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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곱살, 열살 두 딸이 다니는 학교를 매일 오는 엄마다.

애들하고 학교까지 25분 정도 걸어와서 두 아이가 각각 교실로 들어가면

나는 도서관으로 향한다.

다 읽은 책을 반납하고 새로 만날 재미난 책들을 기대하며 책장앞을 서성이는

시간은 정말 행복하다.

도서관에서 수업이 없으면 그대로 앉아 한시간쯤 정신없이 책에 빠져있곤 한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둔대초등학교 도서관은 큰 아이가 1학년일때부터 드나들었던 곳이니까

벌써 7년째다. 그 사이 어리던 여동생들이 입학을 했고, 일곱살 막내까지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

참 좋은 것은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큰 아이 입학할때부터 계시던 분이라는 거다.

둘째가 네살, 막내가 한살때부터 봐 오던 분이라서 아이들과도 아주 친하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서 선생님과 세 아이를 통해 7년째 이어지는 인연으로

도서관은 내게 두번째 서재같이 편하고 친근한 곳이 되었다.

 

마을에 큰 도서관도 있지만 학교 도서관이 좋은 이유는 내 아이의 학교생활과

직접 닿아 있어서다. 책 읽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학교 교육과정으로 인해

아이들도 도서관을 거의 매일 찾는데 사서 선생님은 책을 대출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성향도 파악하고 계셔서, 그 아이에게 맞는 책도

권해주시고, 책을 반납할때는 줄거리며 느낌들을 물어도 보시며 책 이야기를

나눠주신다. 이런 저런 다양한 독후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책 읽을 수 있는 길들을 안내해주시는 점도 늘 고맙다.

 

둔대도서관3.jpg

 

학교 도서관이 또 한가지 좋은 이유는 책이 적당하게 소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을도서관처럼 장서는 아니지만 유치원에서부터 초등, 중등 과정 아이들에게

좋은 책들은 잘 구비되어 있다. 어른들 책은 유명 작가의 대표작들 위주로 구비

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한 책장의 모든 책들을 읽어치울 수도 있다.

전문적인 관심사에 대한 책은 없지만 그런 책이야 마을 도서관을 이용하면 된다.

7년째 찾고 있지만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지 못한 날이 없다.

어린시절에 좋아했던 책들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도 크다.

내가 읽고 재미난 책들을 아이들에게 빌려 보라고 권할 수도 있다.

내 아이의 책 읽기에 대해서 언제든 사서 선생님과  폭 넓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점도 물론 멋지다.

 

이렇게 좋은점이 많은데도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부모들은 정말 적다.

학교는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라는 생각이 커서일 것이다. 그다지 크지도 않은

도서관을 어른들까지 복잡하게 이용할 필요가 뭐 있나 생각할 수 도 있다.

책을 빌리려면 마을 도서관을 이용하지... 하는 생각도 클 것이다.

그런데 정말 큰 이유는 한가지다. 책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겐 독서를 강조하면서 스스로는 책을 읽지 않는다.

드라마는 열심히 챙겨보면서 좋은 책은 챙겨 읽지 않는다.

학교에 아이들을 데리러 온 엄마들이 운동장 벤취에 모여서 수다를 떨어도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기껏 나눠봐야 아이들 권장도서

목록을 주고받는게 대부분이다. 참 아쉽다.

 

맞벌이에 살림에 지치고 고단해서 책 읽을 시간이 없는 부모들도 물론 많다.

독서도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란 말도 틀리지는 않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 일상에 책이 들어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책 읽을 시간을 마련한다.

나도 제일 육아가 고달팠을때 제일 허기지게 책을 읽었다. 젖물리며 눈으로

몇줄씩 읽는 책들이 그렇게 귀할 수 없었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엄마라면 아이들과 학교 도서관을 이용해보기를 권한다.

서로 각자의 책을 고르고, 그 책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부모 자녀 사이의

관계도 더 깊어진다. 고학년이 되면 엄마와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할 수 도

있다. 책을 반납하고 대출하는 것을 아이에게 부탁해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된다. 아이와 부모를 모두 잘 아는 사서 선생님이 계시면 책 읽기가 더 좋아진다.

 

둔대도서관.jpg

 

오늘은 네권을 반납하고 다섯권을 빌려왔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 처음 몇장을 읽었는데 홀딱 반했다.

수학이나 공식이라면 자다가 악몽을 꿀 정도로 지긋지긋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약수'나 '루트', '우애수'같은 개념들이 얼마나 멋지게 다가오는지

처음으로 느끼면서 빠져들고 있다. 한창 루트를 배우고 있는 아들에게

권해줘도 좋아할 것 같다.

 

등교한 후부터 수업 시작 하기까지 학교 도서관의 그 왁자한 분위기는

늘 나를 설레게 한다.

자주 그 안에서 내 아이를 만나기도 한다.

수업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다 교실로 들어가서 한순간에 조용해지는 그 순간도

멋지다.

늘 앉아서 읽는 내 자리라고 정해놓은 의자도 있다. 그 의자에 앉아서

잠깐씩 책에 빠져드는 시간의 행복을 매일 누리고 있다.

막내가 일곱살이니까 이사를 가지 않는 한 이 공간을 이용할 날들이 아직

6년이나 더 남아 있다. 야금 야금 이 공간의 모든 책들을 읽어 치울까 하는

즐거운 공상도 해본다.

 

"윤정 어머님.. 따뜻한 커피 한잔 드릴까요?"

 

사랑방처럼 편해진 공간에서 오랜 시간 친해진 사서 선생님의 친절과

늘 새로운 책의 만찬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니 학교 도서관은

내가 사랑하는 두번째 서재다.

아담하고 편안한  그 서재에서 오늘도 배부르게 책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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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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