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2일 셋째 딸을 무사히 출산하고 7개월여 만에 복귀했습니다. 지난 육아휴직 기간은 세 아이를 돌보는 일이 녹록치 않은 일임을 몸소 깨닫는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베이비트리 인기 필자이신 신순화님, 그리고 육아를 전담하는 전업주부들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답니다. 이제야 출산 및 육아 이야기를 올리게 되어 죄송합니다만,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분발할께요... ~~
 
 첫 이야기는 셋째 출산기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4.19kg의 여자아이를 무통, 자연분만으로 낳았답니다. 출산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 셋째 출산을 앞두고...
 
 출산 경험이 많다고 해서 ‘출산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경험’과 ‘기억’이 두려움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내 경우 특히 더 그랬다. 막 36주차를 벗어났을 때, 둥이(셋째 태명)의 예상 체중은 꼭 3.6kg을 찍었다. 그래서였을까? 임신 기간 내내 힘들었다. 치골 통증이 너무 너무 심했다. 원인이 바로 둥이의 체중이었던 셈이다. 37주차 마지막 정밀초음파 결과지가 나온 뒤 나는 “초음파 상에서 ±500g의 오차가 있다.”는 주치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이런 상태라면 출산예정일이 되면 4kg 넘을 것 같은데, 자연분만 할 수 있을까요?” 불안감을 내비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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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8월11일 39주0일 정기검진
 
 첫쨋딸 3.59kg, 둘쨋딸 3.765kg. 자랑 같지만 모두 무통 자연분만으로 특히 진통이 5분간격으로 시작된 뒤부터는 진행도 빨라 입원 7~8시간 만에 아이를 순풍 낳았다. 첫째 때는 밤 8시께 입원해서 새벽 5시18분에 낳았다. 당시 초산이었음에도 “진통을 왜이리 잘 참냐?”며 간호사 선생님과 시어머니 모두 놀랄 정도였다. 둘째 역시 이른 새벽에 진통이 왔고, 태연하게 큰 아이를 시댁에 맡긴 뒤 오전 8시께 병원에 입원해 오후 1시40분에 낳았다.
  하지만 셋째 출산을 앞두고는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덜컥 겁이 났다. 38주차 쯤에 빗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은 이후로 치골 통증이 너무 심해진데다, 막달이 돠자 태아의 몸무게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짬이 날 때마다 노트북으로 핸드폰으로 ‘거대아 출산기’를 검색해 읽으며 긴장감을 풀었다. 다행히 4kg이 넘는 태아를 순풍 낳은 엄마들의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내 경우 39주차(2011.8.11) 초음파 결과 예상체중 4.2kg이 나왔는데, 이보다 더 체중이 무거운 태아를 자연분만으로 낳은 엄마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다. 그 사람들처럼 순산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주치의는 내 출산 능력(?) 나보다 더 자신하고 있는 것 같아 불길하다. 결국 39주차 정기검진 때 의사에게 불만을 표출하고야 말았다.


 “아이가 너무 큰데, 예정일보다 먼저 유도분만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내가 지레 겁을 먹은 것과 달리 주치의는 눈도 꿈쩍 안했다. 오히려 단호한 어조로 내게 충고했다.
 “첫째, 둘째 다 크게 잘 낳으셨잖아요. 아이는 출산예정일에 맞춰 나오는 게 가장 건강하고 좋은 거예요. 예정일까지는, 진통 올 때까지 기다려봅시다.”
 ‘의사샘이 나를 완전 인간 마루타로 생각하는 거 아냐? 아니면 거대아 자연분만 성공사례를 한 건 더 만들고 싶은 건가?’
 하지만 이러한 불안감도 잠시뿐. 워낙 깜빡 잘하고 ‘잘 될거야~’라고 넘기는 성격탓이다. 정기검진이 끝나자마자 남편과의 오붓한 데이트 생각으로 들떴다. 출산예정일까지 정확히 일주일이 남았음을 감안, 남편과 오붓한 데이트를 즐겼다. 을밀대에서 점심으로 냉면을 먹고, 시원한 라떼를 마셨으며, 마침 이날 개봉한 영화 <활>을 관람했다. 저녁에는 첫째 둘째 딸과 함께 외식까지 풀코스!!
 
 * 2011년 8월12일 금요일 낮. 39주1일
 
 둥이와 텔레파시가 통했던 것일까? 출산 전에 하지 않으면 안될 일(?)들을 11일 끝내고 나니, 거짓말처럼 진통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부터 아랫배가 ‘쏴~’ 한 것이…. 결국 진통 때문에 잠을 설치고야 말았다. 두번의 경험에 비춰보건대, 오늘 내일 중으로 아기가 나올 것 같다. 아래가 묵직한 것이, 그리고 진통에서도 근래에 찾아오던 가진통과는 확연하게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올 것이 왔군!’
 각오하고 있던 것이지만, 진통이 찾아오면 두려움이 엄습한다.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에게 “진통이 온 것 같다. 오늘 밤에 병원에 가야할지도 모르겠다”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뒤, 입원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진통 간격이 조금씩 줄고 있다. 베이비트리 기획자인 노경 선배가 퇴근 뒤 둥이에게 줄 내복 2벌을 사들고 우리집에 들렀을 무렵인 5시쯤에는 5분, 7분, 4분, 8분…. 진통이 5~10분 간격으로 찾아왔다.
 “선배가 가고 나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요. 오늘 밤 입원. 하하. 이런 인연도 있네요.” 이렇게 말하고 난 뒤 남편에게 전화. “일찍 퇴근해. 진통이 와서 애들 곧바로 시댁에 맡기고 병원 가야 해.”
 
