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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생협 행사장 모습. 소비자들의 공동구매계약으로 생산자가 안정된 환경에서
신뢰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생산하도록 돕는 유통구조를 만들기 위해, 조합원들 스스로가 경영, 관리, 홍보
다방면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주말, 내가 가입해 있는 일본의 한 생협 단체에서는 1년에 한번 있는 중요한 행사를 치뤘다.
해마다 이맘때면 조합원들이 행사장을 직접 방문해
운영진과 함께 생협에 대한 의견이나 소비재에 대한 새로운 정보 등을 나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은, 각 가정에서 소비하는 1년치의 쌀을 연간계약 맺는 것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주식이 되는 쌀을, 소비자들이 수확 전에 미리 얼마만큼 사겠다는 약속,
그것도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이런 활동이 우리 생협에서는 지난 40여년동안 이어져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이런 신뢰와 안정된 관계는
생산자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도 항상 일정한 가격으로
좋은 쌀을 공급받을 수 있는 구조를 확실하게 구축하게 되었다.

농부들의 생산환경이 안정되고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면,
농약사용 등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좀 더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실험적인 시도가 가능해 진다.
우리 가정도 벌써 14년째 이곳에서 연간계약으로 쌀을 받아 먹고 있는데
매달 주문해서 사먹는 것보다, 연간계약을 하면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아마 이런 공동구입과 1년계약의 시스템이 없었다면, 이렇게 질좋은 먹을거리를
지금보다 몇 배는 비싼 가격으로 사먹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행사들을 여는 주체도 자원봉사자(이 역시, 조합원들)들이 스스로 모여 운영진이 된다.
매년 그래왔듯, 나도 이번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는데
다른 일반적인 생협에 비해 인원수는 적지만, 그래도 늘 이런 행사 때마다
주부의 제대로 된 소비만으로도 세상이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기쁘고 즐겁고 배우는 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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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엄마들이 행사에 참여하는 동안, 아이들은 따로 마련된 보육실에 모여 논다.

아이들을 돌봐주는 분도 역시 생협 조합원이며 자원봉사로 참여하신다.

대부분 폭풍육아시기를 다 끝내신 50대, 60대 분들인데
아이들을 대하시는 태도가 젊은 엄마들보다 훨씬 여유로우셔서

행사 도중 짬짬이 아이를 보러 가보면 저절로 엄마 미소를 짓게 된다.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처음 만났음에도 금방 친해져 같이 놀고 간식을 먹는다.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하는 말은 늘, 

"더 놀고 싶었는데..."


엄마는 뭔가 의미있는 만남과 일을 해서 좋고, 아이는 그동안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만날 수 없는 친구들, 어른들과 잠시나마 교류할 수 있으니 늘 이곳의 만남은 신선하다.

엄마들이 좋은 일에 좀 더 많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엄마뿐이 아니라 아이도 함께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걸

이곳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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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 친구들과 지난 몇 년동안 된장을 함께 담아오다가

모임 엄마 한 명이, "우리 콩도 직접 키워보는 거 어때??"하는 제안을 했는데

밭을 알아보다가 각자 사는 곳과 너무 멀어서 올해는 일단,

각자 집에서 실험적으로 조금씩 키워보기로 했다. 

심은 지 일주일만에 싹이 났다며 친구들이 사진을 찍어 핸드폰 문자로 보내오는 요즘,

우리집도 좀 늦었지만 이번주엔 심어볼 참이다.

이제 농부우경님께 자문도 구할 수 있으니 너무 든든하고 좋다.

베이비트리에도 이제 전원일기 열풍이 불려나..^^

위 사진은 우리 생협 회원 중의 한 아이가 그린 그림. 제목은 <콩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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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효리의 블로그가 화제인가 보다.

그녀를 둘러싼 많은 말들이 있지만,

그래도 나는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지금의 이효리가 참 보기 좋다.

어쩌면 인기와 부유함의 극에 다다른 연예인이 이제는 자연주의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멋부리기를 하는 것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녀처럼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좀 더 새로운 삶의 모습을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소비적인 삶 외에도 다른 재미있는 것들이 우리 삶 곳곳에는 많다는 것을,

우리 여자들이 소비의 방식과 태도롤 어떻게 선택하는가에 따라

세상은 어마어마하게 바뀔 수도 있다는 걸, 직접 나서서 보여주는 유명인들이 더 많아졌음 좋겠다.

지난주였나. 이효리가 면생리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은 정말 압권이었다.

얘가 그냥 멋있는 척 흉내내는게 아니구나 하는게 느껴졌는데


가장 재밌었던 건 <면생리대 주의사항>에 대한 깨알같은 문구^^


"빨 때 아무도 모르게 빨아야 함.
남편이나 가족들이 보면 무서워함.
특히 밤중엔 조심."

ㅋㅋㅋㅋ

아.. 귀여워라. 효리가 엄마가 되면 또 얼마나 변하고 성장하게 될까.

이 뜨겁고 깊고 험난한 세계를 어떤 말들로 들려줄까. 기대된다.

헬렌니어링의 책을 읽고, 면 생리대를 강추하는 연예인이 등장했다니!


여자들과 엄마들이 바뀌면,

정말 세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는 월요일이다.

착한 소비만으로도 내가 사회를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엄마인 우리는 이미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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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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