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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규네는 좋겠어. 비오면 통유리창에 앉아 커피 한 잔 하면 정말 끝내주겠다.”

고 말하는 사람들, 많다.

사람들은 내가 마당 넓은 집에서 이쁜 세 아이들과 잘 생긴 개 한 마리와 전원의 낭만을 즐기며

근사하게 사는 줄 안다. 물론 통유리창에 앉아 커피 한 잔 할 때도 있고, 아이들과 마당을

뛰며 재미나게 놀 때도 있지만 그런 낭만만 있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6월이 들어서면서부터 우리집은 개미들과의 전쟁 중 이다.

자그마한 개미들이 방 바닥을 돌아다니느거야 익히 알고 있었고, 그 정도야 마당 있고, 산과

붙어 있는 집에서 사는 탓이려니... 하며 가볍게 넘겨 왔었다. 그런데 나타나는 개미들의 크기가

조금씩 커진다 했더니 어느 날 새벽, 귓가를 윙윙 거리는 소리에 모기인가 싶어 불을 켰다가

식겁을 하고 말았다. 식구가 모두 함께 자고 있는 거실 한 쪽 벽을 족히 백 여 마리는 될 듯 한 날개 달린 개미들이

새까맣게 기어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아이들방 창가에 여러 마리씩 붙어 있는 모습을 보긴 했었지만 이렇게 많은 숫자는

처음이었다. 당장 남편을 깨웠다. 남편은 안경을 쓰고 벽을 한 번 보더니 화들짝 놀란 표정이었다.



“빨리 청소기로 쟤네들 좀 빨아들여. 애들한테 탈은 없을지, 도저히 잘 수가 없어.”



하지만 남편은 다시 돌아누우며 “당신이 좀 해 봐!” 하는 거다.

그런 풍경을 보고 다시 잠을 잘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한 나는 정신 없이 진공청소기를 들고 나와

초강력 버튼을 눌러 개미떼를 향해 돌진했다. 정말 미친듯이 흡입구를 휘둘렀다. 한 십여 분을

그렇게 난리를 치고서야 개미들을 없앨 수 있었다.

당장 인터넷을 뒤졌다.

날개미들이 지금 혼인 비행 중이라나? 일시에 나타났다가 저절로 사라진단다. 그렇지만 사람을

물기도 한다니 몸이 다 오싹했다. 오래된 단독 주택의 목조 창틀과 문틀 틈에 개미들이 집단으로

서식을 한다니 딱 우리집이었다. 완전히 없애는 것도 불가능하고, 약으로도 잘 사라지지 않는단다.

계피니, 허브니, 식초니 하는 것들로 개미들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면서 함께 사는 법을

찾아 보라는 친절한 조언도 있었다.



그날부터 내 삶이 변했다.

그전까지는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일에 열중하고 살림은 느긋하게 덜 치우고 덜

닦으며 살자는 주의였는데, 개미 떼의 출연 이후 아이들이 간식 한 번 먹으면 걸레로 바닥을 닦고

수박 같은 단 과일 먹으며 이룸이가 온 방안에 흘리고 돌아다닌 자국들 닦느라 온 방안을 걸레질을

하게  된 것이다. 귀찮으면 저녁 설거지도 다음날 아침에 할 만큼 게을렀던 나는 매일 주방을 치우고

음식물 쓰레기 위에도 개미들이 바글거리는 것을 확인한 후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는 대로

마당 한 끝에 있는 수거통으로 버리러 달려간다.

청소기도 하루에 수 차례씩 돌린다.

개미들이 방 한 쪽에 모여 있기만 하면 청소기를 들이대어 싹 빨아들이고 자기 전에는

아이들 머리 맡에다 계피 조각들을 늘어 놓고, 허브 성분으로 된 벌레 퇴치제를 아이들 옷에

뿌려 주느라 바쁘다.

늘 갖가지 물건들로 어수선하게 어질러져 있던 거실도 바로 바로 치운다.

그래도 개미들은 쉼없이 나타나고 또 나타난다.

