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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규를 대안학교에 입학 시킨 2월 중순부터 너무 너무 바빴다.
학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참석해야 할 모임과 모든 부모 교육이 입학시킨 직후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족의 대소사도 2월과 3월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보니 주말을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다.
3월 4일에 우리집에서 필규 학교 아빠들 모임을 하느라 근 30여명의 저녁밥상을 시중들고, 그 다음날엔
우리집에서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신입부모 교육이 있었다. 남편은 그렇게 정신없는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전라도로 출장을 가서 금요일에야 돌아 왔다.
그동안 나는 엄마모임, 독서모임, 하루는 학교에 가서 여섯시까지 자원봉사를 해 냈다.
남편 없는 한 주동안 세 아이를 거두고 돌보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토요일엔 친정 부모님 칠순 잔치를 우리집에서 했다. 음식은 딸들이 각자 준비했지만
집안 청소며 뒷정리가 쉬웠을리 없다. 남편은 추운 밖에서 식구들이 먹을 고기르 굽느라 애를 썼고
그 후에는 몇 시간동안 찬 바람 맞으며 장작 정리하느라 고생을 했다.

이렇게 힘들게 지냈으니 일요일 아침엔 그야말로 손 하나 까딱 않고 쉬고 싶었다. 적어도
오전 아홉시 넘어서까진 느긋하게 자면서 이불속에서 뒹굴고 싶었다.
그러나 막내는 일곱시 무렵부터 깨어 놀아달라고 매달리니, 아이가 깨면 더 잘 수 도 없는
엄마의 운명인지라 할 수 없이 여덟시 무렵에 일어나 아이 챙겨 먹이고 나도 먹고 함께 놀아주었다.
아홉시 넘어 둘째가 일어나고, 큰 아이와 남편만 열시 가까이 늦잠을 잤는데 큰 아이가 일어났는데도
남편은 도무지 깰 생각을 한 한다.
일요일에 제일 늦게 일어나는 사람은 대개 남편이다. 내가 일어나고 아이들이 일어나고 마침내
이부자리를 홱 걷어가며 잔소리를 해야 마지못해 일어나곤 한다.
주중에 출장을 다녀왔고, 주말에 큰 일 치르느라 애쓴거야 누가 모르나. 그래서 전날 저녁 먹자 마자
쓰러져 잠 들었으니 오전 열시까지 잤으면 적어도 열두 시간 이상 푹 잤으니까 그만 일어나면 싶었다.
'그만 일어나. 아침 먹어야지' 했더니 남편은 이불속에서 눈만 조금 뜨고는
'언제 아침이나 제대로 차려주긴 했냐?' 하는거다.
순간 가슴속에서 불길이 확 일었다.

 

'뭐라고? 내가 언제 일요일 아침에 식구들 굶긴 적 있어? 제대로 된 상이 아니면
빵이라도 내고 토스트라도 구워서 먹였지, 굶긴 적 한 번도 없어. 당신이야말로 언제 일요일에
한 번이라도 일찍 일어나 애들 챙겨 본 적 있어? 항상 제일 늦도록 자고 일어나잖아.
왜 나만 내 책임 다 안하는 것처럼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해서 사람 마음을 상하게 해!'
이렇게 쏘아 붙이고 일어났는데 너무너무 화가 나서 도무지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내가 주말에 항상 일찍 일어나서 제대로 밥상 차려서 식구들을 깨우는 주부가 못 된다는 건 안다.
주중에 늘 고단하고 피곤해서 주말만큼은 조금이라도 더 자고싶어하는 게으른 사람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단 한번도 남편에게 애들 챙겨 먹이라고 미루고 뒹굴어 본 적 없다.
지금도 밤중 수유를 하고 있어서 사실 아침이면 내가 제일 배고프지만 음식을 하면 남편과 아이들
먼저 먹이고 내가 제일 나중에 먹는다. 늘 그랬다.
그런데 뭐라고? 일요일 아침에 밥이나 제대로 차려 줬냐고?
안그래도 남편이 출장중인 내내 혼자서 세 아이들 거두느라 힘들었었다. 출장다니는 남편도 힘들었겠지만
적어도 그 기간만큼은 집안일 신경 안 쓰고 자기 일만 하면서 지낸거 아닌가. 주말에 친정행사로
고생한것도 맞지만 남편만큼 나도 고생했다. 말하자면 우린 더도 덜도 아니고 똑같이 힘든 한 주를
살아낸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가 없었다.
남편은 내가 쏘아댄 말에 대꾸도 안 하고 누워만 있다.

