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규 20.jpg

 

"필규야, 이번주에 온 씨네 21, 봤어? 엄마가 좋아하는 만화 실렸는데.."

"아, 마님하고 점년이 나오는거요?"

"그래, 나는 그 만화 칼라가 맘에 들더라. 그림체도 독특하고...

국제시장 패러디한 '재래시장' 만화 실렸던데 퀴즈, 진짜 웃기지 않냐?"

"완전 웃겨요. 영화 '국제시장'에서 덕수네 가족이 타려던 선박의 이름은?

1번 제너널 셔먼호, 2번 슈틸리케호,  이게 진짜 웃겨요. 슈틸리케호가 뮈야. 큭큭"

"슈틸리케 감독의 팀, 그런 뜻이잖아. 알지?"

"알죠. 홍명보호 그런거잖아요"

"그렇지. 3번은 아폴로 11호래. 아폴로11호가 왜 나오냐. 킬킬. 정답은 알지?"

"4번, 메러디스 빅토리아호잖아요"

"그래, 그래.. 우리가 메러디스 빅토리아호 얘기, 정말 많이 했지.

만화가들은 정말 머리가 좋은가봐. 한 컷을 그리기 위해서 동원하는 배경지식이

엄청 나잖아. 그런데 제너널 셔먼호는 뭐냐? 다른건 다 알겠는데.."

"장군 셔먼호라... 군함같은데..."

"나중에 찾아보자. 궁금하다.

그리고 '설국열차' 패러디한 영화 나왔다더라?"

 

"아, '떡국열차'요?"

"어떻게 알았어? 제목 정말 끝내준다, 떡국열차가 뭐야.. 으하하

줄거리는 더 웃겨.

꼬리칸 사람들에게 매일 배식되는 '개떡'으로 인해 성욕이 통제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게된 꼬리칸 사람들이 개떡을 일주일간 몰래 먹지 않고 있다가

드디어 꼬리칸 사람들이 모두 발기한 날 떡몽둥이를 들고 엔진칸으로

쳐들어간대. 으하하"

"아, 완전 웃긴다. 떡몽둥이.....클클.."

"봉만대 감독은 천재인가봐. 김구라가 주연이라는데 진짜 재미있겠다"

"개그맨 윤형빈도 나온데요"

"의왕에 있는 철도 박물관, 너도 알지?  거기 있는 비둘기호에서

촬영한대. 아, 진짜 웃기겠다. 만화가든 감독들이든 상상력이

정말 대단해. 상상력이라면 너도 좀 있지 않냐?"

"제가 한 상상력 하죠"

"그럼 이담에 작품 하나 나오는거야?"

"저한테 뭘 바라세요. 큭큭"

 

"여긴 양쪽 소나무들이 서로 이어져서 터널이 되었네?"

"연리지 같이요?"

"연리지? 니가 그런 말도 알어?"

"아, 엄마! 연리지를 왜 몰라요. 나무 두 그루가 서로 이어져서

한 가지처럼 연결되어 자라는 걸 연리지라고 하잖아요. 원래는 나무를 보고

나온 말인데 나중에는  남녀간의 사랑같은 것을 표현하는 말로 쓰이게 된거구요"

"우와.. 똑똑한데? 그렇게 잘난척 하면 엄마 머리 뚜껑이 열리지?"

"아, 정말.. 그런 '열리지'가 아니구요, 연리지요, 연, 니은.."

"알아, 알아. 내가 원래 말장난의 대가잖아. 큭큭"

 

"신문 봤니? 원세훈 국정원장이 대선 선거개입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더라."

"집행유예 아니구요?"

"실형이라니까, 3년 실형받고 법정구속됐어. 권력을 이용해서 선거에 개입한 것을

법정이 인정한거야. "

"그럼 대통령도 다시 뽑아요?"

"아이고, 그건 정말 너무 큰 문제고...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자력으로 뽑혔다는 것이

아닌 셈이되는거지. 정통성에 흠이 생긴거랄까.."

