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들의 깊은 절망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 너무나 핫한 책이라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막연하게 청년들의 고단한 삶을 담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빌렸다. 82년생이면 올해로 37살이다. 대학 입학시기는 2001년도로 입학 시기든 졸업 시기든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소설로 읽히지 않았다. 6살 밖에 차이나지 않아서 그런지 그냥 아는 사람이야기인 것 같고 통계자료 볼 때는 신문 읽는 느낌까지 들었다. 처음에 김지영씨의 빙의가 소재로 나와 몰입하여 읽게 되었는데 이야기 전개과정을 보며 도대체 어떤 이유로 빙의가 되었을까 더 궁금했는데 빙의는 소설의 작은 장치에 불과했다. 차라리 빙의는 소설 외부적으로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글을 끝까지 읽어 내려가게 하는 장치이자 소설 내부적으로는 지영씨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아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기법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의 마무리가 급하게 된 것에 대해, 빙의에 대한 이렇다 할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글을 읽는 내내 나를 답답하게 한 이유가 바로 우리 주위의 일상이기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내가 딸을 가진 부모로서 정말 미안하고 답답한 감정이 들다가도 아내의 처지가 이러해서 마음이 아팠다. 지영씨 엄마 이야기부터 올라갈 때는 오빠, 남동생을 위해 어린 시절 많은 부분을 희생한 내 어머니 생각이 났고 내가 클 때 딸이라는 이유로 많은 차별을 받았고 또 받고 있을 누나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가해자인 동시에 날 때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으로서 감정이 참 복잡했다. 이 책이 최근에 나온 책인데 최근에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인구절벽’은 사실 배부른 소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구절벽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재 차별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중요하고 그것을 개선하는 게 더 시급한 일이 아닌가 싶다.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해소된다면 출산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많은 문장이 생각나는데 마지막에 두 문장이 특히 더 그렇다. 지영씨에게 “나도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에요”라고 말한 아이스크림가게 여자 점원.

 

그리고 아내가 그 점원을 해볼까라고 물으니 “하고 싶은 일이야?”라고 두 번 물어본 남편 정대현씨. 그냥 남편 입을 한대 때려주고 싶었다. 착하기만 한 이 남자는 아내가 빙의에 들린 것을 보고 정신과 진료를 받게 해주었지만.. 아내가 지금까지 가정 내의 딸로서 여학생으로서, 여자 직장인으로서, 맘충이라 불리는 새내기 엄마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헤아리지 못한다.

 

심지어 빙의를 조사하기위해 지영씨의 일생을 들은 남자 의사조차도 자기 아이의 삶에 큰 관심이 없고 병원에서 열심히 일하다 임신을 이유로 그만두는 간호사를 보며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내 엄마가, 아내가, 딸이 넋이 나간 지영씨가 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보았다. 엄마에겐 명절 차례상을 다과로만 차리자고 해야겠고 딸들 귀하게 대하라고 말씀드려야겠다. 아내가 동화 쓰는 걸 계속 응원하고 싶다. 아내 덕분에 아이와 더 가까이 지내게 되었기에 내 행복에 대한 아내 공을 80%로 돌릴 것이다. 내 딸은 지금처럼 소중하게 여길 것이다.

 

82년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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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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