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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초등 입학을 한 이번 봄.
파란만장한(?) 적응기를 거쳐 이제야 겨우 안정기에 들어섰다.
휴 ...
한국도 그렇겠지만, 일본 역시 1학년 아이들과 엄마들은 이 봄,
인생의 한 고비를 넘는 경험을 했다.
아이의 초등 입학을 경험해본 엄마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입학한 지,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할 이야기는 태산같다는 걸.

우리 아이의 적응과 부적응에 대한 이야기,
1학년 전체의 분위기, 우리 아이의 반 분위기,
담임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 아이의 친구관계,
드디어 시작된 학습 문제, 학교에서 드러나는 아이의 생활태도,
새롭게 시작된 학부모들과의 관계 등등 ...

일본 공립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둘째의 입학기에 대해 간단히 브리핑해보면.
초등입학 첫 날, 아이의 이름이 적힌 책상에는 위의 사진에서처럼
1학년 동안 공부할 교과서와 학용품 몇 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일본 초등학생들은 등하교길 안전을 위해 책가방에 부착해야 하는 것이 2가지 있는데,
하나는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형광색 책가방 커버(입학한 뒤 1년동안),
나머지 하나는 무당벌레 모양의 비상용 안전벨이다.
여기에다 1학년 내내 등하교길에는 노란색 모자도 쓰고 다니는 것이 규칙이라
동네 어디서든 1학년 아이들은 금방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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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초등 1학년의 쓰기 교과서의 첫 부분.
글자를 배우기 전에 연필을 바르게 잡는 법,
여러가지 선을 그리는 법 등에대해 먼저 배우고
글자쓰기를 한 자씩 배워가는데
국어와 산수의 경우, 1학기까지는 학습진도가 천천히 진행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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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복도에 걸린 체육복과 급식복 주머니들.
란도셀이라 불리는 책가방과는 별도로,
일본 초등학교는 홈메이드로 만든 천가방들(물론 시판되는 물건을 사서 쓰는 경우도 있다)에
각각 체육복과 급식복을 넣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갈아입는다.
집에서부터 체육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일은 운동회 때 정도다.
금요일이면 집에 가져가서 빨아 월요일에 다시 들고간다는 이유로,
이 가방들을 학교에서는 <월요세트>라 부른다.
처음 일본 학교를 방문했을 때,
복도 공간을 이렇게 활용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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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의 1학년 교실 옆에 전시된 고학년들의 수예 작품 코너.

큰아이인 누나의 작품을 발견하고 둘째는 무척 반가워했다.

올해로 6년째 이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학교 곳곳에는 누나의 흔적이^^


두 아이가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사실이 엄마로서는 얼마나 든든한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1년밖에 없어 무척 아쉬운데,

그래서 더더욱 올해는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알뜰하게 살려고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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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유치원 졸업식 즈음의 둘째 모습.
유치원이란 하나의 세계를 나와,
학교라는 더 큰 세계로 성큼 들어선 7살 아이.
또래보다 어려서 걱정이 많았는데 그래도 이 어렵고도 중요한 시기를 잘 넘어 주었다.

유치원보다 더 다양하고,
조금은 더 거친 친구들 틈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
그래서 고맙고 그래서 또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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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을 졸업한 지, 겨우 두 세 달 지났을 뿐인데

요즘 부쩍 둘째가 훌쩍 자란 느낌이 든다.

저전거를 쌩쌩 타고달릴만큼 몸도 자라고, 떼쓰는 일도 전보다 덜 하고,

학교 급식 덕분인지 안 먹던 채소도 먹는 가짓수가 늘고,

정말 신기한 건, 함께 정한 약속을 잘 지킨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게 이런 걸까?!

아이 속엔 불안과 긴장이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그래도 이토록 짧은 시간 사이에

초등생다워질 수 있다는 게 엄마로선 너무 신기하다.

우리 아이뿐 아니라 주변의 1학년들을 보아도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아이들의 적응력과 성장력에 다시 한번 놀라고 있는 요즘이다.


아이의 담임 교사는 입학식날 학부모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어떤 심리학자의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어른들과 달라서, 그것을 좋은 방향으로만 이끌어 준다면

그 모두가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 교사들과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가진 스트레스에 대해 걱정하기보다

힘을 모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했으면 합니다."


적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1학년 아이를 곁에서 지켜보며,

선생님의 이 이야기가 그동안 큰 힘이 되곤 했다.

지금 겪고 있는 아이의 불안한 상황이,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얼마든지

나은 것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희망적이고 위로가 되는가.

혹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더라도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노력하는 교육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5년 전 큰아이의 1학년 시절에 비해, 훨씬 산만하고 거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1학년이란 나이는 정말로 사랑스러운 시기다.

소소한 어려움을 겪더라도 이 소중한 시간을

아이와 함께 마음껏 누리고 싶다.

이 세상 모든 1학년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보내기를..

진심으로, 1학년을 부탁해!!^^





**언행이 다소 거친 같은반 아이에게 놀림을 당하고 온 날,

둘째가 들려준 이야기를 짧은 어린이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마음 속으로

                     일본 초등1년


학교에서  어떤 아이가

나한테 바보라 놀려서

오늘은

"그런 니가 더 바보야!!"

하고 말해 버렸다.


마음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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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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