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15일. 유치원 보내기 힘들다 투덜거렸어요. (유치원 보내기도 이렇게 힘들어서야...30대 엄마 `휴')

 

만5세 공통교육과정으로 인한 20만원 지원!

이것이 유치원 지원률을 높히고, 원하는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선 "추첨"을 해야하는 상황이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운좋게 당첨된 사람이 되었고, 올 한해 아이는 즐겁게 유치원을 다녔습니다.

제가 보낸 아이의 유치원은 대학부설유치원으로, 사립유치원이었지만

정부에서 지원받는 20만원 덕분에 매달 19만원의 수업료를 부담했고(원래 수업료 39만원),

입학금 20만원과 학기별 셔틀비를 25만원(1년 50만원)외에 추가 비용을 내는건 없었어요.  

 

별다른 특별활동으로 아이에게 과한 학습부담을 줄 수 있지 않았고,

오로지 누리과정에 충실한, 정통 유치원의 자유놀이 100분 시간이 확보되는 기관이었지요.

덕분에 아이는 스스로 일어나 세수하고 옷입고, 유치원에 갈 준비를 하는 아이로 하루하루를 보냈답니다.

 

친구들과 놀러가는건데, 집에 있음 얼마나 심심하겠어요?

엄마가 안 깨워도 자기가 알아서 일어나 가야죠 ^^

 

 

예비초등맘이었던 저. 올 가을엔 또다른 추첨으로 초등학교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국립초에 원서를 접수하고, 추첨을 하러 간 것이지요~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똑 떨어졌습니다.

 

 

남아 48명을 뽑는데 총 1246명이 지원했습니다. (여아는 오후에 추첨을 했고, 남아는 오전 10시에 추첨이라서 9시 30분까지 입실해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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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자 확인후 받은 추첨볼. 각 반에서 추첨볼을 걷어 2명의 어머니가 담당선생님과 대강당으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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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당의 상황은 각 교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통해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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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실에서 모은 추첨볼을 추첨기계에 넣는 것도, 어느 실에서 먼저 넣을지 "추첨"을 한답니다.

최대한 공정할 수 있도록, 추첨의 추첨. 그리고 어찌 볼을 뽑을지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지요.

 

 

천명이 넘는 상황에서 뭘 바라겠습니까.

길거리에서 돈 한푼 제대로 주워본 적도 없는 저인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추첨하기전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했답니다.

도대체 몇년만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건지.

그런데 왜 갑자기 빈정이 상하는건지.

 

원서 접수하는데 꼬박 한시간.

천명이 넘는 사람들속에서 완전 긴장하는 와중에

"국기에 대한 맹세"

 

 

제 마음속에 "국가"는 어떤 곳일까요?

 

이렇게 유난떨지 않고, 그냥 집앞의 학교를 편하게 보낼 수 있게, 사대부초같은 학교를 여기저기에 만들어주는,

"공교육에 대한 믿음"이 있는 국가!

 

그런 국가는 없을까요?

 

 

지금 제 주변의 미취학아동맘들은 전쟁터속에 있습니다.

작년보다 더욱 치열해진 유치원의 추첨.

한두군데 서류 접수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3-4군데 서류 받아서 접수하고, 온 가족이 동원되어 추첨날 추첨하러 다닙니다.

다 떨어져서 제대로 멘붕 받은 사람들이 널렸습니다.

유치원 꼭 보내야하나요? 누리과정없이 학교 가도 되지 않나요?

이런 질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무언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거 같습니다.

 

 

엊그제 대선후보들의 정책 토론을 온 가족이 함께 봤습니다.

 

그 분께서 받으신 6억.

저도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부모가 없어서 국가에서 6억씩 준다면, 국기에 대한 맹세는 매일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그리고 자기전에 할랍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겠습니다.

 

6억달라고 땡깡 부리지 않을께요.

너무 욕심 부리지 않겠습니다.

저기 지하에 박혀버린 공교육에 대한 불신. 제대로 된 보육, 교육 정책으로 되살려주세요.

누가 되었던간에, 공교육에 대한 기본을 살려주십시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백성들에게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라던 마리 앙뚜아네트를 떠올리게 하지 마십시오.

사교육을 금지시키면 공교육이 되살아납니까?

 

요새 유행하는 창의& 사고력 학습법으로 생각해봅시다.

창의적이게, 사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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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희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이 시대의 평범한 30대 엄마. 베이스의 낮은 소리를 좋아하는 베이스맘은 2010년부터 일렉베이스를 배우고 있다. 아이 교육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것부터 챙겨 나가는 게 옳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아이 교육 이전에 나(엄마)부터 행복해야 한다고 믿으며, 엄마이기 이전의 삶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행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엄마와 아이가 조화로운 삶을 살면서 행복을 찾는 방법이 무엇인지 탐구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베이스맘의 베이스육아’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이메일 : hasikicharu@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bass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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