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37b2566b1665d3433d710f0b44a3317. » 수아와 나



“아비도 어릴 때, 그림을 그렇게 잘 그리더니. 얘도 소질이 있네.”



“노래를 잘했던 엄마를 꼭 닮았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의 성향이나 습성을 아들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되었을 때 주로 쓴다. 그런데 나는 요즘 내 딸들을 보며 ‘모전여전’이란 말을 실감하고 있다. 아무리 배가 아파 낳은 딸이라지만, 어쩜 그렇게 인상착의부터 성격까지 고스란히 빼다 박았는지.





 특히 6살 난 큰 딸이 외모 면에서 나를 더 닮았다. 남들도 그렇게 얘기한다. 동글 넙적한 얼굴, 작은 눈과 납작한 코. 유독 짧은 새끼손가락과 안짱걸음……. 특히 걷는 모습은 완전 판박이다. 제발 이런 것들까지는 닮지 않기를 바랐는데. (내 딸만큼은 미스코리아나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나갈 외모와 몸매의 소유자이거나 탤런트가 될 정도의 미모의 소유자일 거라고 굳게 믿고 싶었건만.)





외모야 얼쩔 수 없으니 그렇다 치고. 나를 더 깜짝 놀라게 하는 것 큰딸 수아의 성격과 습성이다. 내 어릴 적 성격과 매우 유사하다. 심지어 내가 ‘대물림되지 않았으면 했던’ 못된 성격들만 고스란히 빼다 박았다. 소심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 하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그 분을 삭이지 못하는 그 고약한 성격까지 말이다.





어릴 적 친정엄마가 나한테 가장 많이 한 말은 ‘바보 같다’는 말이었다. “○○는 저렇게 앞에 잘 나서고, 어른들한테도 싹싹하게 말도 잘하는데 너는 바보 같이 그게 뭐냐?” 엄마는 늘 밝고 쾌활하지 못한 내 성격이 불만이셨다. 특히 한 동네에 살았던 미란이란 아이는 이웃 아주머니들한테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장난도 치곤했는데 그 아이 칭찬을 유독 하셨더랬다.



아마 당신 생각에 저런 애가 나중에 커서 사회생활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염려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내가 내 딸한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바보 같이!’라는 말이다. 아파트 같은 동에 살아 수시로 만나는 이웃 어른들한테 인사는커녕 만나기만 하면 내 뒤로 숨기 일쑤다. 놀이터에서 만날 만나는 친구들, 언니, 오빠인데도 매번 처음 만나는 양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내가 수아의 손을 잡고 그 아이들한테 가서 “얘들아! 수아도 같이 끼어줘!”라고 말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수아는 처음에는 쭈뼛대다가,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아이들과 잘 어울려 논다. 그런데 수아는 늘 친구들과의 첫 대면을 잘 해내지 못한다. 나도 어릴 때 그랬는데 말이다.



수아는 또한 나의 가장 못된 성격 중의 하나를 본받았다. 그것은 바로 ‘제 분을 스스로 삭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내 성격은 나를 수시로 봐온 직계가족과 남편 정도만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컴퓨터에서 무선인터넷이 잘 잡히지 않았을 때, 줄넘기를 하는데 줄이 계속 걸릴 때, 매니큐어를 바르는데 맘처럼 예쁘게 발라지지 않을 때……. 이처럼 사소한 일들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성질을 내거나 울음을 터뜨리곤 하는 성격 말이다. 사실 그렇게 화낼 일도 아니고, 그냥 다시 시도하거나 ‘잘 안 되네?’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그걸 참지 못하는 거다. 그래서 안 되는 그 순간, 상태를 스스로 견뎌내지 못하고 폭발하고 마는 것.



수아 역시 그렇다. 혼자 엄마를 도와준다며 신발을 정리하는데 신발장에서 신발이 계속 떨어질 때, 서랍장에 옷을 넣고자 하는데 잘 안 넣어질 때, 가위질을 하는데 뜻대로 안된다거나 색칠공부를 하는데 맘처럼 예쁘게 칠해지지 않을 때……. 반드시 운다. 어쩔 때는 손에 갖고 있던 물건들을 내던지기까지 한다.



남편은 이런 딸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못된 엄마 성격을 꼭 빼다 박아서…….”





근데 소극적이고, 화를 삭이지 못하는 이런 성격들은 이제 갓 20개월을 넘긴 둘째딸에게서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벌써부터 두유를 달라고 했는데, 내가 곧바로 가져다 주지 않는다거나 물을 달라고 했는데 안 줄 때, 집 밖에 나가자고 손가락질을 내내 했는데 들은 체도 하지 않을 때,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왔는데 무시할 때 반드시 성질을 낸다. 자기 자신이 다칠 것은 생각도 안하고 뒤로 나자빠져서 큰 소리로 운다거나 나를 손으로 때리면서 울음을 터뜨린다. 너무 울어서 목이 쉬어버린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불행하게도, 이 못된 성격은 큰 아이보다 둘째 아이한테 더 많이 대물림된 것 같다. 쩝~





 정말 ‘모전여전’이 따로 없다.





 그럼에도 난 내 딸들을 사랑한다. 못난 외모와 몸매를 가졌어도 이 땅에서 기죽지 않고 우리 딸들이 충분히 기죽지 않고 살아갈 것이라 믿고, 철들어가면서 소극적이고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는 나쁜 성격들을 철이 들면서 스스로 이성적으로 고쳐나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물론 지금도 성격 면에서는 부족한 면이 많고, 고쳐야 할 점도 많아 하루하루 반성하며 더 나아지도록 고쳐가고 있는 중이다. 



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지금 인생을 배우며 점차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못된 성격들을 고치는 것부터 딸들의 교육을 위해 말투며 행동하나 하나 조심하고, 나보다 약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을 한번 더 배려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의 허물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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