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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본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입니다.

지난 2년동안 베이비트리를 통해 제가 찾고 있던 육아정보도 많이 얻고 위로와 도움만 받다가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어 드디어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20대 때, 시간과 돈이 모이기만 하면 배낭여행을 했거든요, 그러다 저보다 여행을 더 좋아하는

일본인 남편을 만나 결혼, 지금 11년째 일본에서 두 아이를 낳고 살고 있습니다.

초보엄마가 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저는 그 무수한 육아메뉴얼을 일본어로 다 알아가야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어두운 터널을 헤쳐나온 기분이네요- 휴...

임신기간은 일본에서 보내더라도 출산만큼은 한국에서 하고 싶었는데 그게 그리 쉽지가 않더군요.

임신과 출산 경험이 여성 개개인에 따라 다 다르듯이

저는 입덧이 큰 문제였어요. 임신 5주째부터 시작해서 아기를 낳기 직전까지 입덧하는 임신부 보신 적 있나요?? 제가 그랬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입덧에 시달리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비닐 봉투에 얼굴을 넣은 채 구역질을 하다가

잠들어 있는 저를 남편이 불쌍해하며 깨우던 목소리가 아직 귀에 선해요^^

둘째 때는 다르겠지 하고 기대했더니, 웬걸, 첫째 때보다 더 심했어요...

정말 둘째 때는 절대 다를 거라며 낳으라고 막 부추기던 사람들,,

다 어디 몰아서 가둬버리고만 싶더군요.

결국, 첫째도 둘째도 일본 산부인과에서 낳았는데 정기검진이나 출산 환경이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답니다.

산부인과에 처음 가면, 일단 어떤 이유로 왔는지에 대해  접수대에서 질문지를 받아

자세하게 적어낸 뒤에 그걸 자료로  진찰이 시작되는데 내진과 소변검사 결과로 임신이

판단되면, 그 이후로 한달에 한번 정기검진으로 병원을 찾게 되요.

출산 때까지 한국에선 많은 검사가 있나 본데 특별한 경우 아니고서는

일본에선 임신초기, 후기 두 번있는 혈액검사 정도.

만 35세 이상인 경우, 다운증후군 검사가 있긴 한데 이것도 가족과 함께 의논해서 할 지 안할지를병원에 통보하면 되는데 저는 둘째 임신 때 35세를 넘었는데 남편과 의논해 검사하지 않았어요.

양수검사 같은 것도 병원 측에서 얘기하지 않아 저도 그런 것에 대해 지식도 경험도 없네요.

아마 일본 산부인과에선 의료진이 꼭 필요하다다고 판단한 임신부에게만 권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출산 전에 분만촉진제, 유도분만, 무통분만과 같은 것도 필요한 경우에만

해당하고 대부분의 일본 임신부들은 아무 조치없이 말 그대로 '자연분만'하는게 대부분입니다.

한국에선 만약을 대비해 출산 전에 아무 것도 먹지 못하게 한다는데 정말인가요??

저는 진통이 심했던 낳기 2-3시간 전에도

간호사가 밥, 국은 물론 디저트까지 곁들인 식사를 가져다 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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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하는 중에 물도 먹고싶은 대로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구요.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임신과 출산에 대해 좀 느긋하고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편인데

출산 당일에 경험한 분만실의 분위기도 그런 편하고 느긋한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참, 관장과 회음절개도 없었는데 아기가 나오기 바로 전에 의사가 그러더군요.

꼭 필요한 경우에는 할 수도 있는데 아마 절개없이도 아기가 잘 나올 거 같다고 -

결국 회음절개없이 아기는 순조롭게 태어났구요.

그러고 보니, 저는 그 어떤 조치도 없이 병원이란 환경에서 낳았을 뿐

무척 원시적?으로 아기를 낳은 거 였어요.

옛날 엄마들처럼! 

물론 생전 처음 겪는 진통은 숨을 못 쉴 만큼 힘들었지만

온전히 내 힘으로 아기를 낳았다는 게 무척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나의 출산 과정에 불필요한 개입과 방해를 하지 않아준 의료진들도 고마웠구요...

아기낳은 지 두 세시간만에 걸어다니며 생글생글 웃는 나를 남편은 금방 아기 낳은 사람같지

않다며 신기해했죠. 그렇게 바라던 첫 딸을 품에 안은 우리 부부는

한국에 계신 친정엄마에게 국제전화를 했어요.

"엄마 나 아기 낳았어요!"

"아이구, 우리 딸, 착하고 장하다... 엄마가 옆에 없는데도 ... 엄마가 얼른 비행기타고

 미역국 끓여주러 갈께!"

그제서야 저는 타국에서, 그것도 온통 일본인과 일본어에 둘러쌓여 첫 아기를 낳았다는

실감이 들어 눈물이 났습니다.

이제 이 낯선 곳에서 저와 아기는 어떻게 적응해 나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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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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