 싶다.

일찍 젖을 떼고 마음의 허기를 달콤한 군것질과 스마트폰, 만화나 게임으로 채우게 하는 것이
우리가 걱정해야 할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이룸이는 밥도 잘 먹는다. 그렇지만 여전히 젖을 좋아한다. 밥을 배불리 먹으면 젖을 찾는
횟수가 줄긴 하지만 속상할때, 화 났을때, 무섭거나 고단할때 변함없이 내 품을 파고든다.
이렇게 아주 서서히 서서히 젖 먹는 횟수가 줄어들다보면 어느날엔 미련없이 젖과 인사할
날이 올 것이다.
첫제 아이는 둘째를 빨리 가질 욕심으로 젖을 끊었고, 둘째는 셋깨가 들어서는 바람에 젖을
떼었지만 막내만큼은 스스로 그만둘때까지 젖을 먹일 생각이다.

과자도 사탕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밥도 잘 먹지만 여전히 젖을 사랑하는 막내와 오래 오래
더 많이 끌어안고 살을 부벼가며 찐하고 깊은 정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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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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