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jpg

 

난 처음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운치있는 뒷마당에 닭장을 지을때 부터 말이다.

아파트를 떠나 마당있는 집으로 왔을때 개를 키우는 것은 가족 모두가 찬성이었지만

닭장을 만들어 닭을 기르는 것은 순전히 남편의 로망이었다.

 

출장갔다 오는 길에 지방에 있는 토종닭 분양하는 곳에서 병아리들을 데려왔을때만해도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닭장을 짓기도 전에 들여온 병아리들은 거실에 마련해 놓은 상자를

잘도 쪼아 탈출해서 온 집안에 똥을 싸며 돌아다녀 일찌감치 내 눈 밖에 나버렸다.

 

남편이 지은 닭장에 풀어 놓은 닭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 가더니 마침내 알을 품고

그 알에서 다시 병아리가 나오는 경지에 이르렀다. 아이들은 병아리가 이쁘다고 난리였지만

병아리 열마리중에 여섯마리가 수컷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기존에 있던 수컷 두 마리까지 합해서 수컷만 여덟마리가 되고 나니 암컷 아홉마리가

너무 너무 시달리게 된 것이다.

 

본래 닭을 기르는 곳에서는 수컷 한 마리당 암컷 열 다섯 정도가 적정 비율이라고 했다.

우리는 거의 1:1이다보니 교미를 하려고 등에 올라타는 수컷을 피하느라 암컷들이

하루 종일 닭장을 뛰어다니며 도망다니는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간신히 피한 암탉을 기어이 쫒아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날개죽지를 찍어 누르고

부리로 목깃을 물어가며 등에 올라타서는 교미를 해 대는 수컷을 볼때마다

너무너무 미워서 내 눈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한 마리한테 당한 암컷이 채 일어서기도 전에 다른 수컷이 등 위로 올라타는 장면을

볼 때에는 정말이지 당장에 들어가 괘씸한 수컷들을 작대기로 패주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수컷들은 그저 본능대로 할 뿐, 수컷들의 잘못은 아니었다.

암컷수에 비해 너무 많은 수컷들이 있어 암컷들이 과하게 시달릴 뿐이었다.

 

수탉들을 줄여야 했다.

동네 사람들은 당장 잡아 먹으라고 했지만 닭은 키우게 된 이후로 달걀을 먹는 것도 

왠지 마음에 걸리게 된 내가 그 일을 할 수 는 없었고, 남편도 도리질을 했다.

집에서 키우는 닭을 집에서 잡는 일은 상상 할 수 도 없었다.

 

닭.jpg

 

아랫집 아저씨가 잡아 먹겠다고 하셔서 남편이 수탉 한마리를 잡아 가져다 드렸다.

두 발이 잡힌채 찍소리도 못하는 수탉의 눈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오래 미워했지만 그래도 내 집에서 같이 살던 것들이 죽으러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마음이 힘들었다.

또 한 마리는 이웃에 사는 윤정이 친구네 집으로 가서 백숙이 되었다.

그리고도 여섯마리의 수탉이 남았다.

마침 근처에 있는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소농' 프로그램을 받는 학생들이

잔뜩 오는 날, 우리집 수탉 다섯 마리를 가져가기로 했다. 남편은 한 마리만 손질해서

우리에게 달라고 부탁을 했다.

"닭 머리하고 발 목은 꼭 잘라 주세요. 내장도 다 빼주시구요."

나는 닭을 가져가시는 분들에게 이렇게  부탁을 드렸다.

매일 나와 눈이 마주치던 녀석들의 죽은 얼굴을 본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땅을 헤집던 발가락들을 보는 일도 끔찍했다.

내장까지 다 손질해서 가져다주면 어떻게든 요리를 해 보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집에서 기르던 닭을 내가 음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내키지 않아서 불편했다.

마침내 건장한 남자들 여럿이 올라와 수탉 다섯마리를 잡아서 내려갔다.

한참 후에 죽은 닭 한마리가 담긴 커다란 검정 비닐 봉지가 내게 전해졌다.

나는 가슴이 다 벌렁거려서 들여다 보지도 않고 냉장고에 넣어 버렸다.

 

이틀쯤 지난 후에 냉장실에 넣어 두었던 닭으로 백숙을 하기로 했다.

