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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외갓댁에 갔다. 꼭 6년 만이다. 2004년 결혼 뒤 인사차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서 사시는 충남 서천 외갓댁에 간 뒤 한번도 다녀오지 못했다. 핑계를 대자면, 두 아이를 연이어 낳았고, 바쁜 일상 때문에 자주 찾아뵐 수 없었다. 어느덧 외할아버지는 팔순이 되셨다. 머리는 백발이고, 요즘은 천식 때문에 집밖 출입도 잘 못하신다. 집 밖을 오래 걷거나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고 나면 호흡곤란 증상이 온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호흡곤란 때문에 응급실 출입도 잦았다고 한다.



외할아버지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겸사겸사 안부인사차 부모님께서 외갓댁에 가신다고 해서, 나와 여동생도 따라붙었다. 안부도 묻고, 할아버니와 할머니에게 어여쁜 손녀를 보여주고도 싶었다. 두 딸에게도 엄마의 외갓댁을 한번쯤 보여줄 필요도 있었고,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도 싶었다. 



요즘 아이들이 다 그렇듯, 우리 아이들은 시멘트와 아스팔트 같은 인공 건축물 속에서 살고 있다. 채소, 과일, 풀, 나비, 잠자리, 개미 등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기껏해야 식물도감이나 동물도감 등을 통해서 대략의 생김새를 파악할 수 있을 뿐, 고유의 냄새, 움직임, 크기 등을 직접 체험할 수는 없다.



외갓댁은 전형적인 시골집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약간의 개량을 하긴 했지만 담, 나무로 된 대문, 푸세식 화장실, 닭과 돼지 우리 등등... 집 앞에는 작은 텃밭과 논이 있고, 집 뒤에는 텃밭과 산이 있다. 아쉬운 것은 몇년 전까지 외갓댁 앞으로 기차가 지났었는데, 기차길이 없어졌다는 것.



역시나 아이들은 흙을 밟으며 뛰는 것을 좋아했다. 놀이터에서 놀면서도 미끄럼 태워달라, 그네 태워달라며 엄마를 귀찮게 했던 아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주변에 보이는 것들을 참 신기해하며 즐겼다.



“수아야, 이게 뭔지 알아? 오이야. 오이. 네가 좋아하는 것. 오이는 이렇게 매달려서 자란다.”



“어, 여기도 있고, 어, 저기도 있네?”



“수아가 한번 따봐. 그리고 먹어봐. 사먹는 것보다 더 맛있을거야.”



수아는 밭에서 자란 상추, 얼갈이배추, 열무, 감자 등을 직접 보고 캐며 신기해 했다. 고추와 오이 열린 것, 옥수수 나무를 보면서도 즐거워했다. 이런 말도 했다. “엄마, 수아가 직접 키웠으면 좋겠다...” 직접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수확할 수 있는 재미를 누리고 싶었던 듯하다. 닭들에게는 직접 상추와 배추를 다듬고 남은 것들을 직접 먹이로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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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심각하게 ‘분리불안’(빨던 이불을 빨지 못하게 한 뒤로, 부쩍 엄마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둘째딸 아란이에게 이불은 엄마 이상의 마음의 안정을 주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증세를 보이던 둘째딸 아란이도 오랜 만에 엄마품을 떠나 자연을 만끽했다. 언니와 함께 흙길을 뛰어다니면서 말이다. 



아이들은 늘 새로운 것, 변화된 환경을 신기해하면서도 곧잘 적응하고 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직접 ‘농사’를 짓는 경험은 더 많은 교육적인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귀함을 알게 될 것이고, 채소를 거부하는 아이들의 편식 습관도 바꿀 수 있다. 아이들은 싫어하는 음식도, 직접 수확하거나 직접 만드는 데 관여하면 애정을 갖고 먹곤 한다. 함께 농장을 가꾸고 농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족과의 친밀감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지렁이나 개미 등을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자녀들 교육은 학원에 맡긴다고, 학습지 교육을 시킨다고, 책을 읽힌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지식은 쌓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폭넓게 사고하고, 주변의 관계를 조율하는 지혜를 얻기는 쉽지 않다. 특히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뇌 발달 과정상에서 볼 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고,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게 하고, 주변의 사물을 책이나 비디오가 아닌 직접 보게 하는 것이 똑똑한 뇌를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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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만나는 엄마들 대부분이 주말농장 하나쯤 가졌으면 좋겠다고들 한다. 그런데 주말농장은 마음만 먹으면 사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서울시와 각 구청, 농협,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주말농장을 분양하고 있다. 인터넷사이트에서 집 근처의 주말농장을 찾아 신청할 수도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주말농장도 여럿 있는데, 1년 간 소정의 임대료를 받고 빌려준다.



혹시, 나처럼 운(?)이 좋게도 시골에 친지들이 살고 있다면, 이번 휴가 때라도 마음 굳게 먹고 단 하루라도 다녀오면 어떨까? 오랜만에 만나 안부도 나누고, 아이들에게 자연을 만끽하게 해주고. 일석이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외갓댁 방문에 남편은 함께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내 아쉬워하고 있다.



“수아, 시골 가니까 좋았어?”(아빠)



“응. 또 가고 싶어. 자꾸자꾸 가고 싶어.”(큰 딸 수아)



“그래, 이번에는 아빠랑 같이 꼭 가자. 미영아! 이번에 휴가때 단 하루라도 다시 다녀오자.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이 더 안좋아지기 전에 자주자주 방문하자.”(아빠)



“나야 좋지...”(나)





883973ecbe83dcd95194b13fbf9a260a. » 커피를 마시고 계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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