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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크리스마스 이브 밤이면

한밤중에 찾아올 지도 모르는 산타 할아버지를 위해

케잌을 한 조각 준비해 둡니다.

케잌과 함께 선물은 00나 00에 놓아달라는 부탁인지, 지시인지 모를

큰아이의 편지와 함께^^

 

혹시나 케잌에 먼지가 들어가지나 않을까

씌운 랩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편지가 잘 보이게끔 이리 놓았다 저리 놓았다

무슨 굉장한 의식이라도 치르는 듯(선물을 무사히 받아야하니까..^^)

난리를 부리다 겨우겨우 아이들이 잠든 밤.

... ...

춥고 긴 밤이 드디어 끝나고

밝고 하얀 겨울 아침의 질감이 느껴질 때...

 

우당탕탕.

가장 먼저 아침을 느낀 큰아이가 거실로 뛰어나가는 소리.

 

"산타상!!,,(일본어로는 이렇게 부른답니다;;^^)

 케잌 먹고 갔어!!!!!!!!!!!!!   선물도 놓고 갔어!!!!!!!!!!!!!"

 

온 집안을 울리는 누나 소리에 쿨쿨 자던 둘째 아이도 얼른 일어나 거실로 나갑니다.

 

"우와..... 산타상!! 케잌 정말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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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2월 25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마법같은 현실.

사라진 케잌과 그토록 소원하고 기다렸던 선물이 눈 앞에 존재하다니.

 

작은 아이가 크리스마스를 이제 제대로 즐기게 되니 한층 더 즐겁습니다.

아이들이 갑자기 깨어날 확률이 거의 없는 한밤중에 아빠가 케잌을 먹어치우는데

최대한 급하게 먹고 자리를 뜬 흔적이 나도록 먹는 연출까지^^

 

크리스마스 - 뭐 그리 유난 떨 필요없다 싶지만,

그래도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겐

1년에 한번 쯤, 이런 환상적인 체험을 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저희집은 생일 때는 수수한 선물을 하는 편이고, 정말 꼭 갖고 싶은 건 산타 할아버지에게

부탁하라고 그럽니다. 1년 내내 뭘 소원할까, 고민하고 기대하는 아이들 보는 게 우습기도 하고

엄마아빠는 아이들에게 올해 필요하겠다 싶은 선물을 정하고 1년 내내 쿠폰을 모으거나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해서 비교적 저렴하게 준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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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선물을 즉석에서 완벽하게 재배치한 딸의 작품. 과자를 든 토끼 아이?가

    엄마한테 사달라고 조르는 마트의 한 장면을 연출. 뒤에 계산대에는 남동생의 장난감이^^>>

 

올 한 해는 3학년인 큰아이가

'딸을 10년 키우면 이렇게 야무지고 멋있어지나..!'싶을 만치

여러 면에서 큰 성장을 한 1년이었답니다.

이제 겨우 만4살이 되어가는 남동생을 거의 절반 이상 키우다시피 했어요.

누나라기 보다 어린 엄마, 어린 선생님같은 존재;^^

 

그런 큰아이에 대한 고마움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표현했습니다.

아이가 1년 내내 기대하고 기다렸던 <실바니아 수퍼마켓 세트>.

초등생이 아직 장난감이야????? 하는 생각도 했지만, 딸아이는 이런 세계를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저 혼자 직접 상상해서 어설프지만 만들기도 하구요..

 

아이들에게 찾아온 마법같은 아침을

함께 보내면서

문득 우리에게도 이런 마법이 일어나진 않을까 .. 하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 보냈습니다.

 

이미 결판은 나고 시간이 점점 지나고 있지만

쉽게 인정이 잘 안 됩니다.

글쓰기도 재미없고, 매사에 신경질이고, 집안일도 손에 잘 안 잡히고.

 

구체적인 한국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없기에 더 막연하고 답답하고 그런 건지.

연말연초 할 일이 너무 많은데 .. 얼른 정신을 차려야 할텐데...!

근심걱정없이 판타지를 현실처럼 맘껏 즐기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부러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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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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