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손을 쓰는 다양한 활동은 창의력으로 이어진다!

아이들 책장 옆에 공작공간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일본인들은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에 무척 익숙하다.

아마 어릴 때부터 일상이나 유치원/학교 등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해서 그런 것 같은데

우리집 두 아이가 다닌 유치원은 공작시간이나 활동이 유난히 많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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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아이들이 공동작업으로 만든 잠자리인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특별한 재료가 별로 없다.

과자 상자 위에 그림을 그리고, 식기 등을 깨지지 않도록 포장할 때 쓰는 망(?)으로 날개를 표현했을

뿐인데, 참 그럴 듯 하다. 많은 재활용품 중에서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이건 몸통하면 되겠다,

이건 머리 만들면 되겠다 하면서 함께 만든다는데, 유치원을 졸업한 후에도

집안에서 뭔가 그럴듯한 상자나 용기를 발견하면 허접하긴 해도,

장난감이든 장식품이든 뚝딱 만들어내곤 했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현덕의 동화 <조그만 발명가>가 생각나곤 한다.

 

손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만들기 활동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되는

클럽활동(운동/예능 등의 취미활동반)으로 이어진다.

큰아이는 여러 클럽을 견학해 본 뒤에 <수예반>을 선택했다.

 

DSCN1658.JPG

 

기본적인 바느질법을 익히고 난 다음,

처음으로 만든 작품은 오니기리(삼각 주먹밥)모양의 바늘꽂이였다.

 

이렇게 손으로 사소하지만, 자기 주변의 가장 일상적인 일들을 직접 해보며

부모의 집안일도 돕고 손을 다양하게 쓰면서 두뇌를 자극하게 하는 일을

여름방학에 집중적으로 익히게 하는 가정이 많다.

일본에는 최근 몇 년동안 동식물 도감에서 벗어나

생활의 기초 습관을 세세하게 설명하는 신형 도감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아래 사진은 <생활도감>의 한 부분인데 "걸레짜는 법"에 관한 요령이 꼼꼼하게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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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사용하며 창의력을 키우는 것을 단기간으로 특별한 교육을 통해서 한다기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연습하게 한다.

사실, 집안에서만 봐도 손을 써야 하는 일이 매순간 얼마나 많은가.

이렇게 자라다 보니 바느질이나 재봉틀을 잘 다루는 사람이 참 많다.

그들이 엄마가 되어 아이들과 지내면서, 프로 실력은 아니라해도

이런 작품들을 만드는 일이 일상적으로 흔하다. 그림책 구리와 구라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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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없던 상태에서 필요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대부분 몇 단계를 거치게 된다.

필요 - 구상(아이디어) - 디자인 - 실제 만들기

일본 엄마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필요한 육아용품(이전까진 없었던)을 스스로 만드는

경우가 많고, 그게 입소문으로 퍼져 결국 히트상품이 되기도 한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천으로 만든 아기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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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낳은 4,5년 전에 한참 유행했었는데, 재봉틀을 잘 다루는 일본인 친구가

만들어 줘서 나도 얼마나 잘 썼는지 모른다.

가볍고, 차곡차곡 접으면 손바닥만한 크기가 되니 가방에 넣어다니기도 편하고

불필요한 도구나 장식이 없고 아기와의 밀착도도 높아, 비싼 유명메이커의 아기띠는 정작

몇 번 안 쓰게 되서 아까울 정도였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아이들이 손으로 뭔가를 꾸준하게 만드는 연습을 한다는 건,

바로 자기 생활과 주변에 불편하거나 없는 것, 있었으면 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보이는 형태로,

그것도 실용성과 미적인 감각을 발휘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자기만의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워가는 과정 아닐까.

 

이번 여름방학엔 아이들과 함께 집안 어딘가에 "공작실"을 만들어 보려 한다.

크고 작은 수납칸이 많이 달린 서랍장에 만들기에 필요한 모든 도구들을

분류하고 큰 책상이나 탁자를 두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언제든지 만들수 있도록.

그 옆에 자료나 도감을 찾기쉽게 책장이 함께 있으면 더 좋겠다.

많은 가능성과 섬세한 감각이 우글거리는 아이들의 손을

스마트폰이나 게임기에만 머물게 하는 건 너무 아깝다.

아이들의 지혜는 그의 손가락 끝에 있다는 말은 아이들이 커갈수록 공감하게 된다.

 

 

6. 손을 썼다면 이제 몸도 좀 쓰자!

