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무더워지는 6월.
텃밭은 누군가가 마법을 부린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손에 들고 있다 한번 놓치면 영영 찾기도 힘들 것같던 작은 씨앗들 속에
어쩜 이런 힘이 숨어 있었을까.
6월 들어 처음 텃밭에 간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밭 전체가 커다란 분만실 같아!!'
초음파 없이도 아가들이 자라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밭은
그 자체가 식물들의 분만실같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호박 아기.. 아고..이뻐라.
첫아이 임신하고 10주쯤 되었을 땐가,
작고 동그랗게 웅크리고 있던 뱃속 아기를
산부인과에서 처음 보았을 때 느낌도 딱 이랬던 거 같은데.
몇 번 키워본 경험이 있는 토마토는 어쩐지,
둘째 아이를 키울 때 느낌이 든다.
음, 이 다음엔 니가 이렇게 될 때지?
조금 더 지나면 이게 필요할 거야..
뭔가 좀 알 것 같아서 느긋하게 바라보게 되고,
처음 키우는 작물보다 조바심이나 두려움이 덜 한 것 같다.
조금만 돌봐주면 스스로 알아서 잘 자라는 토마토 형제들,
다음에 가면 빨갛게 익어있을텐데..
얼마나 달고 맛날까.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가지네 아기들도 참 신기하고 이쁘다.
열매랑 꽃이랑 어찌 저리 보라색 세트일까.
맛나고 귀한 빛깔의 완소 여름 채소인 가지는
날 때부터 신비한 보라빛을 품고 태어나다니, 우월한 유전자.. 부럽다.^^
인간의 아기들도
밭에 있는 식물들만큼이나 아름답다.
여름이 다가오니,
밭은 봄보다 더 많은 생명들로 북적거리는데
아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놀이터가 되어주고 있다.
뭘 하느라 저리 나란히 앉아 한참을 있는 걸까.
앞에 가서 보니, 땅 속의 벌레들에 매혹되어 눈들이 반짝반짝..
밭일하는 틈틈이 아이들의 이런 뒷모습이 너무 이뻐 자꾸 돌아보게 된다.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텃밭 식물들처럼
너희들도 싱싱하고 튼실하게 잘 자라렴.
봄에 같은 생협모임 엄마가
밭 한켠에 심어둔 꽃 모종이
이렇게 부케처럼 풍성하게 피었다.
채소들이 자라 열매를 맺고, 꽃도 함께 피어나고
6월의 텃밭은 생명의 기운이 그득그득하다.
좀 더 무더운 한여름이 오면 밭은 그야말로
매일매일이 분만실같을 거다.
오이와 토마토와 옥수수가 날마다 태어나는 곳.
하루하루 진이 빠지도록 열심히 사는데도
뭐 하나 나아진 것 없는 어른들의 일상에,
날마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장이
작은 기쁨과 보람이 되는 것처럼
텃발 식물들의 성장을 보며 생명의 신비로움과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함께 느끼게 된다.
뭔가 하나도 제대로 이룬 것 없이 끝난 날이면
어쩐지 텃밭에 잠시라도 들러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매일매일 생명이 자라고 태어나는 자연의 분만실.
식물 엄마들..
맛나는 물과 흙, 햇빛 많이 먹고 아가들 열심히 키워요!!
((그나저나 식물 엄마들은 좋겠어요. 메르스 걱정하지않아도 되니..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건지...!! 빨리 안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