개미들과  싸워서 이길 생각은 물론 없다. 벌레들이 싫었다면 애초에 이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돈벌레나 집게벌레, 거미, 파리, 그 외에 집안에서 나타나는 이름모를 갖가지 벌레들도

같이 사는 식구려니 생각하며 죽이기보단 쫒으며 지내 왔었다. 그러나 개미들처럼 떼로 나타나는

것들은 맘 편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더구나 날개미들은 길이가 1센티미터도 넘는데다 사람을 물기까지 한다니 말이다.

지은 지 오래된 단독주택인데다, 7-8년 가까이 사람이 살지 않았던 이 집은 창문과 문 틀이 모두

나무로 되어 있다.

그 틈새가 개미집이 되어 있는 듯 하다. 나무로 된 계단 틈으로도 개미들이 수없이 출연한다.

집 안의 벌어진 나무 틈들을 모두 없애려면 나무 틀들을 모두 걷어 내고 알루미늄 샤시를 까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마디로 불가능하단 얘기다.



개미떼의 출연으로 정신 없는 와중에 지난주엔 일주일 가까이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진작에 두어 군데 물이 새는 곳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집 주인이 일러준 곳보다 더 많은 곳에서

비가 새어 들었다. 안방 천정으로 빗물이 새어 방바닥으로 줄줄 흘러 내리는 통에 자는 곳을

거실로 옮겼더니 거실 천정과 벽 틈으로도 빗물이 새어 들었다. 사방에 빗물받이 통을 놓고

살았다.

주말에는 자고 일어났더니 남편이 2층에서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났다.

올라가 보았더니 2층 거실 바닥이 온통 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테라스의 배수구가 나뭇잎들 같은

이물질로 막혀서 빗물이 테라스를 온통 넘실 넘실 채우다가 집 안으로 들이친 것이다.

초등학교 때 집이 한 번 수해를 당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이후 처음으로 집안에 찬 빗물을

빼내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쓰레받이로 물을 담아서 대야에 쏟고, 그걸 들고 목욕탕 바닥에

버리는 일을 수 없이 했다. 그 다음 걸레를 들고 바닥을 훔쳐서 손목이 시큰하도록 물을 짜내는

일을 반복했다.



장마 기간 내내 집안을 돌아다니며 고인 물을 따라내고 걸레질을 하고, 개미들과 싸우느라

녹초가 되었다. 남편은 남편대로 폭우 속에서 우비를 입고 다니며 여러 곳의 배수구를 관리하고

산에서 마당으로 밀려 내려오는 토사며 나뭇잎들을 치우느라 고생을 해야 했다.



아파트에서야 비가 오던, 눈이 오던 그저 창 밖으로 쳐다보기만 했었던 우리였다.

관리사무소에서 어지간한 것들은 다 해주니 크게 신경 쓸 일도 없었다. 새로 지은 아파트는

여러모로 편했다.

그러나 이 집에서는 모든 관리를 이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잠깐만 게으름을 피우면

재활용 쓰레기는 창고에 쌓여 넘치고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큰 비라도 오면 느긋하게 쉴 수가 없다.

비가 잠깐 그친 사이에는 윗 밭으로 달려가 넘어진 토마토 가지들을 세워주고, 고추를 따 주고

강낭콩들 일으켜주고, 개 밥과 닭장도 살피고, 토란 밭 매러 뛰어 가야 한다.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리면 1, 2층을 뛰어 다니며 수많은 창문을 재빨리 닫아야 한다.

항상 살피고, 수시로 손을 쓰고, 고치고, 치워가며 사는 삶이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고서는

안 되는 집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삶이 싫지는 않다. 개미떼는 좋아할 수 없지만 이 집에서의 삶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묘한 생기를 준다. 관리받는 일상이 아니라, 내가 직접 챙기고 내 힘으로 돌봐야

하는 삶이 주는 에너지가 있다고나 할까.

매일이 모험이고, 매일이 사건인데 이게 더 신난다. 이 집에선 남편이 정말 집안을 돌보는

‘가장’이라는 것을 매 순간 실감하게 된다. 장대비 속에서 우비를 입고 갈퀴질을 하는

남편을 보고 있노라면 말할 수 없이 든든하고 고맙다.



개미떼와 물 난리로 시작된 여름이다. 큰 비가 지나가면 대대적인 방수 공사를 하느라 또

한바탕 난리를 치르겠다. 그래도 좋다. 애쓰고, 움직이며 더 땀나게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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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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