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서는 돈 안 쓰는 나도, 아끼지 않는 게 있다. 다름 아닌 커피 값이다. 아기 옷은 죄다 얻어 입히면서도 커피값은 아깝지 않다. 어떨 땐 밥값보다 더 비싼 커피를 마신다. 뭐... 나를 된장녀라 놀려도 좋다. 누가 뭐래도 나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니까!^^






2426cc528ab0a069d52e683bff92e7fd.커피를 좋아하는 나의 경우, 커피 한 잔이 아기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하루는 내 의지와 컨디션과는 전혀~ 상관 없이 아기가 눈을 뜨면 자동으로 개시된다. 그러다보니 세수는커녕 눈곱도 제대로 못 떼고, 머리는 산발을 해서 아기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며 뒤치닥거리를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침밥을 지어서 먹이고,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대충 청소하고, 간식해서 먹이고, 같이 놀아주다 점심을 먹이고 책 읽어주다 아기를 낮잠 재우고 나면, 그제서야 휴~ 한숨을 돌린다.








아기가 잠들면, 나의 엄마 노릇은 올스톱!!! 나, 김연희로 돌아간다. 집구석이 엉망진창, 할 일이 코앞에 수만 가지 쌓여 있어도 마찬가지다. 자유인이 된 나는 원두커피부터 내린다. 커피 향이 집안에 퍼지는 동안, 좋아하는 음악도 틀고, 세수도 하고, 거울도 보고, 눈곱을 뗀다. 그런 다음 다른 사람이 되어 최대한 우아하게 앉아 커피를 마신다. 그때 신문을 펼쳐서 세상 돌아가는 것도 보고, 아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고, 조금 더 여유가 있으면 책도 뒤적인다. 그러면서 육아로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자존감을 한껏 고양시킨다. 아직도 젖을 물리고 있지만, 하루에 커피 한 잔만큼은 양보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안 받고 싶어서 전화를 안 받거나 아예 꺼두기도 한다. 좀 이기적이라고 비난받아도 할 수 없다. 이 시간이 소중하니까!!!ㅋㅋㅋ









eff576bcb0e84201a2163872c7707ad0.아기가 왜 잠잘 때 가장 예쁜지... 아기를 키워본 사람들은 다 안다. 자는 모습이 천사 같아서도 그렇지만, 그 시간만큼은 잠시나마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나로 살아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더 그렇다. 아기 낮잠 자는 시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아니었다면, 나는 진즉에 가출(?)했을지도 모른다.ㅋㅋㅋ 나는 밥심이 아니라 커피 힘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하루를 살아갈 위안과 용기를 얻는다.








이 금쪽 같은 시간에 마실 커피는 꼭 좋은 커피라야 한다. 꼭 비싸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급 드립커피든 다방커피든 상관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면 된다. 나의 경우엔 동네에 직접 로스팅하는 커피가게가 있어서 거기서 사먹는다. 사 먹는게 부담스러울 때는 생두를 직접 뚝배기에 로스팅하기도 한다. (뚝배기 로스팅법은 다음 기회에 전수하기로 하고~!^^)









e4668d6a4e27f19dcf678c9511454bcc.가끔 동네에 있는 단골 커피가게에 나가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날씨가 좋아서 그냥 나가고 싶거나, 반대로 기분이 꿀꿀하고 답답하거나, 그냥 무작정 누군가 타준 커피를 마시고 싶거나 할 때 간다. 하루종일 아기에 서비스해야 하는 신분에서, 서비스를 받는 고객으로 바뀌는 역전!!!의 순간이다.






아기 엄마의 생활반경이란 집, 기껏해야 마트, 공원을 못 벗어나기 마련인데, 가끔 답답할 때 찾아갈 단골 커피가게가 있다는 것은 크나큰 위로가 된다. 커피는 모름지기 누군가 타주는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법인데다, 얼굴과 사정을 잘 아는 단골가게라면 더더욱 환영받고 대접받기 때문에 더 그렇다. 커피를 혼자 마셔도 좋고, 가게 주인과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단골가게에서는 아기로 인한 어떤 돌발상황이 생겨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여차하면 집으로 달려갈 수 있어서 좋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육아서에서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고, 화 내지 말고, 마음을 비우라 한다. 그러나 나는 인격수양이 덜 된 탓인지 그게 잘 안 된다.(갑자기 벼락치기로 인격수양을 할 수도 없고, 또 인격수양을 해도 마찬가지일 듯 싶다^^) 애를 키우다보면 미치기 일보 직전, 아니 미치는 일이 다반사다.(나만 그런 건 아니겠죠?^^)






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3살 미만의 엄마로 살려면 죽었다고 생각하라고 했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예측 불가능한 일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고, 그래서 24시간 내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웬걸... 죽었다고 생각하기엔 나는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있다. 아기가 모든 감각을 자극하고 열어놓기 때문에 더더욱 생생하게 깨어있다. 그럼 이 모순적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경제적이면서 효과적인 방법은 잠시 잠깐이라도 반복되는 일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게 아닐까? 억지로라도 갖는 게 좋다. 그래야 내가 살고, 아기도 산다. 아... 그리고 남편도!!! 남편들이여!!! 아내가 즐기는 커피(또는 잠깐의 여유 혹은 작은 선물)에 투자하라~ 그럼 가정에 평화와 복이 있나니!!!



에엥~~이건 신데렐라 부엌데기로 돌아갈 시간을 알리는 알람소리..ㅋㅋㅋ 자, 돌아갈 시간이다... see you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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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30대 중반, 뒤늦게 남편을 만났다. 덜컥 생긴 아기 덕분에 근사한 연애와 결혼식은 건너뛰고, 아이 아빠와 전격 육아공동체를 결성해 살고 있다. '부자 아빠=좋은 아빠', '육아=돈'이 되어버린 세상에 쥐뿔도 없으면서 아이를 만났고, 어쩔 수 없이 '돈 없이 아기 키우는 신세'가 되었다. 처음엔 돈이 없어 선택한 가난한 육아였지만, 신기하게도 그 경험을 통해 가족, 친구, 이웃과의 관계를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더불어 몸의 본능적인 감각에 어렴풋이 눈을 뜨 고 있으며, 지구에 민폐를 덜 끼치는 생활, 마을공동체에 재미를 들여가고 있는 중이다.
이메일 : tomato_@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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