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학교가기가 참 싫었다. 모든 학교에 등교가기가 싫었지만 초등학교 때는 더 그랬던 것 같다. 엄마의 ‘껌딱지’였던 나는 엄마만 졸졸 따라다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각하여 혼자 복도에서 벌을 서던 기억이고 또 하나는 서울 친척이 야광 헬리혜성 가방을 보내왔을 때의 기억이다.

 

학교 가는 것이 싫었기에 ‘등교길’의 기억이 머릿속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분명 4살 차이가 나는 막내누나가 나를 데리고 학교에 갔을텐데 왜 기억엔 하나도 없을까. 또 하나의 기억은 초등 5학년때 학교를 몰래 빠져나와 집으로 왔을 때다. 왜 학교를 벗어났지는 모르겠다. 그냥 기분 탓일텐데 학교가 발칵 뒤집혀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화장실까지 뒤지며 난리가 났다고 한다. 집 뒤에 숨어있다가 둘째누나와 눈을 마주쳤고 나는 순순히 학교로 되돌아갔다. 나의 짧은 반란은 대학 때까지 이어졌다. 나이가 제법 먹었을 때였지만 도무지 내가 왜 이 아름다운 봄날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서울에 있는지 의아했고, 기분이 상했고 그래서 무작정 버스를 타고 고향집으로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학교는 나와 인연이 없었지만 요즘은 학교를 거의 매일 간다. 2학년이 된 딸아이 손을 잡고 학교에 간다. 학교 가야 하는 심정(?)을 알기에. 아빠 어릴 때를 어떻게 알았는지 뽀뇨는 2학년 올라갈 때부터 선생님이 만약 무섭거나 혹은 학교가 재미 없으면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겠다며 선언을 했다. 나와 아내는 그러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직 학교를 잘 다니는 뽀뇨가 대견하다. 

 

등굣길은 아침마다 정신이 없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적당한 거리에서 차를 세우고 직접 학교까지 데려다 주거나 아이만 내려주고 갈 길을 간다. 그 거리가 몇 백미터,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다. 나는 이 길을 뽀뇨와 함께 손을 잡고 걷는다. 교문 앞에는 ‘녹색어머니회’ 옷을 입은 당번부모들이 아이들의 통학안전을 책임진다. 올해부터는 할머니 두 분이 아침마다 나오셔서 함께 하고 계신다.

 

등굣길에 아이들을 많이 만난다. 승구는 참 인사성이 밝은 아이다. 여자아이들에게만 인기 있는 줄 알았는데 며칠 전에는 남자아이들이 “승구야, 내가 좋아 준욱이가 좋아?”하며 물어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제주식 육아나눔터인 ‘수눌음 공동육아 나눔터’에서 얼굴을 익힌 아이들과 지난 1년을 뽀뇨와 함게 했던 반 아이들.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8시 40분이 다 되어가면 등굣길의 아이들은 뛰기 시작하고 차량도 뜸해진다.

 

요즘은 아빠들도 꽤 많이 등굣길에 보인다. 나의 직장동료는 아이들을 집에서 학교까지 손잡고 등교시키고 싶어서 제주에 왔다고 했다. 그게 큰 이유가 되나 생각했는데 그 짧은 등굣길에 딸과 느끼는 감정이 특별하다는걸 새삼 깨닫게 된다. 세상 정신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아이 손을 잡고 학교에 데려다줄 때는 아마 똑같은 마음이 아닐까. ‘세상 살아가는게 별 게 없구나. 커가는 아이들 지켜보고 계절 바뀌는 걸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그걸로 된거구나’하는 마음.

 

뽀뇨의 마음은 어떨까? 물어보진 않았다. 아빠 손을 잡고 걸어갈 때는 뽀뇨의 발걸음도 힘차 보인다. 몇 해가 지나면 아빠가 학교에 오는걸 부끄럽게 느끼겠지. 그때가 오기 전에 부지런히 함께 등교해야지. 누릴 수 있을때 누려야지. 이 행복한 시간을.

    회전_IMG_4853.jpg » 유채꽃과 벚꽃이 함께 핀 어느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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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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