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09920-1.JPG



오늘 오래간만에 바다가 아빠 목마를 탔다.

서울에서 돌아온 큰산이 하늘이를 안아준 후에

두 팔을 크게 벌리고 바다야!” 하고 불러 힘차게 안아주자

기세가 등등해져서

요즘 계속 동생 차지였던 아빠 목을 정말 오래간만에 차지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바다는 많이 졸렸는데도

평소처럼 울지 않고 밥을 맛있게 먹고 씩씩하게 씻고

행복하게 웃으며 잠들었다.”  

-2017. 6. 22 일기

 


바다가 세 살,

세상에 태어난지 2년이 되고 말을 막 하기 시작했을 때

동생 하늘이가 태어났다.

작은 손으로 하늘이 기저귀도 갈아주고

장난감 전화를 동생 귀에 대주며 전화 받는 것도 알려주고

엄마가 동생을 재울 때 방에서 혼자 기다리다가 무섭다고 울기도 하고

동생이 우는 소리에 귀를 막으며 시끄럽다고 화내기도 하고

동생에게 많은 장난감과 엄마의 품과 시간을 양보하면서 자랐다.

 

이제 하늘이가 막 말을 하기 시작하고

걷고 뛰고 숨바꼭질을 같이 할 수 있게 되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깔깔거리며 뛰어 놀기도 하지만

비슷한 시간을 서로 싸우고 울며 보내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 동생이 먼저 잠들었을 때는

살짝 방에 들어가 동생 볼에 뽀뽀를 하고

동생이 아끼는 작은 이불을 펴서 조심스럽게 덮어준 다음

동생이 아끼는 곰 인형을 옆에 눕혀주고 나오면서

, 하늘이 정말 귀여워.” 라고 말한다.

 

장녀로 커서 첫 째의 노고를 잘 아는 나의 한 친구는

네가 둘째라서 바다 마음을 잘 모를거야.

라고 하는데

친구의 말대로 첫째의 삶에 대한 경험치는 없지만

나는 바다를 아주 유심히 본다.

 

그래서 바다가 동생을 아빠한테 양보하고 나한테 더욱 가까이 오는 것도 보이고

그렇게 양보했던 아빠가 자길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사랑한다고 말하자

온 몸을 떨며 좋아하는 바다도 보인다.

그 한 순간으로 바다의 오랜 짜증이 씻겨나가는 것도 보이고.

 

더 잘 해주고 싶다.

바다에게.

 

양보하는 설움이 쌓이지 않게

동생을 챙겨야하는 수고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더 잘 보고 더 잘 알아주고

사랑으로 그 애씀들을 녹여주고 싶다.


바다에게 흘러 들어간 사랑이

하늘이에게 흘러 들어가고

큰산에게 흘러 들어가고

결국 나에게 돌아오겠지.

그렇게 가족의 원 안에 사랑이 연결되어 흐르겠구나.


사랑할 수 있는

더 사랑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고맙다.

 

b-3.jpg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최형주
이십 대를 아낌없이 방황하고 여행하며 보냈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시골 대안학교로 내려가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두 딸 바다, 하늘이와 함께 네 식구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주신 '최형주'라는 이름을 쓰다가 '아름다운 땅'이라는 뜻의 '지아'에 부모님 성을 함께 붙인 '김최지아'로 이름을 바꾸었다. 베이비트리 생생육아에 모유수유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림과 글로 표현한 ‘최형주의 젖 이야기'를 연재 완료하였다.
이메일 : vision323@hanmail.net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amjamlife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31730778/fab/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수
1905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시와 노래를 사랑하는 아이로 컸으면 imagefile [6] 양선아 2017-07-27 13498
1904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장발의 바다에게 온 시련 imagefile [4] 최형주 2017-07-25 8236
1903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분노의 호미질이 가르쳐 준 것들 imagefile [6] 신순화 2017-07-25 10075
1902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가능하지 않은 걸 꿈꾸면 안되나요? imagefile [4] 윤영희 2017-07-25 9554
1901 [정은주의 가슴으로 키우는 아이] 유전자가 전염되나? imagefile [2] 정은주 2017-07-24 8844
1900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잊을수 없는 신라면덮밥 imagefile [8] 신순화 2017-07-20 13546
1899 [아이가 자란다, 어른도 자란다] 세 번째는 쉬울 줄 알았습니다만 imagefile [7] 안정숙 2017-07-20 15110
1898 [아이와 함께 차린 글 밥상] [아이책] 그것이 사랑 imagefile 서이슬 2017-07-20 8301
1897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더 키워봐야 안다 imagefile [2] 신순화 2017-07-19 9796
1896 [정은주의 가슴으로 키우는 아이] 아들의 사춘기에 임하는 엄마의 십계명 imagefile [2] 정은주 2017-07-17 13203
1895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밥 해주는 남편, 육아 도우미 없는 생활 imagefile [4] 양선아 2017-07-14 12164
1894 [너의 창이 되어줄게] 힘든 시절, 내 아이의 가장 예쁜 시절 imagefile [3] 임경현 2017-07-12 8831
1893 [정은주의 가슴으로 키우는 아이] 입양보다 더 좋은 말 없을까요? image 정은주 2017-07-09 6505
1892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아들이 받아온 성적표 imagefile [2] 신순화 2017-07-07 13368
» [최형주의 빛나는 지금] 바다에게 더 잘해주고 싶다 imagefile [2] 최형주 2017-07-06 8365
1890 [강남구의 아이 마음속으로] 화를 내는 내가 화나면 imagefile [8] 강남구 2017-07-05 11796
1889 [정은주의 가슴으로 키우는 아이] 다엘, 아빠를 만나다 imagefile [3] 정은주 2017-07-03 11939
1888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학교 가는 길 imagefile 신순화 2017-06-28 9830
1887 [정은주의 가슴으로 키우는 아이] 초등수학, 먼 길을 위해 imagefile [7] 정은주 2017-06-26 11126
1886 [아이가 자란다, 어른도 자란다] 단절되는 경력이란, 삶이란 없다 imagefile [17] 안정숙 2017-06-21 12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