활동적인 아이들은 물론, 내성적인 아이일수록 몸을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아이가 만약 내성적이거나 예민한 성격이라면

수영을 배우기를 권하고 싶다. 처음에는 대부분 실내수영장에서 배우게 되겠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야외에서 물 위에 누으면 하늘이 보이고 신선한 공기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자유롭게 즐기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 큰아이는 물을 굉장히 좋아하기도 했지만, 내성적인 성격이라

수영을 꽤 오랫동안 배웠다. 물 속에서는 비교적 몸 움직임도 자유롭고 유연해질 수 있으니

평소 예민해진 아이의 몸과 마음을 풀고 해소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 듯하다.

일본은 초등학교에 시설이 오래된 경우가 많긴 하지만 야외수영장이 있고

여름이면 수영 수업이 일주일에 2회 정도 있다. 중학교도 마찬가지다.

공부와 입시로 스트레스를 받는 건 한국아이들과 마찬가지지만,

이렇게 운동이나 취미/동아리활동(중학교에 가면 클럽활동이 더 강화된다)도

병행한다는 게 큰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딸아이는 기가 센 몇몇 친구들 사이에서

좀 힘들어했다. 그런 1학기를 보내고 여름방학이 되었을 때,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외발자전거를 선물했고 방학내내 틈만 나면 밖에 나가 연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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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자전거에 비해 외발자전거는 타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리고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딴 생각을 할 틈이 없다.

그 덕분에 아이는 친구관계 때문에 심드렁해있는 대신 외발자전거타기 재미에

흠뻑 빠졌고 2학기 개학이 되기 전에 완벽하게 두 손을 놓고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때의 기쁨과 자신감은 보통 자전거타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다.

그런 자신감이 개학과 함께 다시 시작되는 친구들과의 관계에까지 이어져

힘든 시기를 무난하게 넘길 수 있었다.

 

일본에는 외발자전거를 탈 줄 아는 아이들이 제법 많다.

자전거 가게에 가면 이 외발자전거도 함께 진열되어 있는데

초등 저학년 여자아이들이 주로 많이 타고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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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감각 못지않게 온 몸을 사용해 놀고 운동하는 일은 아이들의 성장에 무척 중요하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운동을 무조건 시키기보다 아이의 성격이나 관심 정도를

고려해서 이번 방학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7. 방학에도 변함없는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골고루 잘 먹기

 

너무 간단하고 너무 당연한 일 같다.

하지만 이렇게 당연한 일이 아이들 일상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기도 하고

학기중에는 어느 정도 유지되다가도 방학 때 생활리듬이 깨지는 경우도 많다.

아이가 다니는 일본 초등학교는 매년 '여름방학 달력'을 주는데

거기에는 매일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났는지, 아침은 먹었는지,

그날 먹은 단백질/탄수화물/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성분을 색깔별로 표시하거나,

어떤 방학 때는 체온까지 재서 매일 기록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방학이 끝나면, 이 달력들을 보건 담당 학부모 임원들이 수거해

통계를 내어 그 결과를 다시 학부모들에게 돌려준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규칙적인 생활을 했는지 분석한 평가와 당부의 말도 포함된 자료다.

일본 학교들이 이렇게까지 하는데는 그동안 아이들의 일상과 식생활의 변화가

나라 전체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어떤 교육전문가는 일본 사회에 불임문제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고, 아이들의 학습력저하나

불안정한 심리, 이지메 문제 등의 원인이

제때 자고 일어나고 잘 먹고 하는 기본적인 생활이 지켜지지 않아서 그렇다고 분석한다.

일본은 이미 이런 현상이 20,30년 정도 지속되고 있는데

80,90년대에 아이들을 사교육 등의 공부로만 몰아부치던

일본의 학부모도 제대로 된 학습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일상과 습관, 동기유발을 위한 경험이 먼저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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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게 써버렸지만..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나의 제안은 이렇게

특별한 게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떤 무엇을 경험하기만 하면, 주어진 자극을

그대로 자기화할 거라는 어른들의 생각도 환상이 아닐까.

멋지고 근사한 대자연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진심으로 생생하게 느낄 줄 아는

아이의 마음이 있어야 우리 어른들이 바라는 교육적인 목표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바탕을 다지는 일,

그 "작업"을 이번 여름에도 아이들에게 걸어보려 한다.

 

 

그들은 자연계가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기만 하면

아이들의 지적 발달이 저절로 된다고 생각한다.

자연계에 이지와 감정과 의지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마술같은 힘은 없다.

오직 사람이 그것(자연계)을 인식하고 생각해서 인과적 연관 속에서

파고들어갈 때만 그것은 교육의 강한 원천이 된다.

                              - <수호믈린스키의 전인교육론> / 고인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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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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