 

나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아가며 요란스럽게 덜그럭 거리며 아침상을 차렸다.
아들을 불러 밥 먹으라 이르고는 남편을 향해 '아침 차렸으니까 빨리 일어나서 먹어' 소리쳤다.
남편은 '안 먹어!' 하고 소리를 꽥 지르고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돌아 누웠다.
그냥 생각없이 툭 던진말에 마누라가 발끈하며 아이들 듣는 앞에서 마누라가 자기를 비난한것에
화가 난 듯 했다.
내 딴에는 더 퍼붓지 않고 밥상을 차린것이 이 정도에서 그만 두자는 신호였는데 남편은 기어이
더 싸우자는 쪽으로 상황을 몰고 가 버린다.
아들은 내 눈치를 보며 재빨리 제 몫의 밥을 먹고 일어선다.
상을 치울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어제 저녁 설걷이도 못하고 자버린 주방도 할 일이 넘치고 빨래통에도 해야 할 빨래가 수북하다.
오후엔 우리집에서 또 학교 모임이 있는데 그 전에 정리하고 치워야 할 것들도 가득했다.
게다가 그동안 하지 못하고 미루어 두었던 이런 저런 일들도 넘치도록 많았다.
부부가 힘을 합해 같이 해도 벅차게 집안일은 많은데 남편은 화만 내고 누워만 있다.
화가 나고, 짜증나고, 힘이 들어도 엄마인 나는 내 기분대로 하지 못한다. 매일 매일 해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사람은 제가 화났다고 저렇게 하는구나. 나는 남편이 너무 미웠다.
안그래도 남편이 얼마전에 2주 가까이 감기 몸살을 않는 동안 혼자서 살림하고 애들 셋에 주말엔
남편까지 돌보느라 너무나 힘들었었다. 마흔이 훨씬 넘도록 몸 관리도 못하고 나보다 더 자주
아픈 남편이 야속했는데 이젠 이렇게 어깃장까지 부리니 쓰나미 같은 미움이 몰려오는 것이다.

 

겨울 내내 제대로 청소하지 못하고 방치해 두었던 안방을 뒤집어서 쓸고 닦았다.
빨래를 돌리고, 건조대 가득 널려 있는 마른 빨래를 거두어서 개키고 집안을 다니며 물건을 치우고
주방에 가득한 설걷이를 하고, 청소기를 들고 안방부터 먼지를 거두고 있는 동안도 남편은
꼼짝 않고 누워만 있었다.
난방이 제일 잘 되는 거실에 온 가족이 함께 자다보니 거실에 이불이 치워져야 청소도 되고
정리도 되는데 남편이 돌처럼 버티고 이불속에 누워 있으니 아이들도 툭 하면 그 옆에서 함께
뒹굴고 도무지 도와주지를 않는다. 아빠가 누워 있고 엄마 혼자 동동거리고 있으니까
저희들도 아빠처럼 빈둥거리게 되는 것이다.

흥, 밥 안 먹으면 저만 배고프지, 언제까지 저러고 있는지 한 번 보자고..
누군 화 낼 줄 몰라 안 내나? 나도 그렇게 보란듯이 화내면서 이불 뒤집어 쓰고 꼼짝 안 해보고 싶다고..
어른이고 부모니까, 아이들 보니까, 아무리 화나고 힘 들어도 일어나고 일 하는 거지...
혼자서 꾸역 꾸역 일하면서 속으로 폭포같은 분노를 남편에게 퍼부어 댔다.
생각할 수 록 억울했다. 그냥 별 뜻 없이 받아들일 수 도 있는데 나는 남편의 그 말이 왜 그렇게
화가 나는걸까.. 곰곰히 따져도 보았다. 늘 내 노력과 수고를 남편에게만 유독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내 맘 속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모임에 글쓰기에 집안일에 치이다보면 정작 밥 해먹는 일에 소홀한 경우도 많았다.
그게 늘 맘속에 죄책감으로 남아있는데 남편의 한 마디에 미안하던 그 감정까지 다 내탓만은
아니라는 항변까지 한꺼번에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주말이면 한없이 뒹굴고 싶어하는 남편, 모든 피로를 잠으로만 풀려고 하는 남편 때문에
결혼 기간 내내 속을 끓였다. 애들이 없다면, 혹은 애들이 다 커서 내 손을 덜 탄다면
남편이 반나절을 이불에서 뒹굴건 말건 상관없다. 그러나 결혼 10년 동안 늘 어린 아이가
우리에겐 있었다. 지금껏 나는 젖을 먹이는 엄마고 어른의 돌봄과 시중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지
않은가. 주말에 잠 하나 느긋하게 못 자냐고 억울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그런 늣잠 한 번을
나는 10년 간 누려보지 못했다. 엄마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신은 주말이면 늘 나보다 더 일찍자고, 나보다 더 많이 자지 않는가.
당신한테 늦잠이 필요하다는거 알아서 이만큼이나 이해하고 그 시간동안 나 혼자 애들 셋 감당해
온 건데 왜 나는 그런 배려를 당신한테 기대할 수 없는거냐고 소리지르고 싶었다.

