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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그림책 <구리와 구라>시리즈에 등장하는 케잌 레시피를 소개하는 요리책. 사진 오른쪽>>


2014년 크리스마스가 있는 이번주.
아이와 함께 케이크 만들기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특히 유아 미만의 어린 아이들이 먹을 케이크라면
더욱 집에서 함께 만들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1년 중 그 어느 때보다 케이크 소비량이 많은 이맘때에 판매되는 케이크는
평소보다 각종 첨가물이나 원재료에 대한 의심이 더 많이 가는 게 사실이고
단기간에 대량생산해내야 하다보니 케이크 시트도 냉동된 것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은 또 왜 그리 갑작스럽게 오르는지.
보통 10%에서 많게는 20,30%까지도 비싸지는데
미리 주문하거나 사 두지 않으면 그 마저 구하지못해 가게를 여러 군데 돌아다녀야 한다.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각종 기념일에 케이크를 먹는 습관에 익숙해진지 오래 되었지만,
집에서 케이크를 만들어 먹는 문화는 아직 일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괜찮은 케이크 전문점이 길거리에 차고 넘치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 가정이 의외로 많은데 위의 사진에서처럼 그림책에 나오는
케이크나 빵을 실제로 재현한 요리책도 쉽게 구할 수 있을만큼 대중화되어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다보면 추사랑네 아빠가 전동 거품기도 없이 오직 팔 힘으로만
생크림을 거품내어 케이크를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먹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는데,
드물기는 하지만 남자들도 이 정도의 기본 케이크를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이 꽤 된다.

이렇게 집에서 만드는 케이크는
1. 비교적 안전한 재료를 직접 선택할 수 있으니 안심하고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다는 점,
2. 무엇보다 시판 가격의 절반 이하, 혹은 1/3 수준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맛의
    케이크를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
3. 아이들이 케이크가 완성되는 과정을 직접 즐기고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해마다 아이들과 만들어 먹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림책 <구리와 구라의 손님>에 나오는 케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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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 할아버지가 구리구라네 집에 와서 케잌을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인데

그림책에 나오는 그림을 대충 흉내내서 재현해 본 게 아직도 근사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케이크 중간에 있는 천사는 아이들이 두꺼운 종이에 그림을 색칠하고 오려 장식하고,
쿠키는 따로 굽고, 초콜릿을 녹여 코팅한 뒤 그 위에 슈가 파우더를 눈처럼 뿌려서 완성했다.

 

그림책과는 조금 다른 케잌이 되었지만 비슷하게 재현하기도 했고

아이들이 이건 이렇게 하면 좋겠다, 저건 저렇게 하자, 하며 아이디어를 많이 내다 보니

케이크 디자인을 아이들 스스로가 한 셈이라 엄청 즐거워 했다.


이렇게까지 복잡한 케이크 말고 가장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생크림 위에 좋아하는 과일 등으로 장식하는 심플한 케잌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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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시트(스폰지 케잌), 생크림, 설탕 조금, 과일
만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20,30분만에 이런 케이크 하나를 뚝딱 완성할 수 있다.
스폰지 케이크를 만드는 방법이 별로 어렵진 않지만, 집에 오븐이 없는 경우거나
시간이 부족한 경우엔 시판되는 케이크 시트를 이용하면 된다.

전동 거품기가 없다면 그냥 거품기로 생크림에 설탕을 조금 넣고 열심히 저어주면
우유같던 생크림이 점점 무거워지면서 그야말로 크림으로 변해가는데
이 과정 자체가 아이들에게 신기함+재미를 선물한다.
케이크 시트 위에 생크림을 바르고(덕지덕지 못나게 발라도 맛에는 큰 차이가 없을 뿐더러
가끔은 홈메이드다운 포스까지 풍겨주신다), 좋아하는 과일을 얹어 장식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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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크림에 딸기는 언제나 옳다.^^

빨강과 초록 꼭지가 크리스마스 이미지에도 딱인데,

딸기랑 키위를 번갈아가며 장식한 케잌도 비주얼은 정말 끝내준다.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면, 평소에 좋아하는 과자로 장식해도 상관없다.

버섯 모양의 초콜릿이나 작은 초코칩을 이용해 간단한 글자나 그림을 그려도 좋다.

크리스마스 케잌 종류를 몇 가지만 검색해 봐도 쉽게 힌트를 얻을 수 있고,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 구입이나 가격, 아이들이 좋아하는 데코레이션 방법 등

이미 정보는 우리 주변에 어마어마하게 널려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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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이브 때마다 케잌 만들기와 함께
싼타 할아버지께 감사의 편지를 쓰고
(대부분의 내용이 이런이런 선물이 갖고 싶다는 협박?과 애원에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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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에 트리 옆에 싼타 할아버지를 위한 케이크 한 조각을 챙겨둔다.

바쁘고 고단한 할아버지가 잠시 허기를 달래며 쉬어가시라는 의미로 언젠가부터

해오고 있는데 잠옷 바람의 아이들이 이 일을 어찌나 흥분하며 꼼꼼히 하는지,

남편과 나는 눈치 못채게 뒤에서 소리없이 웃느라 바쁘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보면 저 케이크 한 조각은 이미 누군가가 먹어치운 흔적만

남아있는데(한밤중에 아빠가 허겁지겁 해치움^^),

그걸 알 리가 없는 아이들은 너무너무 신기해하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다.

자기가 잠든 사이, 정말 싼타 할아버지가 다녀갔다는 생생한 증거와 함께

곁에 놓인 선물까지.

12월 25일 아침이면 우리집 거실에서 어김없이 벌어지는 마법같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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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영석 피디의 <삼시 세 끼>라는 프로가 참 고맙고 이쁘다.

거기 나오는 사람들은 한번도 해 본 적 없고 귀찮기만 할 것 같은 음식이지만,

막상 시도해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맛이 신기할 만큼 좋기도 하다는 걸 하나씩 깨달아간다.


케이크도 그렇다. 한번 해 보면 의외로 재밌고 즐겁기까지 하다.

아이들은 어른의 몇 배는 더 신기해하고 즐거워 한다.

동그란 스폰지 케이크 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재료로 함께 장식해서
식구들과 푸짐하게 나눠먹으며 크리스마스를 보내보자.


한 조각은 싼타 할아버지께,

또 한 조각은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께 나눠 드리는 건  어떨까?

올해는 경비 아저씨들의 가슴아픈 이야기가 너무 많은 한 해였다.

추운 겨울날 좁은 공간에서 수고하시는 아저씨께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만든 케잌을 함께 들고가

따뜻한 말 한마디로 고마움을 전하는 일.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우리 주변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일.

그렇게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소박하게라도 아이들과 함께 실천해 보았으면 좋겠다.


유난히 힘든 일이 많았던 2014년.

크리스마스 단 하루만이라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하루가 되길 바라며.

달콤한 케잌 한 조각과 함께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보시길...

베이비트리 여러분도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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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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