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2일부터 우리 집의 가방이 4개로 늘었다. 나의 출근가방과 아내의 외출가방, 그리고 첫째와 둘째의 등교, 등원가방. 뽀뇨가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둘째 유현이는 드디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3월초부터 아버지 제사와 회사의 주말 이벤트, 각종 정기모임까지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아이 입학식도 다녀오지 못하고 최근에는 초등 1학년 뽀뇨와 얼굴을 붉히는 일까지 있었다. 학교에 잘 적응할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동네 친구들이 같은 반에 배정되어 다행이다 했다. 다소 신경이 예민한 첫째이다 보니 입술이 부르트고 두통과 변비에 시달린다. 아빠인 내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사춘기 아이마냥 화를 내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앞으로 어떻게 부모역할을 해야 할지 며칠 동안 고민을 하기 까지 했다.
둘째는 여전히 잠을 자다가 울면서 깰 때가 많다. 만약 깨는 시간이 아침이고 엄마가 옆에 없으면 일어나서 엄마를 다시 데려와 잠을 청한다. 한참 자아가 형성될 시기여서 분리불안이 생길 나이다 보니 반드시 거쳐야 되는 단계인데도 쉽지가 않다. 첫째와 둘째가 이런 상황이다보니 아내 또한 신경이 예민한 시기다. 요즘 재택업무가 늘어 난데다 동화창작수업까지 받다보니 할 일은 많고 아이들을 돌 볼 시간은 부족하다보니 짜증이 쉽게 나는 것 같다.
나는 요즘 퇴근 시간이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집에 오면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 노력중이다. 주로 아이들과 몸 쓰는 일을 많이 하다가 8시가 되면 양치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데 늘 아내 곁에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자는 것은 부모자식간의 정을 나누기에 좋다. 잠들기 전에 딸아이의 손을 꼭 잡고 ‘합죽이가 됩시다 합’하기 전까지 낱말 잇기를 하기도 하고 그림자놀이를 하다가 저녁에 있었던 불편한 일이나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깊은 이야기도 나눈다. 그럴 때면 참 행복하다.
하지만 요즘은 아내 곁이 그립다. 아내 곁에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재택근무를 하거나 창작수업의 숙제를 하거나, 아이들을 돌보느라 지친 아내를 바라보면 늘 미안하고 안쓰러워서 둘만의 시간을 갖자고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얼마 전에 영국인 친구 부부의 집을 방문했는데 2살배기 아이를 독방에 재우는 것을 보았다. 서양에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독방에 재우는 것이 기본이라고 하는데 성인이 되면 부모로부터의 독립이 자연스러울 듯 보였다. 아이를 따로 재우면 부부간의 이야기도 더 많아지고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 집이 크지는 않았지만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가 있어서 청소와 설거지 등 집안일에 대한 소요시간을 줄이려는 듯 보였다.
영국인 친구집에 다녀와서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를 사는 건 어떠냐고 아내에게 물어봤는데 몇 가지 이유로 반대를 했다. 아내에게 한번만 더 물어보았어도 “그럼 그렇게 해요”라고 이야기를 했을 텐데... 되돌아보면 내 생각이 참 짧다.
오늘로 학부모가 된지 12일이 지났다. 아이가 한 살 더 먹었을 뿐인데 아내와 나는 왠지 우리 둘이 학교에 입학한 듯 모든 것이 새롭다. 아이에게 7살과 8살의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사회학적 차이에 대해 알아듣도록 얘기를 하며 훈육해야 할까 고민이다. 왠지 방학내내 놀다가 개학 전날 탐구생활과 일기장을 하루 만에 작성하듯 뭔가 대단한 숙제라도 해야 될 듯, 내 마음이 요즘 그렇다.
아마도 아내 심정 또한 그러할 진데 내가 아직 어른이 안 된 건지 아내 곁이 그립다. 학부모가 되면 신경써야할 것이 더 많아질 테고 우리 대화는 아이들 이야기로 대다수를 채울 것이기에.. 더욱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