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락재 7.jpg

 

'전원생활, 정말 부럽다. 매일 이렇게 신선한 유기농 채소도 먹고...'

'펜션같다, 니네집.. 낭만 넘치고 얼마나 좋니..'

 

우리집에 오는 사람들은 이런 말, 참 많이 한다.
넓은 마당에 방이 다섯개나 있는 2층 벽돌집, 집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 각종 채소들이
자라는 텃밭에 이어져 있는 산자락, 주인을 반기는 두 마리 개들...
이런 풍경을 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우리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집에 살고 있다고 여기는 듯 하다.
물론 내가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이런 집에 살기 위해서 감수해야 하는 수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은 너무 모른다.

 

밥상에 신선한 유기농 채소를 올리기 위해서 땡볕에 풀 매고 가물어서 물 주느라 허리가 휘고
그러다 폭우 내리면 한번에 망가지는 농작물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은 잘 모른다.
두 마리 충실한 개들은 매일 산더미같은 똥을 싸는데 바로 바로 치워주지 않으면 온 집안에
똥파리가 날아 다닌다. 여름에는 물도 쉽게 더워져서 하루에도 여러번 시원한 물을 대령해 주어야
하고 먹이와 물 걱정에 먼 곳 나들이도 맘 놓고 못 다닌다.

 

삼락재 5.jpg

 

풍부한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댓가로 오이 따러 갔다가 커다란 두꺼비를 마주치는 일은 예사다.
그것들은 사람이 와도 꿈쩍을 하지 않는다.

 

삼락재 6.jpg


닭장이 있는 뒷 마당은 알을 노리는 청설모와 족제비, 그리고 온갖 수를 다 써서 닭장을 드나드는
팔뚝만한 들쥐들이 있다. 알 꺼내러 들어 갔다가 들쥐와 마주쳐보라. 알이고 뭐고 혼비백산 하기
일쑤다.
게다가 뒷 마당엔 이따금 뱀껍질이 발견된다. 전기 검침하러 오신 분은 뒷 마당에 있는 검침기
보러 갔다가 초록색 뱀이 화분속으로 몸을 숨기는 것을 목격하고 숨 넘어가게 일러주러 오시기도 했다.

봄 부터 지금까지 집 둘레에서 제거한 말벌집만 십여개가 넘는다. 그래도 어딘가에 또 집을 짓고 있는
모양인지 집 둘레를 날아다니는 말벌들이 무지하게 많다. 남편은 말벌집을 떼어 내다가 쏘이기도 했다.
(다행히 별일 없었다)
집안을 돌아다니는 벌레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지금도 천정에는 아이들이 '스파이더맨'이라고 부르는 커다란 거미들 두어 마리가 붙어 있다. 가끔 위치를 바꾸기도 하는데 설마 내 머리위로 떨어지는 일은 없겠지... 하면서도 늘 머리위가 찜찜하다.개미들이야 같이 사는거고, 초파리부터 벌만큼 큰 왕파리까지 크기도 각양각색인 파리들도 참 많다. 모기도 물론 적지 않다. 요즘은 슬슬 날개미들이 나타나고 있다. 혼인비행을 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삼락재 4.jpg
 
얼마전 오랜 가뭄끝에 폭우가 내린 밤엔 방부목으로 데크를 깔아 놓은 2층 베란다 배수구가 낙옆들로
막혀서 물이 차는 바람에 1층 주방과 세탁실이 이어져 있는 부분으로 어마어마한 빗물이 새어 든
사건이 있었다.
새벽 1시에 나와봤더니 주방은 물바다가 되어 있었고 천정엔 그야말로 구멍이 뚫린 것처럼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작년에 대대적인 방수공사를 했건만 오래된 벽돌집엔 또 허술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남편은 폭우속에서 팬티위에 방수복을 걸치고 손에는 전동드릴을 들고 데크를 분해해서
배수구를 뚫는 대 공사를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호러영화 '쏘우'의 주인공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 역시 우산을 써도 스며드는 엄청난 비를 맞아가며 베란다를 채우고 있는 물이 다 빠질때까지
계속 밀려드는 낙옆들을 일일이 걷어야 했다. 물바다가 된 부엌 바닥을 치우고 닦는 일도
허리가 휠 만큼 힘들었음은 물론이다.