 * pm7:30
 
 퇴근한 남편과 두 아이들과 함께 시댁으로 고고씽~ 시어머니께서 “아기 낳을 때 힘 빠지면 안된다”며 저녁밥을 챙겨주셨다. 밥과 콩나물밥. 김치. 기왕이면 더 영양가 있는 음식이었으면 좋았으련만~ 고기?? 진통이 수시로 오는 탓에 밥 먹는 중간중간에 ‘으~’하면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대충 반공기를 비웠다. 밥을 먹고, 이래저래 하다보니 8시30분. 진통간격이 3~5분으로 단축됐지만, 병원에 일찍 도착해 침대에 누워 여러 시간 진통을 참아내는 것보다 진통을 참을 만큼 참고 가는 게 낫기에 일부러 서두르지는 않았다. 다행히 진통은 참을만 했다. 이것도 면역이 되서 그런가? 아이들한테 “동생 낳으러 간다”고 설명한 뒤 병원으로 출발.
 
 * pm9시


 30분 만에 병원 도착. 진통 간격은 여전히 3~5분. 간호사선생님이 내진을 해보더니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벌써 50%나 진행이 되었네요~ 자궁문이 5cm나 열렸어요. 빨리 이 곳으로 갈아입고 입원 수속 하세요.” 침대에 눕자마자 진통체크기와 태아 심장박동기를 배에 두르고 끝.
 “관장 안해요?”
 “진행이 많이 되어서 지금 관장 못해요. 경산부라 진행이 빨라 언제 애 나올지 몰라요. 화장실에서 애 낳고 싶으세요?”
 “아이 낳다가 실수하면 어째요?”
 “괜찮아요...^^”
 그럼에도 마음은 영 찜찜. 진통이 오는 중간에도 애 낳으면서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이 불안감. 진통간격은 여전히 3~5분 사이. “무통분만 할 거냐?”고 간호사가 물었다. 한참을 망설이다 동생한테 “무통 하지 말고 아기 낳아. 별 거 아냐. 무통분만 안하고 낳는 게 아이한테도 좋아”라고 당당하게 충고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 덕에 나보다 석달 빨리 출산을 한 동생은 무통 자연분만으로 사내아이를 낳았다. “안하겠습니다. 첫째, 둘째 모두 그냥 낳았어요.”
 
 * pm10:00
 

   당직 의사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내진을 하더니, 거의 다 진행되었다면서 양수를 터뜨리고, 내 오른쪽 다리를 선생님 배에 붙이게 한 뒤 자꾸 힘을 주라고 한다. 그러면서 내진. 진통에 폭풍 내진에, 힘주기에... 힘이 좌악~ 빠졌다. 힘주기를 하필이면 진통이 올 때 하란다. 진통을 참는 것도 힘든데 힘까지 주라니! (관장을 안했으니,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 저녁밥 괜히 먹었다 ;;) 분명 아직 아기는 밑으로 내려온 것 같지 않은데, 왜 자꾸 힘을 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이를 힘주기로 내려오게 하려는 것 같다. “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아파요.” 하면서 의사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기를 10~20분 남짓 했나? 주치의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자~ 이제 아이 낳을 거예요. 힘주세요라고 할 때 힘주세요.”
 “아 이제 고통~  끝이구나!”
 그리고 10시30분, 드디어 둥이가 세상에 나왔다. 4.19kg의 건장한(?) 여자아이. 간단한 처치를 마친 뒤 내 품에 안긴 둥이는 갓 태어난 직후임에도 얼굴 크기와 덩치가 100일 된 아이 같다. 그리고 너무너무 못생겼다. 태어난 아이의 얼굴을 보고 나면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황홀경에 빠진다는데 오히려 정신이 말짱하다. “왜이리 못생겼지~ 물에 퉁퉁 부은 것 같아. 그리고 너무 무거워~” 남편에게 투덜댔다. 아이를 볼 때마다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병원에 입원한 지 1시간30분만에. 남들은 모두 “대단하다”고 했지만, 난 그 1시간30분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오히려 첫째, 둘째처럼 진통을 참으며 분만을 하는 게 낫지, 인위적으로 힘주기를 해서 아이를 낳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의사 선생님 말로는 “태아의 초음파상 체중 때문에 그런 거다”라고 설명해 주셨다.
 
 의사선생님께서 후처치를 하는 동안 나는 핸드폰을 꺼내들어 가족들한테 출산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지인들한테 문자메시지를 돌렸다. 첫째 둘째 때는 태어난 아이의 얼굴을 본 뒤 천국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후처치의 기억이 전혀 없었다. 그냥 편히 쉬었다는 느낌뿐. 그런데 이번에는 출산 뒤 자궁에 남은 피 등을 빼내는 후처치가 진통보다 더 고통스럽다. 아무래도 못생긴 둥이 때문인 듯 하다. (날 닮았다... 쩝~) 둥이를 본 순간 출산의 기쁨도 잠시, 현실 속 고통이 파고들었다. 출산 후의 고통보다 더 속상하고 안타까운 건 세 딸 중에 둥이가 가장 나를 많이 닮았다는 점이다. 얼굴뿐 아니라 체형까지. 점점더~ 셋째 딸은 다들 가장 예쁘다던데...

 

 

  

--- 다음편에 이어서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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