불같이 화가 나다가 남편이 딱하기도 했다.
저렇게 오래 있으면 나중엔 어떻게 수습을 하려나. 점심상엔 무슨 낮으로 앉으려나. 계속
자존심 내세우고 화내다가 점심까지 굶으려나?
11시쯤 다시 밥을 데우고 국을 데워 남편을 불렀다.
'밥 먹어. 배 안고파?
정말 애 써서 다시 이정도에서 그만 끝내자는 신호였다.
그러나 남편은 '안먹는다고 했잖아!' 또 버럭 소리를 지르곤 요지부동이다.

아아.. 어리석은 사람같으니..
그냥 이정도에서 못 이기는 척 밥상에 앉고 마누라랑 소용없는 싸움을 끝낼 것이지
결국 또 이렇게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네..
 
부부싸움을 해도 남편은 늘 입을 다무는 것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한다.
같이 질러대지 않으니 싸움은 늘 내 속을 내가 다 토해놓고 나 혼자 삭이고 푸는 것으로 끝나 버린다.
내가 먼저 말을 걸고, 내가 먼저 화해의 제스추어를 취해야 남편은 입을 연다. 글 그랬다.
이번에도 내가 그런 상황까지 만들어서 남편이 아이들과 내 앞에서 덜 무안하게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하나. 이런 노력도 늘 내 몫이어야 하나..

마음속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온갖 감정들을 혼자 분석하고, 폭발시키고, 따져보고, 가라앉히면서
쉼없이 집안일을 했다.
오후 12시가 지나고, 1시가 다 되어 가도록 남편은 꼼짝을 안 한다. 처음엔 그냥 자는 척 하고
있나 했더니 잠시후에 가보니 남편은 코까지 골고 있다.
그래.. 밥 보다 잠이 더 고픈 거.. 이해할 수 있다. 나도 그런 적 많았으니까.. 물론 한 번도
잠을 선택할 수 없었지만.. 한 끼 정도 거르고 마냥 자고 싶은 마음.. 그래, 그럴 수 있다.
이렇게 일요일 반나절이 다 되도록 이불에 누워 있어본 적은 없었지. 결혼 10년 만에 휴가 얻은
셈 치자. 나는 결코 누려 본 적 없는 휴가지만..

 

오후 1시가 넘어 점심을 차렸다.
필규와 윤정이를 불러 아빠를 깨우라고 일렀다.
두 아이들은 누워 있는 아빠에게 매달려 '아빠, 그만 일어나세요. 아침도 안 먹었잖아요.
배 고프잖아요. 밥 먹고 다시 또 주무세요. 어서요' 한다.
참 착한 아이들이다. 저희들이랑 놀아주지 않는다고 탓하지도 않고 아빠 배고픈 걸 더 걱정하다니..
'어서 일어나요. 당신이 와야 애들이랑 나도 밥 먹지'
나도 이렇게 얘기했다. 마음이 풀려서가 아니라 이렇게 해야 남편이 일어날것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한참 뜸을 들이다가 마침내 못 이기는 척 밥상에 앉았다.
남편이 밥을 뜨는 것을 본 후에야 나도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필규야, 수면병 옮기는 파리가 뭔지 아니?'
'아, 알아요. 체체파리'
'맞아. 아빠가 지난 일주일간 전라도로 출장 다니는 동안 체체파리에 물린 모양이야.
엄마는 아빠가 수면병에 걸린 것 같애. 어제밤 부터 오늘 오후 한 시까지 아빠가 잔 시간을
따져보니까 열 다섯 시간도 넘더라? 수면병이 아니면 그렇게 오래 잘 수 있겠어?'
'정말 그러네요. 와, 열 다섯시간..아빠는 수면병에 걸렸나봐요'
필규는 웃었다.
남편의 입에서도 비실 비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도 웃었다.
'내가 분노를 이렇게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걸 다행으로 알아'
웃으면서 눈가에 눈물을 닦았다.
아이들한테는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나오는거라고, 눈을 그냥 비볐는데 손에 양념이 묻어 있어서
그게 눈에 들어간 모양이라고 둘러댔지만 오전 내내 나 혼자 쌓아 올린 분노가 안스럽고
또 이렇게 내가 풀고 넘어가는 상황이 서글퍼서 나오는 눈물이었다.
'엄마는 아빠가 하도 안 일어나서 처음엔 화가 났는데, 나중엔 하도 안 일어나닌까
병에 걸린 줄 알았잖니. 엄마 같으면 배 고프고 허리 아파서라도 일어났을텐데...'
'아빠는 자는거 좋아하잖아요'
'그럼 그럼.. 엄마도 이 담에 언젠가 일요일 아침에 열시가 넘었는데도 일어나지 않고 계속 이불에
누워 있으면 수면병에 걸린 줄 알아. 엄마도 가끔은 밥도 안 먹고 오래 오래 늦도록
자고 싶은 일요일 아침이 있다는 것도 알아주고.. 그럴땐 엄마 깨우지 말고
니가 밥 챙겨 먹고 동생들도 좀 챙겨줘, 알았지?'
'네. 그럴께요.

