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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마을에 조합이 만들어진 것이 작년 1월이었다.

작은 공간을 얻어 유기농 반찬가게를 열기도 하고, 마을 식당을 운영하기도 하면서

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각종 동아리 활동, 다양한 모임들을

이어오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사건들을 겪어야 했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갈등을 빚고, 마음이 안 맞아 떠나기도 하면서 조합은

조금씩 조금씩 마을 안으로 스며들었고, 마침내 올 봄에는 작은 공간을 벗어나

조금 더 큰 공간을 얻게 되었다.

조합원들이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얻거나 후원을 받은 물건들로 꾸몄던 공간은

경기도에서 주관하는 마을 공동체 사업을 지원받아 새롭고 멋진 공간을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작은 주방도 있고, 작은 사무 공간도 생겼고, 아이들 놀이방에, 미닫이 유리문을 열면

교육실과 홀이 넓은 강당으로 합해져 제법 큰 모임들도 가능하게 되었다.

조합 공간은 '뜨락'이라는 예쁜 이름을 얻어 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모임 공간과

아이들의 교육, 놀이, 동아리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조합이 이렇게 자리잡기까지 수많은 마을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 헌신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나도 1학기에는 매일 조합에 출근하다시피 하며 일을 거들기도 했다.

이제 조합은 '뜨락'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다양한 모임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장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토요일에는 마을 조합이 만들어지고 처음으로 '조합원의 날' 행사가 열렸다.

조합에 가입해서 서로 다른 활동을 하면서도 함께 모여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드믈었던 차에 한 달에 한번씩 조합원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누고

즐겁게 놀 수도 있는 그런 자리를 갖기로 한 것이다.

 

마을잔치.jpg

 

조합에서는 밥과, 국을 마련했고, 모임에 참여하는 마을 사람들이 한가지씩

함께 나눌 음식을 가져와 모두가 즐겁고 맛있게 먹었다.

 

마을잔치 9.jpg

 

이날 잔치를 위해 마을 술 동아리에서 막걸리 한 통을 빚어 내 주어서

큰 인기를 모았다.

첨가물 없이 곡물로만 만들어진 막걸리는 마을 잔치때마다 큰 사랑을

받을 듯 하다.

술이 있었지만 누구도 비틀거리도록 취하는 일 없이 즐겁게 나누었다.

 

마을잔치 5.jpg

 

초대손님으로 모신 '안준모'님께서 유익한 강의와 멋진 아코디언 연주를 들려주셨는데

아이들도 들썩 들썩 춤을 출 만큼 흥겨운 자리였다.

 

마을잔치 8.jpg

 

아이들은 놀이방과 강당을 오가며 마음껏 뛰어 놀았고, 어른들과 함께

공연을 즐겼다.

마을 노래 모임 회원으로 활동중인 나는 이날, 이문세의 '이세상 살아가다 보면'을 비롯한

세 곡의 노래를 회원들과 함께 불렀고, 이룸이가 맑고 이쁜 목소리로 내 옆에서 같이

노래를 불러주어 정말 흐믓했다.

 

마을잔치 3.jpg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남편은 마을 사람과 함께 주방에서 설거지를

해 주었다. 행사가 있을때 마을 주방은  힘 좋은 남자들이 설거지를

도맡아 준다.

 

마을잔치 4.jpg

 

부모를 따라 마을 행사에 드나드는 것에 시들해진 나이가 된 필규는

처음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따라와서 내내 툴툴 거렸지만

마을 사람들이 준비해 온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기분이 풀리더니 실컷 먹고

놀이방에서 만화를 보는 동안 기분이 좋아졌다.

엄마가 노래 공연하는 모습도 제대로 안 본 녀석이 나중에는 내 옆에 와서

안기고 부벼대며 어찌나 살갑게 굴던지 역시 사내아이들은 일단

맛난 음식으로 배 부르게 해 줘야 하는구나.. 새삼 깨닫기도 했다.

 

마을잔치 6.jpg

 

잔치에는 역시 마을 재주꾼들이 빠질 수 없는 법, 안준모 님의 아코디언 반주에

맞춰 한 조합원 부부가 심수봉의 노래를 아주 멋들어지게 불러주어 큰 박수를 받았다.

 

마을잔치 7.jpg

 

공연이 끝난 후에도 모임은 오래 이어졌다.

탁자마다 함께 어울린 마을 사람들의 정담이 즐겁게 오고 갔다.

한 공간에 남편과 아내와 아이들이 이웃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먹고 마실 수 있는

이런 자리를 다른 곳에서는 쉽게 누릴 수 없다.

건전하고, 즐겁고, 안전하고, 적당한 시간에 끝나는 이런 모임이야말로

마음 편하게 누리며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2년 동안  크고 작은 많은 활동들을 해 오고 있지만 아직도 조합을 모르는

주민들도 많이 있고, 조합에 가입하더라도 열성적으로 참여해서 돕는 조합원들은

소수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마을안에서 목소리를 내며, 마을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노력들이 마을 사람들을 함께 모으게 하리라고 믿고 있다.

 

큰 아이는 마을 야구 동아리 회원으로, 큰 딸은 생태 동아리 회원으로 활동중이고

나는 매주 수요일 저녁 노래 모임과 기타 모임, 그리고 2주에 한번 토요일 오전 7시부터

두시간동안 열리는 독서 모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은 직장때문에 동아리 활동은 못하지만 조합에 행사가 있을때마다 기꺼이

함께 해 준다.

 

동창회도 있고, 갖가지 동호회도 있지만 제일 좋은 것은 내가 사는 마을에

좋은 모임이 있고,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하는 일일 것이다.

아이와 어른들이 마을에서 배우고, 마을에서 놀고, 마을에서 즐거울 수 있는 그런

공동체를 위해 작은 노력이나마 돕고 싶다.

 

첫 조합원의 날은 풍성한 웃음과 이야기를 남기고 끝났다.

한 달에 한번 마을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벌이는 동네..

정말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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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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