 

"엄마, 주말에 사촌형아들 오면 게임 좀 하게 해 주세요"

"말도 안되는 소리!!"

"엄마, 제가 이렇게 빌께요. 모처럼 이모네 집에 왔는데 게임도 하면 더 좋잖아요"

"..... 음... 그럼 내가 한 사람 앞에 30분씩 '카트라이더' 게임의 은사를 내려주지"

"아, 엄마. 30분은 너무 적어요. 저는 30분도 충분하지만 형들은 적어도 한시간씩은

해야지요"

"야, 그럼 모두 2시간 30분이나 게임을 하게 되는데 그건 절대 안돼!! 이불도 잘 펴고

집안일 많이 도와주면 좀 고려해보겠다만..."

" 충성! 몽땅 도와드리겠습니다!!"

"알았어. 이모랑 통화해보고 게임 이용시간 의논해볼께"

"꼭 연장해주실꺼죠? 엄마, 사랑해요"

"흥, 이럴때만.."

"왜이러세요. 제가 평소에도 엄마 많이 사랑하는거 알면서...ㅋㅋ"

 

 

필규 21.jpg

 

"엄마, 제 겨드랑이에서 냄새가 나는것 같애요"

"사춘기니까 당연하지. 머리카락에서도 그렇고.. 호르몬 변화로

몸에서 냄새가 많이 날꺼야. 지금은 겨울이니까 그정도지만

여름에 반팔 입고 땀 흘리게 되면 매일 매일 잘 씻어야 되는거 알지?"

"매일 자고 일어나자마자 샤워할거예요"

"야, 야.. 매일 늦잠에서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하면서 아침 샤워는 무슨..

학교에서 돌아오면 잘 씻기나 하셔"

"당근이죠.

그리고 저.. 면도 해야 할까요?"

"야, 솜털 면도하면 털이 더 굵어진대"

"엄마, 그거 완전 잘못된 상식이거든요? 면도하고 털 굵어지는거 하고

아무 상관없어요"

"아빠랑 의논해봐. 그래봤자 전기면도기 쓰는 거잖아. 일반 면도기는

아직 안돼. 코 밑에 조금 턱 색깔이 진해진것 같긴 하다만 아직 면도하기는

좀 그렇지 않니?"

"그럴까요?"

"몰라, 몰라.. 남자 몸에 일어나는 일은 남자들끼리 해결하세요"

 

"오늘 저녁 메뉴는 뭐예요? 짜장면 먹고 싶은데..."

"짜장면 같은 소리.. 집밥을 정성스럽게 차려주마"

"고기... 반찬 좀 해주세요"

"어허..채식이 몸을 맑게 해 준단다, 아들아."

"엄마, 제 몸은 너무 맑아요. 저는 한창 자라야할 사춘기 소년이라구요.

단백질이 필수예요. 고기 좀 해주세요"

"삼겹살 썰어 넣고 김치 지져줄께"

"그냥 구워주시면..."

"고기 뺄까?"

"아니요, 삼겹살 넣은 김치... 해주세요. 대신 고기 좀 많이 넣어서요.헤헤"

"흥,  넌 언제 쯤 엄마한테 밥 해서 차려줄래?"

"엄마 생일날 해드릴까요?"

"진짜? 니가 일어나서 엄마 밥 차려주기전에 엄마는 기다리다 쓰러질걸?"

"기다렸다 먹으면 더 맛있어요. 큭큭"

 

"나한테 좀 기대지마. 키는 언제 이렇게 큰거야. 너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 코 밑이었던거 기억나지. 언제 눈 높이가 같아진거야, 정말..?"

"이제 제 옷 작아지면 엄마 물려드릴께요"

"아, 정말 이제 아들 옷 물려입어야 겠네. 제발 아빠보다 훨씬

훨씬 더 커다오"

"당연하지요. 엄마... 뽀뽀 해주세요"

"아이구, 징그러"

 

쪽,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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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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