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만 네 살 생일을 맞은 아들.

가지고 놀다 싫증 난 장난감을 작은 상자에 넣어두었다가

오랫만에 꺼내 주었더니,

 

"아,, 그리워. 이거 내가 아기 때 가지고 놀던 거야!"

 

누나가 쓰는 말을 듣고 배웠는지, 요즘 '그립다'는 말을 자주 쓰네요.

뭐 일본인들이 워낙 '그리움'이란 정서를

일상적으로 자주 느끼고 쓰는 말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작년 겨울에 입던 옷을 오랫만에 찾아내 입혀주면 그럴 때도 아주 반가워하며

그립다고 그럽니다ㅎㅎ

저도 4년을 살다보니, 이제 추억을 얘기할 때가 된 걸까요^^

완전 아기 때 기억은 뚜렷하게 말하지 못해도(이건 아마 무의식 속으로 고고씽?)

만 두 살 정도를 넘으면서 지금까지 경험한 것들은 대부분 기억하는 것 같네요.

자기가 쓰던 물건 뿐 아니라, 누나가 오랫만에 옷을 꺼내 입은 걸 보고는,

"누나 그 옷, 00기차 탈 때 입은 거지?"

그래서 식구들 모두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답니다.

어슴프레 기억이 나서 사진을 찾아보니, 정말 기차타고 여행갔을 때 누나가 그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발견했는데, 웬지 섬뜩해지는 기분;;^^

 

그리고 또 하나,

두 돌 전후였나? 막 말을 재밌게 시작하던 때라

"넌 어디에서 왔어?" 그렇게 물으면

집안 어딘가 구석진 곳을 가르키며  "저-쪽"  그렇게 한결같이 대답하던 아이가

요즘은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면  웃음과 짜증이 뒤섞인 말로

 

"처음부터 여기 있었어!!"

 

이 세상에 와서 4년을 살더니, 이젠 자기도 토착민?이라 스스로 인식하는지

우리 가족의 기존 멤버임을 강조하는 아들.

유년의 기억이 하나 둘 차곡차곡 쌓이는 아들만큼

이 엄마에게도 아들과 함께 한 지난 4년의 추억이 그리워지는 요즘.

아, 문득 나 자신의 젖냄새가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  변태엄만가??;;^^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96588/690/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43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집이 키즈카페로 변신한 날 imagefile 윤영희 2013-05-12 21700
42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어린이날 최고의 선물은 사람?! imagefile [4] 윤영희 2013-05-06 23491
41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달라진 아침, 달라진 일상 imagefile [3] 윤영희 2013-04-22 19682
40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결혼 13년차 4가지 결심 인생 리셋 imagefile [5] 윤영희 2013-03-31 32853
39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일본에서 며느리살이,이보다 더 가벼울 수 없다 imagefile [7] 윤영희 2013-03-18 68469
38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아이들과 된장담근 날 imagefile [5] 윤영희 2013-03-13 23149
37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아이를 울린 엄마, 부엌에서 죄책감을 씻다. imagefile [3] 윤영희 2013-03-06 22324
36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가는 길 imagefile [4] 윤영희 2013-03-01 26849
35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한일 초등학교 입학분투기 imagefile [2] 윤영희 2013-02-21 26484
34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목소리도 아이에겐 스킨쉽이 된다-옛이야기 들려주기 imagefile [7] 윤영희 2013-02-18 21002
33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30년 된 아빠의 장난감 imagefile [9] 윤영희 2013-02-14 24899
32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디테일한 생활멜로드라마 <이웃집 꽃미남> imagefile 윤영희 2013-02-05 18226
»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그리움'을 알아버린 만 네살^^ imagefile [1] 윤영희 2013-02-05 16007
30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40대 엄마가 30대 엄마에게 imagefile [6] 윤영희 2013-01-29 25275
29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그림의 떡 아니 집, 구경이나 하지요^^ imagefile [5] 윤영희 2013-01-24 21360
28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엄마,아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다]를읽고/아들키우다가 몸 속에 사리생기겠어요! imagefile [7] 윤영희 2013-01-21 25158
27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겨울감성 가득한 윤동주의 동시^^ [2] 윤영희 2013-01-18 14616
26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스케이트장에서 생긴 일 - 세상이 아직 살만하다고 느낄 때 imagefile [1] 윤영희 2013-01-15 17314
25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엄마 교과서>- 베이비트리와 함께 읽고 싶은 책 윤영희 2013-01-08 14351
24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새해 "탈 아파트"소망, 이룰 수 있을까 imagefile [3] 윤영희 2013-01-07 17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