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면서 게스트하우스 숙박이 기러기아빠의 미션이라니!

어찌보면 황당하기도 하지만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처음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술과 안주도 함께 먹는다.

공통점은 제주에 여행 중이며 같은 숙소에 묵는다는 것.

 

지독히도 일하러 가기 싫은 날,

아침에 출근하며 “여행자로 오늘 하루는 살아보자”고 결심을 하고 전화를 걸었다.

협재리에 있는 유명게스트하우스.

 

 “죄송한데 오늘 방이 없습니다.

토요일에는 딱 1명 빕니다. 예약해 드릴까요?”

 

기다려서 가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이 움직이는데로 가는 것이 여행이겠지 하고.

 

며칠이 지나 기회가 왔다.

출장을 다녀온 후 정신없이 제주시에서 미팅이 이어졌고 저녁이 되어 서귀포로 돌아가려고 하니 왠지 서운했다.

 

“형,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

 

 자주 보는 형에게 전화를 하니 “어, 고등어회나 먹자”.

고등어쌈밥이라..

대리운전을 하기로 결심한지 얼마 되지 않은지라

소주 반 잔도 안먹으려고 하니 “앞으로 술 안먹을거면 형 부르지마”라고 형이 으름장을 놓는다.

 

그래, 오늘이 D-DAY다.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하자.

마침 페북에서 자주 보이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어서 저녁 7시에 급히 전화를 걸었다.

 

“저기.. 오늘 숙박할 수 있나요?”,

“네, 몇 시에 오실 건가요?”,

“아.... 그게... 저...”,

“몇 시에 가능하셔요?”

 

이런 질문과 대답이 몇 번은 반복되고

 

“네.. 잘 모르겠습니다.”

 

대답을 하고나니 나도, 게스트하우스 주인장도 당황했다.

 

 “11시에 간다고 해”

 

앞자리에 앉은 형이 답답했는지 답을 알려준다.

 

소주에 맥주까지 알딸딸하게 취해서 택시를 타고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니

이런 웬걸 아는 지역 분들이 2명이나 있었다.

 

숙박이 아니라 회합을 위해 온 분들이니 왠지 아지트같은 느낌이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한 구제주의 한 게스트하우스.

아는 분이 한잔 하라고 하셔서 ‘와인’을 먹다가 곧 ‘막걸리’로 바뀌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했는데 역시나 좁은 제주긴 하다.

 

도착하고 십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놀랍게도 한 여성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나는 한 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

7년전 구파발에서 인골을 발굴하는 특이한 일을 잠시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일을 하던 분들중에는 시인(나), 영화감독, 기타리스트, 시민단체 활동가등 다양한 사람이 있었다.

그때 그 감독님을 제주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것이다.

 

인연도 이런 인연이 있나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내가 ‘너무 단정해져서’ 못 알아보셨다고.

함께 와인과 먹걸리를 마시며 알딸딸하게 밤 12시를 맞이하니 ‘만남의 시간’도 마무리했다.  

이층 침대가 있는 방의 1층 침대에 누워서 곧 출간하게 되는 책의 원고를 새벽까지 읽었다.

옆 침대에 누운 분은 머리를 베개에 데자마자 코를 골기 시작하고

2층에서 자는 주인장님은 “아, 시끄러워서 어쩌나”하고는 10분도 안되어 더 큰 소리로 코를 곤다.

 

양쪽에서 코고는 소리가 들리지만 따끈한 전기장판에 온 몸을 지지며 노곤함에 취해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제주항의 뱃고동 소리와 공항의 비행기 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것이 왠지 낭만적이다.

“어서 식사하셔요”라고 주인장이 깨워서 나가보니 외국인들이 앉아서 쥬스와 식빵, 계란으로 아침을 먹고 있다.

“안녕하셔요”라고 인사하고는 내성적인 나는 묵묵히 빵을 먹었다.

 

“감독님, 잘 주무셨어요? 서울에는 언제 가셔요?”

 

맞은 편에 앉아 얘기를 나누며 정원에 핀 꽃을 바라본다.

‘이곳이 생활지가 아닌 여행지였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대문을 나섰다.

몇 시간만의 짧은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나저나 아내와 뽀뇨는 언제 돌아올까?

 

<영화 '파스카'의 안선경 감독님을 7년만에 만났다. 인연도 이런 인연이 없다.>

 안선경 감독.jpg

 

<눈은 퉁퉁붓고 머리카락은 곤두서서 차마 카메라를 볼수 없었다. 이 게스트하우스 정원이 참 이쁘다>

조식.jpg

 

<새벽, 1시간만에 읽은 나의 첫 책. 베이비트리에 글쓰기를 정말 잘했다>

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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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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