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b6561b17761cb53a706383264b265d. » 식사 중인 두 딸들.






오늘은 좀 차분하고 진중하게 속내를 털어놓아야, 아니 투정을 좀 부려야야겠다.



기나긴 고민 끝에 셋째 출산을 결심한 건, 남편의 “앞으로 내가 잘 할게. 더 많이 도와줄게.”라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사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 7년 간 어디 한두번 속았던가!) 점을 보시는 선생님께서 “낳으라”고 조언하신 영향도 부정할 수 없지만, 5개월째가 되었을 때 셋째 아이의 성별이 딸임을 알고 나서 흔들리는 내 마음을 다잡게 해준 건 남편의 든든한 이 말이었다.



그런데, 요즘 그 말 때문에 내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 집에서 큰소리 나는 횟수도 늘고, “이럴 꺼면 왜 셋째 낳자고 했어?” “아이는 나만 낳아서 키우는 거야?” “나도 힘들다고. 당신이 좀 도와줘야지, 나 혼자 어떻게 하라고?”라는 말이 부쩍 내 입에서 자주 나오고 있다.



배가 제법 나오기 시작하면서 요즘 부쩍 회사 일과 아이를 돌보는 일을 병행하는 게 힘에 부친다. 하필이면 남편은 아침 10시 출근, 저녁 7시 퇴근이다. 그것도 7시 정각에 회사 문을 나서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업무를 핑계로 매일 밤 9~11시 사이에 귀가한다. 당연히 지금껏 출근 전, 퇴근 후 두 아이를 챙기는 건 늘 나의 몫이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차라리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일찍 귀가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베이비트리 사이트 데스크 및 편집을 한 뒤, 두 아이들을 깨워 씻기고 가방을 챙기고 밥을 먹이는 일까지! 남편은 그 시간까지 대개 잠에 취해 있다. 나도 출근준비를 해야 하는데, 잠에서 덜 깬 아이들이 보채기 시작한다. 특히 둘째는 안아달라고 더욱 보챈다. 그러면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결국 큰 소리로 남편을 깨운다.“좀 일어나! 나도 바쁜데, 일어나서 애들 좀 챙겨주면 안돼! 그러니까 일찍 자라고. 나도 피곤하고 힘들어!”



그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출근길에 오른다. 또다시 전쟁의 시작이다. 만원버스. 한눈에 봐도 임신부임이 확연한데다 커다란 배낭을 등 뒤에 매었는데도, 자리 양보하는 이가 거의 없다. 심지어 '노약자석'이나 '임산부배려석'에 앉은 이들조차 자는 척을 하면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대중교통, 특히 버스에서 임신부를 배려하지 않는 풍토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그저께는 하루종일 내내 외근을 하면서 버스만 6번을 탔는데, 좌석에 앉은 건 딱 1번. 그것도 빈자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심지어 어제는 늦게 지하철을 퇴근하는데, 아무도 양보하는 이가 없다. 40대 아저씨는 열심히 통화중, 20대 여성은 깊은(?) 잠에 취해 있었다. 가운데 앉은 할머니께서 “앉으실래요?” 하고 묻는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라고 대꾸할 수밖에. 아~ 앞으로 배가 더 불러오면 이를 어쩌나... 이렇게 화(?)가 나는 경험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벌써 세번째.



 거의 매일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을 한다. 내 일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찾아 집에 데려와 밥을 먹이고, 함께 놀아주는 일이 남아 있다. 덕분에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6시가 되자마자 회사에서 나선다.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시부모님이 찾아 시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거나, 수원에서 친정엄마가 올라오신다. 지난주에는 3일 동안 아이들을 시댁에 맡겼고, 이번주에는 아예 친정어머니께서 올라오셨다...) 아무리 서둘러 퇴근한다고 해도, 어린이집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아이들은 대개 내 딸들이다. 아이들과 함께 저녁시간을 정신 없이 보내고 보면 어느덧 밤 10시, 그때서야 남편이 귀가한다. 아이들을 남편이 씻겨주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대신 퇴근 후 더러워진 집안을 치우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하는 일은 늘 뒤로 밀렸다. 아이들을 재운 뒤라야 할 수 있는데, 밤 11시~12시 사이가 되어야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다. 임신을 한 뒤로는 아이들을 재우면서 나까지 함께 잠들기가 일쑤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 때문에, 지금은 몸이 무거워서, 그리고 피곤함을 도무지 견디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도 작은 아이는 자주 엄마의 고충도 모른 채 “업어달라”, “안아달라” 조른다. 물이나 음료수 같은 것을 갖다 달라고 징얼거릴 때는 편하게 누워 있다가 몸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문제는 이런 일상이 임신 7개월에 접어들도록, 변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7개월 전 내게 “돕겠다”던 남편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약속 자체를 까먹은 것 같다. 남편이 약속을 안 지키면서 이제는 내 참을성도 한계에 이르렀다. 집안일 하나 도와주지 않는 남편, 일찍 퇴근해서 아이 둘을 건사해주지 않는 남편이 밉고 야속할 뿐이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육아와 집안일을 남일인 양 뒷전으로 미룬다. “미안하다”는 말이면 다 이해되는 줄 안다. 서운함이 점점 커진다. 이런 상황이 아이가 셋이 되어도 계속될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아... ‘아이는 나만 키우나?’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남편들은 망각의 동물인가? 왜 약속을 안 지키는 건가?”



나도 일을 하기에 늘 바쁘고 피곤하다. 그런데도 남편은 마치 나를 ‘원더우먼’으로 여긴다. (하긴 아이 한 명을 뱃속에 넣고 다니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 겪어보지 않았으니, 예상할 수 없겠지...) 청소도, 빨래도, 설거지도, 심지어 아이들을 돌보는 일까지 내가 도맡아서 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우리 남편만 그럴소냐. 대부분의 남편들이 이성적으로는 ‘남녀평등’ ‘가사와 육아 분담’을 당연시 하면서도, 아직도 가부장적인 낡은 의식들을 갖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맞벌이임에도, 가사분담을 주장하면서도 행동은 늘 뒷전인 남편들의 그 이중성. ‘엄마’이기에 본능적으로 여성들이 더 큰 의무감을 느낀다는 것을 감안해도, 정말 해도 너무하다. 회식을 해도 아이를 돌보는 건 꼭 여성, 직장을 다녀도 집안일을 꼼꼼히 챙기는 건 늘 여성의 몫이다.



집에 모처럼 오신 친정엄마의 첫마디는 이랬다. “집이 이게 뭐냐!!” 난 “어쩔 수 없다”고 항변했다. 치우면 그때뿐, 아이 둘이 책과 장난감, 옷가지들을 늘어놓기 시작하면 또다시 집안이 난장판이 된다. 지금도 사정이 이럴진데, 앞으로 갓난아이 1명이 더 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벌써부터 두려움이 앞선다. 남편의 출퇴근 시간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 같지도 않고, 야행성인 남편의 생활패턴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도 않을 것이며, 육아와 가사일을 꺼리는 남편의 태도 역시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다... ‘왜 우리 남편은 결벽증이 있을 정도로 깔끔하지 않은 것인지...’ 지금은 그 사실이 오히려 원망스럽다. 깔끔 결벽증이 있다면, 이렇게까지 집안일을 나몰라라 내팽기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남편들이여~ 제발 육아와 가사에 동참합시다!! 아내가 직장을 다니건 그렇지 않건 간에.



그리고, 대중교통을 탈 때 제발 임신부들에게 자리를 양보합시다!!



임신부들, 너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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