나는 아들을 향해, 사실은 남편 들으라고 하는 말들을 이렇게 늘어 놓았다.
아들은 씩씩하게 그러마고 대답했다. 내 귀엔 아들의 대답이 '그래도 엄마는 안 그럴꺼잖아요'로
들렸지만..

 

밥 한 그릇을 비우고 남편이 개들 밥 챙겨주러 마당에 나갔을 때 나는 필규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엄마 때문에 화나 나서 이렇게 오래 누워 있었잖아. 엄마도 그만큼 아빠한테 화가 났었어.
그렇지만 너희들 듣는 앞에서 아빠에게 큰 소리치고, 더 비난하고, 굶든 말든 신경 안 쓰는 모습
보여주면 필규가 아빠를 존경할 수 있겠어? 엄마가 아빠를 그렇게 만들면 안 되잖아.
니가 아빠를 무시하게 되는 걸 엄마가 절대 원하는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어른이 되면
자기 기분대로 할 수 가 없는거야. 특히 부모가 되면 그 그렇고.. 내 아이들이 보고 있으니까
내 기분내키는대로 화 내서도 안되고, 그럴 수 도 없고...
필규도 이 담에 여자친구가 생기거나 하면 절대로 다른 사람이 듣는 앞에서 상대방을 함부로
비난하거나 하면 안돼. 그런 건 둘 만 있을때 하는거야. 알았지?'
'네..'

그래.. 부모가 되서 자식이 보고 있으면 내가 화 난나고 내 맘대로 할 수 없더라.
나는 이런것까지 염두에 두려고 애쓰는데 저 사람은 언제 그런 걸 좀 알아줄까.

 

반나절을 자고 일어난 남편은 점심을 먹고 나서 마당부터 시작해서 현관이며 내가 청소하다 둔

집안의 절반을 먼지 하나 없이 말끔히 청소했다.

마누라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그렇게라도 갚아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미안해 할 거면서 똥고집은....

 

남편도 내게 화 나는 일이 많겠지.
그걸 나처럼 일일이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라 더 많을 지도 모르지.

파워블로거네, 글을 쓰네 하는 잘난 마누라는 집에서 종일 아이 돌보느라 늘 힘들다 고생한다로 어마어마하게 무장하고 있으니

어쩌다 자기도 힘들고 어렵다는 것은 명함도 못 내밀게 만들고, 늘 아이들에 밀리다보니 더 말이 없게 되었을지도 모르지.

그래... 남편도 애쓰고 힘들지, 그렇겠지...
그래도 남편이 아팠던 2주 내내 또 반나절까지 누워 있던 일요일 내내, 나는 남편이 어떻게든
뒷감당을 해주는 마누라가 있으니까 그렇게 행동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 가 없었다.
자기가 누워 있어도 마누라가 애들 챙겨 주니까 그럴 수 있는거다.
자기가 아니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절대 그럴 수 없겠지. 배고프다고 징징대로 놀아 달라고
매달리는 애들이 있는데 자기밖에 없다면 절대 그렇게 할 수 없겠지.
그래.. 마누라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마누라가 해 주니까..

 

똑같이 부모지만
나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늘 내 온 몸과 마음을 다 긴장시켜서 살고 있는데
가끔 남편까지 나를 의지하고 내게 미루는 것을 느낄때면 나도 속상하고 슬프다.
내가 얼마만한 노력과 얼마만한 의지를 기울여 이렇게 버티어 오는 것인지 아직까지 몰라 주는 것
같아서..
정말 내가 크게 아프기라도 하면 어쩔려고, 이다지도 나를 믿는 것일까.

10년을 함께 살면서 세 아이를 낳아 이만큼 키워 왔지만 남편과 내 사이는 여전히 삐걱거리고
가끔은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야속함이 넘쳐서 이렇게 폭발을 하기도 하니....
서로가 제일 힘이 되어주고, 서로에게 가장 큰 위로를 받아야 하는게 부부인데 우린 한참 먼 모양이다.
애틋하고 고마울 때도 있고, 없어서는 절대 안 되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가끔은 징글 징글하게
밉기도 한 남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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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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