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이 오면
첫째가 6학년, 둘째가 1학년이 된다.
초등 교육의 시작과 끝을 올 한 해동안,
두 아이를 통해 동시에 경험하게 되었으니
엄마인 나로서는 정말 의미있는 1년이 아닐 수 없다.
큰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뒤 보낸 지난 5년은
아이도 나도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겪은 시간이었다.
첫째를 키우면서 겪은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찬찬히 돌아보며
둘째 아이의 입학을 앞둔 요즘, 엄마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시 새롭게 다지고 있다.
첫째가 입학할 때는 잘 몰랐지만
저학년에서 고학년까지 키우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육아의 성공 여부는 결국 아이와의 관계맺기에 달린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하면서 갖추기를 바라는 요소들,
예를 들면 공부에 대한 의욕, 성실함, 규칙적인 생활습관, 적극성, 사회성 등등
이 모두를 자발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은
결국 부모가 아이와 오랜 시간에 걸쳐 맺어온 관계의 깊이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파브르는 곤충기뿐 아니라 식물기를 쓰기도 했는데
그의 식물기에 보면 이런 표현이 나온다.
"양파는 저금을 많이 한 부모같다"
양파의 껍질 하나하나가 쌓이고 쌓여 단단한 알뿌리 식물이 되는 것처럼
좋은 육아란, 그렇게 아이와의 관계를 차곡차곡 저금해가는 일이 아닐까 싶다.
지루하고 피곤하고 힘든 긴 육아의 순간순간들을 현명하게 겪어내며 쌓아온
그런 깊은 관계의 힘이 만기적금을 타듯, 제대로 발휘되는 게
아이가 초등 고학년 시기인 셈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의 학교생활이 시작된 후,
가장 갈등하고 불안하게 되는 이유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필요 이상의 정보와
남의 집 아이에 대한 소문과 이야기들 때문이다.
"우리 아이의 리듬보다,
남의 집 아이 리듬을 파악하고 따라가는데 더 열을 쏟는 엄마들"
이란 어떤 잡지에서 읽은 표현이 꼭 내 이야기 같기만 해, 속이 뜨끔해진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주변의 정보와 흐름도 사실 무시할 수 없는지라
다 따라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듣고 참고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다 지나고 보면, 가장 필요하고 그때 꼭 했어야 할 일은
내 아이의 성향과 리듬을 잘 관찰하고,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란 걸 깨닫게 된다.
아이들의 지능, 감성, 인성 등 모든 역량은
부모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가장 폭발적으로 발달한다고 한다.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갈등을 겪는 일이 있을수록
아이의 어떤 부분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때일수록
그 해답을 외부에서 찾지말고, 나와 아이와의 관계를 더 깊이 만드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으면 한다.
가정에서 부모와 쌓은 그 정서적인 풍요로움으로
위기의 순간이나 도전해야 할 과제들을 자신있게 풀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시대의 엄마는 아이를 잘 키워야 하는 과제에 덧붙여
자신까지 키워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부담스러워 할 필요없다.
이 과제들은 실은 두 개가 아니라 하나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육아책의 Best of Best라 꼽는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의 한 구절이다.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 나 자신까지 잘 키우는 일이라면,
너무 두려워말고 한번 해 볼만한 일 아닐까.
그런 용기와 마음으로 좀 뻔뻔하게, 아이의 초등 입학에 임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
무엇보다 다행스럽고 고맙고 대견한 것은
태어날 때 이렇게 쪼그맣던 아이가 ...
이만큼이나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는 사실이다.
아이는 어른들의 한보따리는 될만한 걱정들과는 상관없이
새로운 학교에서의 생활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큰아이 입학 때는 긴장과 걱정 때문에 잘 볼 수 없었던
1학년 아이만이 가진 사랑스러움을,
둘째 아이와는 함께 충만하게 즐기고 느끼면서 이 1년을 지내보고 싶다.
6학년이 되는 큰아이와도 초등 생활의 마지막 1년이 너무 아깝고 소중하다.
1학년과 6학년.
처음처럼, 또 마지막처럼.
이 아이들과 보낼 2015년의 시간들이
반짝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리라.
입학과 졸업을 앞둔 모든 아이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