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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치원과 학교 졸업식은 한국보다 한달 정도 늦은 3월 중순이라

둘째가 지난 3년 동안 다녔던 유치원도 이번주에야 졸업식을 치뤘다.

졸업식날 아침, 담임 선생님들은 '하카마'라 불리는 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아이들과 부모들을 맞이했다.

아이가 태어나 처음 다닌 기관에서 맞은 졸업식이다 보니,

부모들은 행사 시작하기 전부터 일찍 도착해서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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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유치원 졸업식은 졸업증서를 수여하는 정도로 행사가 끝나는데
우리집 두 아이가 다닌 유치원은 오전에 식을 끝내고 나면
각 교실에 다시 모여 부모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담임 선생님, 반 친구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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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엄마들을 위해 세팅되어 있던 도시락 모습이다.
주식만큼이나 후식을 다양하게 즐기는 일본인들답게 왼쪽에는 케잌이나 과자를 포장해
선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따로 준비해 주었고, 엄마 맞은 편에 앉은 아이들 쪽에는
귀여운 도시락과 과자 선물, 학용품 선물이 책상 가득 진열되어 있어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도시락과 선물 준비에 필요한 비용은 졸업하기 1년 전부터
학부모회를 통해 조금씩 모아서 저금한 돈으로 마련한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은 졸업하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미리 앙케이트 조사를 해서
품목이 결정되고 나면(주로 초등학교 입학 준비물이 대부분)
학부모회에서 자체적으로 구입하고, 비용도 공개한다.
또 졸업식 전에 이 물건들을 미리 포장하고 당일날 반반마다 장식, 준비하는 게 큰 일인데
행사 몇 달 전부터 후배 엄마들이 '졸업식 준비위원회'를 꾸려 도우미로 참가해
선배들의 졸업 준비를 돕는 것이, 이 유치원의 오랜된 전통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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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점심을 먹고 반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선물과 졸업앨범 등 한보따리는 됨직한 짐을 챙겨 다시 행사장으로 이동을 하는데,
학부모회에서 준비한 '사은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고하신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3년 동안의 유치원 생활을 축하하는 의미로
졸업생 엄마들이 주축이 되어 댄스 공연을 선보였다.

요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주제곡과 작년 운동회에서
아이들이 율동을 했던 음악이 울려퍼지니 아이어른 할것없이 모두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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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너무 흥분해서 들썩이니, 담임 선생님들도 무대 위로 나와서 함께 댄스를.

이 유치원에는 남자 선생님들이 몇 분 계신 것도 좀 독특한데, 남녀 선생님 모두

대부분 20대다 보니 뭘 해도 열정적이다.

움직임이 너무 현란해서 사진 찍기가 힘들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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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치원 졸업식을, 나는 5년 전 첫째와 처음으로 경험했다.
그때 담임이었던 선생님과 반 아이들의 유대가 너무 강해서였는지
선생님과 친구들과 헤어지는 서운함에 졸업식 내내 울기만 하던
아이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너무 울어 얼굴이 수척해진 아이와 함께 졸업식을 끝내고 나오면서 찍었던 사진을
오랫만에 찾아서 보니, 그때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집에서 할머니와 기다리고 있을, 돌이 지난 지 얼마 안 되었던
둘째에게 먹일 젖이 불어나 정장 단추가 터질 듯 한 걸 느끼면서도
유치원복을 입은 첫째의 마지막 순간을 몇 장이라도 더 남겨주고 싶어
마음 동동거렸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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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이맘때, 누나 졸업식에서 돌아올 가족들을 기다리던

아기 둘째도 누나의 원복을 물려받아 입고 같은 유치원을 이번에 졸업했다.


두 아이의 유치원 시절은 아이를 키우는 그 어느때보다

사랑스럽고 행복한 시간들이었지만

낯선 나라의 교육제도를 맨땅에 헤딩하듯 경험해야 했던 나에게는

매순간이 당황스럽고 힘겨웠다.

집단생활 적응을 유난히 힘들어했던 둘째와 보낸 지난 3년은

끝이 보이지않는 어두운 터널을 더듬거리며 지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담임교사와의 면담이 있었던 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1시간이 넘도록 듣고 돌아와야 했던 저녁..

'이 까다로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나에게 과연 그런 힘이 있는 걸까'

걱정과 시름 속에서 영혼이 빠져나간 듯 멍하니 티비를 보고 있을 때

일기예보를 보도하는 뉴스에서 이런 이야기가 내 귀에 들어왔다.


"아직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한겨울이지만

날마다 1분씩 해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잘 느껴지진 않지만 계절은 분명 봄을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아! 하루에 1분씩이라..

그런 1분이 차곡차곡 모여서 결국 겨울이 떠나고 봄은 오고 마는 것이다.

지금 계절이 딱 그렇지 않나.

육아도 어쩜 그런 건지 모르겠다.

금방 표가 나지 않는 1분들이 모여, 아이는 조금씩 변하고 성장해 가는 것.

언젠간 이 춥고 지루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올거란 믿음으로

부모는 매일매일의 1분들을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


졸업식을 모두 마치고 유치원을 나온 뒤,

둘째 아이의 작은 몸을 가만히 끌어안았다.

"수고했어. 우리 아들.. 졸업 축하해"

아이는 아무 말없이 두 팔로 나의 목을 있는 힘껏 끌어안아 주었다.


이제 우리는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로 떠난다.

유치원아, 안녕. 이젠 정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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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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