 

주말엔 남편이 지붕에 올라가 실리콘을 치고 이음새를 막는 수리를 했다.
또 큰 비가 오기 전에 이룸이까지 데리고 밭에 올라가 감자도 캤고, 비올때 샜던 닭장 지붕 수리도
했다. 토사가 밀려온 집 뒤  하수구도 뚫어야 했고, 큰 비에 쓰러진 옥수수도 일으켜 세워야  했으니
비 한번 오고 나서 우리가 할 일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했을 것이다.

 

아파트에서 사는 내 이웃들은 우리집에 놀러와 부러워하다가도 내가 이런 얘기들을 늘어 놓으면
'역시... 나는 아파트에서 사는게 좋더라'는 말로 한 발 물러나곤 한다.
이런 집은 이따금 놀러오는 걸로 족하지, 이 집에 살기 위해 치루어야 하는 댓가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힘든데도 이 집이 좋아? 라고 묻는다면...
그거야말로 생각할것도 없이 '그럼!!!!'이다.

이 집에서 살고나서 부터 집에 사는 사람이 진정한 집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그 집의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보살펴 주는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으면
관리사무소에 연락하고, 맘에 안 들면 언제든지 다른 집을 찾아 이사가면 그만인 공동주택에서는
이렇게 집과 긴밀하고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불편하고 힘들어도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안되는 삶이 사람에게 주는 힘과 에너지도 적지 않다.


힘들게 함께 치우고 고친 후에 느끼는 보람과 뿌듯함은 우리도 이 집이 있어야 하고, 이 집도
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집과 사람이 서로를 의지하며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함께 고치고, 치우고, 보살피며 사는 동안 가족도 이 공간안에서 더 가까와지는 법이다.
바쁘고 급할 때는 열살 아들과 세살 막내의 도움도 간절해진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집을
돌보고 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곧 긴 장마가 올 것이다.
하수구, 배수구, 텃밭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오래 비 내리는 동안 힘도 들겠지만
온 가족이 똘똘 뭉쳐 함께 이 집을 보살피며 지낼것이다.

단독주택에서 살아남기...
쉽지는 않지만 매일이 가슴뛰는 모험인 일상이라서 고맙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72028/d90/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370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나무꾼 남편, 이번엔 목수로 변신? imagefile [6] 신순화 2012-04-23 23175
369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TV 없이 보낸 7년 보고서 imagefile 신순화 2010-08-09 23134
368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세 아이와 함께 산 넘고 물 건너 ‘고고씽’!! imagefile 신순화 2011-08-03 23031
367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딸들 덕에 나는야 공주 엄마 imagefile [2] 신순화 2015-05-31 22943
366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11년만에 찾아 온 아들의 잠자리 독립!! imagefile [9] 신순화 2013-01-09 22923
365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어느날 그 개가 우리집으로 왔다 imagefile [8] 신순화 2013-09-24 22857
364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알부자가 되는 그날을 위해!!!!! imagefile 신순화 2011-07-20 22792
363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내맘대로 우리집 10대 뉴스!! imagefile 신순화 2010-12-30 22746
»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리얼 다큐, '단독주택에서 살아남기'! imagefile [4] 신순화 2012-07-10 22653
361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아들 없는 2박 3일, 엄마만 신났다!! imagefile [2] 신순화 2012-11-14 22635
360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세상에서 제일 겁난 며칠 imagefile 신순화 2010-10-05 22594
359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세 아이 덕에 10년 째 딴 이불!! imagefile [3] 신순화 2012-01-16 22545
358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꿈은 이루어졌다, 그러나... imagefile 신순화 2011-05-03 22244
357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설맞이 대작전 시작!! imagefile [4] 신순화 2014-01-28 22230
356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모처럼 낮잠의 혹독한 대가 imagefile 신순화 2011-04-06 22178
355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11년 만에 누려보는 자유, 그러나... imagefile [5] 신순화 2013-04-16 22154
354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중년 아줌마, 근사한 바람끼 imagefile [5] 신순화 2015-11-13 22139
353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남편에게서 남자의 향기가...이러다가? imagefile 신순화 2011-04-18 22045
352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닭장의 수컷 본능, 미움 연민 공포 imagefile [8] 신순화 2015-07-02 22033
351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설거지 데이트'로 아들과 사이 좋아졌다! imagefile [10] 신순화 2013-01-29 21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