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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초여름이면 피어나는 수국 꽃.
봄부터 푸른 잎이 하나씩 늘어나더니,
6월이 되기가 무섭게 풍성한 꽃을 피워내고 있다.
길을 걸을 때마다 동네 곳곳에서 작은 수국 꽃밭을 만나게 되는데
초여름 아침의 청명한 기운과 햇살을 받은 푸른 색 꽃들을 볼 때마다
일상의 피로가 잊힐만큼 힐링이 된다.

6월은 내가 첫아이를 낳은 달이라 그런지,
이 계절에 가장 아름답게 피는 수국 꽃은
딸아이가 태어난 해부터 나에게는 무척 의미있는 꽃이 되었다.
심은 곳의 흙 성분에 따라 푸른색, 보라색, 붉은 색, 흰색으로 변하는
다양한 색의 수국이 신기하기도 하고 해가 갈수록 더 가까이 두고 보고 싶어
주택으로 이사온 뒤로는 마당에도 심어 키우고 있다.

아이가 첫돌을 맞이했을 때부터
수국 꽃 앞에서 생일기념으로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올해로 벌써 그런 사진이 13장이나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도 해마다 변함없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수국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는 딸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기쁨을
올해도 어김없이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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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6월, 자신의 생일 때마다
수국과 기념촬영을 하는 엄마아빠의 즐거움을 딸아이도 느낀 것일까.
초등3학년 때인가, 학교 미술수업 때
사진을 가져가서 자화상을 그리는 수업이 있었는데
아이는 수국과 함께 찍은 생일 사진을 찾아서 들고 갔다.

그때 학교에서 아이가 그려온 그림은
우리 부부에게 또 하나의 작은 감동을 선물했는데
열 다섯살 생일에는 이 아이가 또 어떤 모습으로 수국 앞에 서게 될까.
열 일곱살에는..열 아홉살에는..
또 스무살에는..
우리 아이의 미지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즐거움과 함께
세월의 변화에도 늘 그 자리에 존재해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고마움이 더해져
수국은 우리 가족의 육아사에
더할 나위 없이 의미있는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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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성장과 밝고 청초한 수국 꽃을 바라보노라면

샤이니의 노래 한 구절이 귓가를 맴돈다.


아름다워

너의 그 존재가 아름다워


상상의 날개를 좀 더 펼쳐

딸아이가 어른이 되어 결혼할 즈음의 모습을 그려본다.

수국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 6월의 신부가 되어

풍성한 수국 꽃 부케를 들고 결혼을 한다면..


밀밭에서 결혼식을 한 이나영처럼

수국꽃이 가득한 꽃밭에서 자기가 태어난 달 6월에

결혼을 하는 딸아이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딸의 결혼으로 엄마의 못다한 로망을 충족시켜서는 안되는 거지만,

그래도 뭐.. 상상만큼은 자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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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수국 꽃과 6월..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된

이 세상 수많은 존재들의 아름다움이

오래오래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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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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