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는 세 명의 여자가 있다.

 

그 세 명 중 한명인 내 아내, 수미씨. 

지난주에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블로그에서 이미 밝혔든 우리 부부는 둘째를 갖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는데 

지난 주 임신을 확인한 직후 바로 우리를 떠나버렸다. 


허리가 아프고 몸에 열이 나는 것이 왠지 임신인 것 같다고 한 아내는 

어차피 임신하고 나면 산부인과 갈거니까 괜히 진료비 낭비하지 말고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래도 축하할 일이니 테스트를 해보자고 해도 뿌리치던 아내가 

밖에 하루종일 일을 갔다 와선 몸이 안 좋다며 테스터기를 사오라고 한다. 


저녁에 확인하니 임신반응. 가족들과 많이 기뻐했는데 

그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아내가 혼자 울먹이며 산부인과에 가자고 했다. 

어느 산부인과를 가야할지 스마트폰으로 찾고 있는데 


아내가 “엔젤가야지”. 


지금껏 목소리 한번 높여보지도, 반말한번 제대로 하지 않던 아내가 

울먹여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치니 상황이 급박함을 알 수 있었다. 


검사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던 거라 당황스러웠다. 

의사 앞에서 우는 아내를 진정시키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집으로 왔다.


신금선여사, 

바로 우리 엄마가 한 달이 넘게 집에 와 계신다. 

농한기라 뽀뇨를 봐주기 위해 오셨는데 

사실 바쁜 아들, 며느리를 위해 살림까지 다 해주셨다. 


아이 돌보며 집안일을 주로 하던 아들은 마치 방학이라도 된 것처럼 

마음 편하게 지냈는데 날이 갈수록 어머니가 힘들어 하신다. 

삼녀 일남의 막내아들이라 항상 귀하게 생각하는 아들이지만 

당장에 당신을 힘들게 하니 이쁜 자식이지만 입에서 싫은 소리가 계속 나온다.


결국 사건은 ‘쭈쭈무아(뽀뇨를 ’농축 요구르트’를 이렇게 부른다)로 인해 일어났다. 

마트에서 ‘쭈쭈무아’를 사오라고 아들에게 시켰는데 아들이 농축이 상대적으로 덜 된 브랜드의 ‘쭈쭈무아’를 사와 

어머니의 분노가 극에 달한 것이다. 


“어이구. 사각형으로 생긴거 그거 사오라고 안했나. 이상한 거를 사와서 뽀뇨가 다 흘리고.. 

내가 이거 다 먹을란다.” 


‘쭈쭈무아’에서 시작된 어머니의 꾸중은 평소 치우지 않고 

‘손모가지 하나 얄랑 하지 않는’ 아들내미한테 모두 쏟아졌다. 


오늘 오랜 아들집살이를 끝내고 창원으로 돌아가시며 

‘아들에게 마음에 없는 심한 소리를 했네’라고 미안해 하셨지만 

제대로 구경도 못시켜드리고 고생만 시킨듯 해서 내가 더 마음이 무겁다.


생각해보니 내가 사랑하는 홍뽀뇨도 여자다. 

평소 침을 질질 흘리고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지만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 아빠보다 남자친구를 더 찾게 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아빠에게 ‘이뻐(볼살에 엄지 손가락 짚고 웃기)’도 곧잘하고

서로 소통은 100% 안되지만 수다도 곧잘 떠는데 내 품에서 벗어난다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 딸바보로 살다 죽더라도 ‘운명’을 그대로 받아드리리라.


지난 한주는 내 인생의 세 여자에 대해 참 깊이 생각한 한 주였다.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다소 과장일지 모르겠지만 

지금껏 살아오며 이렇게까지 깊이 세 명의 존재를 떠올려 보질 못했다. 

세 명의 여자와 한명의 남자가 좁은 집에서 서로 어울려 살다보니 그러한데 

이 또한 지나보면 모두 추억이 되지 않을까? 


<지난 주 올린 엄마사진을 막내누나가 보고 어떻게 그런 사진을 올릴 수 있냐고 해서, 엄마 머리하고 새로 찍은 사진을 올린다. 생각해보면 난.. 참 착한 동생이자 효자 아들이다. ^^; >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얼마전 '김원희의 맞수다'에 출연하여 소개만된(!) '뽀뇨아빠'영상을 보실 수 있어요. 

--120225_007.jpg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블로그 : http://plug.hani.co.kr/pponyopapa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52614/62c/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37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임대아파트 당첨, 근데 아내기분은 장마다 imagefile [9] 홍창욱 2012-07-03 29897
36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부전녀전, 단감과 망고에 얽힌 사연 imagefile [8] 홍창욱 2012-06-26 14318
35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모하신가요? 세 살 뽀뇨의 말배우기 imagefile [4] 홍창욱 2012-06-19 14389
34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마눌님 요리 거부감에 마늘요리 100일 신공 imagefile [12] 홍창욱 2012-06-12 17746
33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최연소 올레꾼 아빠는 `개고생' imagefile [10] 홍창욱 2012-06-05 23287
32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뽀뇨, 남친이 생기다 imagefile [8] 홍창욱 2012-05-29 16541
31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눈치구단이여, 이제 규율이 필요하다 imagefile [2] 홍창욱 2012-05-22 17007
30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문 뒤에 그려놓은 추상화를 어찌할꼬 imagefile 홍창욱 2012-05-14 16680
29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그래 아내가 갑이다 imagefile [2] 홍창욱 2012-05-07 23197
28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달래와 아이디어를 캐다 imagefile [2] 홍창욱 2012-04-30 16578
27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뽀로로, 내 동지이자 적 imagefile [4] 홍창욱 2012-04-24 16078
26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잠들기 한 시간 전, 인생이 즐겁다 imagefile [5] 홍창욱 2012-04-16 15489
25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뽀뇨가 돌아왔다, 한 뼘 자란 채로.. imagefile [2] 홍창욱 2012-04-09 14671
24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기적을 행하는 미꾸라지 국물? imagefile [2] 홍창욱 2012-03-20 21355
23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술 마시고 들어왔던 날의 기억 imagefile [2] 홍창욱 2012-03-13 18283
22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애교 3종세트에 애간장 녹는 딸바보 imagefile [8] 홍창욱 2012-03-05 19705
»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내 인생의 세 여자 이야기 imagefile [5] 홍창욱 2012-02-28 16876
20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미운 세 살에 늘어가는 주름살 imagefile [4] 홍창욱 2012-02-21 17936
19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둘째 만들기 작전, 밤이나 새벽이나 불만 꺼지면 imagefile [15] 홍창욱 2012-02-13 73724
18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제주에서 아이키우며 살아가기 imagefile 홍창욱 2012-02-06 20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