냉장고에서 무거운 검정 비닐봉지를 꺼낼때부터 기분이 안 좋았다.

음식재료를 꺼낸다기보다 말 그대로 사체를 만지는 것 같았다.

아.. 정말 싫었다.

수술장갑처럼 고무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검은 비닐봉지를 열어 그릇에 대고

고기를 쏟았는데 제일 먼저 죽은 닭대가리가 툭 하고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 뒤를 이어 잘린 닭발 두개가 튀어 나왔다. 탱탱한 내장들이 뒤를 이어 우두두

쏟아졌다.

난 기절초풍 할 만큼 놀랐다.

분명히 대가리와 발목, 내장을 손질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잘 손질해서 같이 넣어

달라는 것으로 이해했던 모양이다.

반쯤 감긴 닭의 눈과 마주친 순간 온 몸에서 힘이 다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남편이 퇴근할때까지 그대로 둘 수도 없고, 다시 비닐봉지에 넣어야 했는데

고무장갑을 끼고도 만질 수 가 없었다.

집게로 머리를 집어 봉지에 넣는데 속이 다 메슥거렸다.

닭발과 내장들을 다시 집어 넣고 무거운 고기는 별수없이 고무장갑 낀

손으로 들어올려 봉지에 담은 후 냉동실에 넣어 버렸다.

내가 살인자가 된 기분이었다. 입안에 쓴 침이 고였다.

역시 집에서 기르던 것은 먹을 수 가 없다.

그냥 다 먹으라고 줄 것을, 괜히 한 마리는 받아가지고... 아,, 죽은 닭  얼굴을

봐 버렸으니 어쩌나, 이제 평생 닭고기는 못 먹겠네...

 

애들 방으로 달려가 내가 본 것과 내 기분을 설명했더니 아이들도 모두

고개를 저으며

"우리도 그런 닭고기.. 못 먹겠어요" 한다.

 

쫄면.jpg

 

결국 그날 나는 백숙대신 쫄면을 해 먹었다.

저녁 메뉴를 바꾸는 바람에 퍽 늦은 시간에 저녁을 먹어야 했지만 아이들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쫄면 2.jpg

 

음식은 음식으로 대해야지, 괜한 감정이입 할 필요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돼지고기며 소고기, 생선들은 어떻게 먹냐고 사람들은 얘기한다.

그러나 마트나 생협에서 파는 고기를 살 때엔 마음이 힘들지 않았다.

과정이 모두 생략된채 제품으로 포장된 고기들을 고를때는 그저 식료품이란 감정밖에

안 들지만 새끼때부터 자라는 모습을 모두 지켜본 생명을 죽여서 얻은 덩어리는

절대 그냥 식재료로 봐 지지 않는 것이다.

이미 너무나 많은 감정이 얽혀버려서 그 모든것을 다 없는 것처럼 할 수 가 없었다.

닭을 기르게된 이후로 나는 달걀도 잘 먹지 않게 되었다.

어쩌다 핏줄기가 어린 달걀을 깨뜨리게 되면 가슴이 다 철렁했다.

음식이 아니라 정말 생명을 먹는구나.. 하는 감정이 내 가슴을 다 오그라들게 했다.

 

본래 육식을 거의 즐기지 않는 나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더더욱 육류는 먹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특히 닭고기는 당분간, 아니 앞으로도 맘 편히 못 먹을 것 같다.

 

최근 집에서 기른 돼지와의 애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돈까스는 좋아하지만 집에서 기른 돼지를 죽이는 일은 괴로운 가족의 모습에서

이중적인 우리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닭은 냉동실에 며칠 넣어 두었다가 우리집에 오신 친정엄마에게 드렸다.

우글거리던 수탉들이 사라지고 대장수탉 한마리만 남은 닭장엔 평화가 찾아왔다.

암탉들은 다시 알을 품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귀여운 병아리들을 또 볼 수 있겠다며 좋아하고 있지만

다시 병아리가 태어나고 자라고 수탉이 되어 암탉들을 괴롭히고

또 처분을 고민하게 될 까봐 나는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

 

아..

고민없이 고기를 고르고, 고기를 먹던 시절로는 이제 절대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사는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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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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