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F9329-3.JPG

 

 

큰산이 두 시간 정도 아이들을 봐준다고 내 시간을 가지란다.

오~ 리얼리?

나는 보려고 마음먹고 있던 영화가 들어있는 컴퓨터를 가방에 급히 때려 넣고

남방 한 장 걸치고는 바로 집을 나섰다.

집 앞 카페에 가서 앉았다.

아, 이런 세상이 있었지! 후우~!

컴퓨터를 꺼내 영화를 본다.

나를 위해 준비된 향기로운 차를 홀짝이며 편안하게.

빨리 보려고 점프시켜 넘기지 않고 그냥.

영화 음악이 카페 음악 때문에 잘 안 들린다.

주저 없이 카페 종업원에게 가서

“저기, 지금 제가 굉장히 오래간만에 자유 시간을 누리고 있거든요.

영화를 봐야 되는데 소리가 잘 안 들리네요. 음악 좀 꺼주실래요?“

하고 말하는 상상을 잠깐 하다가 영화를 계속 본다.

좋다.

진작 이랬어야했어.

진작.

 

2015. 5. 29

 

+

이 날 카페에서 본 영화는 ‘스틸 엘리스’.

여자 주인공의 연기가 살 떨리게 좋았고 셋째 딸 리디아의 캐릭터가 참 맘에 들더군요.

나에게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발견하고 집으로 왔어요.

하루 두 시간, 내 시간을 갖는 것.

아이들이 아닌 나를 생각하는 것.

짧아서 더 짙은 시간.

오예!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최형주
이십 대를 아낌없이 방황하고 여행하며 보냈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시골 대안학교로 내려가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두 딸 바다, 하늘이와 함께 네 식구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주신 '최형주'라는 이름을 쓰다가 '아름다운 땅'이라는 뜻의 '지아'에 부모님 성을 함께 붙인 '김최지아'로 이름을 바꾸었다. 베이비트리 생생육아에 모유수유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림과 글로 표현한 ‘최형주의 젖 이야기'를 연재 완료하였다.
이메일 : vision323@hanmail.net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amjamlife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376095/6ac/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31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힘내자, 내 손목! imagefile [13] 최형주 2015-08-13 11706
30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온 가족의 엄지로 만든 '하늘'나비 imagefile [5] 최형주 2015-06-13 7492
29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네 눈 안에 나를... imagefile [6] 최형주 2015-06-08 7896
»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나를 위한 두 시간. 진작 이럴 걸! imagefile [2] 최형주 2015-05-31 7589
27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현민'꽃 피어난지 100일 imagefile [6] 최형주 2015-05-26 7063
26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하늘이의 웃음을 기다려 imagefile [2] 최형주 2015-05-20 6555
25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네 손이 내 손 만큼 커질거라니! imagefile [2] 최형주 2015-05-08 7562
24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남편이 말했다. "머리를 길러야겠어." imagefile [4] 최형주 2015-04-30 8280
23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달빛 이불 imagefile [4] 최형주 2015-04-28 8964
22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자유 참외 imagefile [3] 최형주 2015-04-18 10655
21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천천히 커라, 천천히 imagefile [2] 최형주 2015-04-13 9707
20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바다야, 우리 빗소리 듣자 imagefile [10] 최형주 2015-04-04 7978
19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조용하고 풍요롭게 지나간 2015년 3월 23일 imagefile [11] 최형주 2015-03-27 8593
18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바다의 업그레이드 버전, 하늘 imagefile [6] 최형주 2015-03-20 7816
17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날 뜯어 먹고 사는 놈들 imagefile [10] 최형주 2015-03-12 8506
16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코를 뚫었다. 출산을 일주일 앞두고. imagefile [9] 최형주 2015-03-06 9435
15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요즘 바다의 최고 간식, 다시마! imagefile [7] 최형주 2015-03-01 9225
14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바다가 나를 부른다. "여보~!" imagefile [4] 최형주 2015-02-13 14000
13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목 잡아, 목!” imagefile [16] 최형주 2015-02-06 9002
12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바지 열 벌의 재탄생 imagefile [10] 최형주 2015-01-21 9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