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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발렌타인데이의 계절이 찾아왔다.
길거리마다 가게마다 초콜릿이 넘쳐난다.
다양한 색깔에 별의별 데코레이션과 포장으로 치장한 채,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저걸 어린 아이들에게도 먹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몸과 건강에 별로 안좋을 것 같고, 아이들에겐 더더욱 안 좋을 것 같은 음식일수록
원재료를 직접 구해 만들어 보면 어떨까?

질좋은 제과용 다크 초콜릿, 혹은 밀크 초콜릿을 구하는 것만으로도
맛있는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데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래서 2월 생협육아모임의 요리는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만들기!!
여자 아이들의 흥분게이지가 급상승했던 날^^
유아들의 수제 초콜릿 만들기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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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할 일은, 도마 위에서 잘게 다듬은 제과용 초콜릿을 잘 녹여주는 일.
어른들에겐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이런 단순한 과정을 아이들은 정말 좋아라 하는데
함께 하는 친구가 있을수록 더욱 즐거워진다.
왼쪽 아이는 밀크 초콜릿, 오른쪽 아이는 다크 초콜릿을 녹이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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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7살이 된 아이들의 숨막히는 뒷태^^  너무 사랑스럽다! 
이런 모습들을 보노라면, 큰아이가 저만한 나이였을 때가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둘째인 아들이 딱 이 나이이긴 하지만, 요맘때의 여자 아이들이 보여주는 사랑스러움은
거의 핵폭탄급이어서 눈을 떼기가 힘들다.
말은 어찌나 이쁘고 야무지게 잘 하는지..  손놀림은 또 어찌나 섬세한지..
저 넘치는 애살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어른들 도움없이도 야무지게 한 몫을 하는 아이들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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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유아 시절을 다 지내고 올해로 13살이 된,
부엌육아의 최고참 언니의 등장^^  우리집 큰딸이다.
세상에는 엄마랑 요리하는 것보다 더 재밌는 게 엄청 많다는 걸 슬슬 알아가는 나이라
조금 시크한 표정으로 초콜릿을 녹이고 있을 때.
어떤 엄마가, 이거 만들어서 주고 싶은 남자애 있냐고 딸에게 물었다.

"우리반엔 잘생긴 애가 별로 없어서요."


어.. 그랬나?.. 엄마가 보기엔 몇 명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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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만드는 것보다 먹는 양이 더 많은 듯ㅎㅎ
남자애들은 이날, 이 아이말고는 모두 노느라 정신이 없어서
초콜릿이 다 완성된 후에야 와서 보고는 허겁지겁 먹는 역할만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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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틀에 녹인 초콜릿을 넣고 마음에 드는 재료로 장식하기.
여기까지 끝낸 뒤, 냉장고에서 굳기만 기다리면 초콜릿 만들기는 완성이다.
아. 저 통통한 손, 섬세한 손가락 놀림.. 어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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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만든 초콜릿과 함께, 엄마들이 만든 티라미슈 케잌(왼쪽)과 초코바(오른쪽 아래).
실은 가장 간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 바로 이 초코바인 것 같다.
이날은 현미튀긴 것을 초콜릿과 섞어 만들었는데, 대충 툭툭 잘라서 들고 먹으면
고소한 게 정말 맛있다. 견과류나 과일 말린 것, 씨리얼 등을 잘게 부수고,
물엿이나 꿀을 더하면 시판되는 초코바 못지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하나씩 이쁘게 포장하면 선물용으로도 더할나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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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담당인 엄마들이 만든, 맛나는 점심을 먹은 뒤
아이들은 이날만큼은 초콜릿을 원없이 먹었고
(물론 미리 정해둔 양만 먹이고  나머지는 꽁꽁 숨겨뒀지만)
엄마들은 티라미슈 케잌과 커피로 수다 타임!!

모임의 역사가 한해한해 쌓여가는 만큼, 아이들의 전체 평균연령이 조금씩 높아지다보니
훨씬 여유있게 모임을 꾸려갈 수 있게 된 요즘이다.
둘째들이 어려 업고 안고 젖먹여가며 동동거렸던 때가 엇그제같은데..
차를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도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에 대한 내용이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다 일을 하는 엄마들이라 일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크면서 더 바빠지겠지만,
올 한 해도 매달 빠짐없이 즐거운 일들을 많이 벌여보자며 다짐을 했는데
달콤한 초콜릿을 먹으며 나누는 이야기라 그랬나?
바쁜 일상에 다들 피곤할텐데도
엄마들 표정이 평소보다 더 행복해 보였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가끔은 이렇게, 사람들 관계에 마법이 일어나도록 해 주는게 초콜릿이 가진 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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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이들이 정성스레 만든 초콜릿은
이쁘게 포장해 아빠들에게 발렌타인데이날, 선물하기로 했다.
아빠들이 엄마와 아이들에게 좀 더 달콤해지는 마법이 일어나게 해 주길.

초콜릿들아. 아빠들을 잘 좀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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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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