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육아를 담당하는 부모라면 아이들의 보육환경과 의료환경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됩니다. 선거를 앞두고 보육정책에 대한 여러 의견을 읽으면서 지금 현실에 가장 맞는 보육정책은 어떤 것일까, 아이들과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무엇일까, 육아문제가 좀 더 사회화, 공론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제가 일본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던 것은

바로 아이들의 의료환경입니다.

일본에선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의료증>이라는 걸 발급받게 되는데

이 카드만 있으면 언제든 어떤 질병이든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고 약값도 무료입니다.

아이가 사는 거주지가 시에 등록만 된 상태라면 일본인이든 외국인이든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단 연수입이 정해진 기준을 넘을 경우엔 발급이 중지되지만 일본의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아프면 이 의료증만 가지고도 병원을 갈 수 있지요.

한밤중에 응급실을 찾을 때도 이용가능할 뿐만 아니라, 감기같은 단순한 질병부터 선천성심장질환같은 오랜 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질병까지 대부분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불과 몇 달 전에 감기도 잘 앓지않던 저희집 아이 둘이 연이어 병원을 찾는 일이 있었어요.

태어나서 아토피나 피부염을 한번도 앓은 적이 없던 큰아이가 이유없이 얼굴부터 시작해 온 몸에

습진이 번져, 피부과, 소아과를 전전해도 잘 낮지않고 원인도 정확히 알 수 없어 결국 국립병원의

유명한 소아알레르기전문과를 소개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혈액검사, 알레르기반응검사 등등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결국 검사결과는 아무 이상없었고 처방받은 연고를 며칠 바르고 하는 사이에 걱정했던 습진은 깨끗하게 나았어요. 두 달가까이 온 가족이 불안에 떨며 걱정했던 게 너무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나아 허탈하기도 했지만, 원인을 모름에도 부모와 함께 걱정하며 치료에 몰두해준 의사가 무척 고마웠고 각종 검사과 진찰비, 처방받은 약 -

이 모든 과정이 무료로 진행되었다는 것.

이런 의료제도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경제적인 도움뿐 아니라 심리적인 면에서도

큰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질병 앞에서 아이들이 평등하다는 걸 현실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육환경 면에서.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매달 <아동수당>이란 것이 지급됩니다.

이 아동수당은 사는 지역에 따라, 아이 연령에 따라 지급받는 금액이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도쿄도 내에서도 구에 따라 다르고, 제가 사는 카나가와현도  대부분 만엔에서 2만엔 남짓 지급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초등학교까지인 지역도 있고, 중학교까지 지급되는 지역도 있지요.

그 외에 어린이집(보육원)을 보낼 경우, 부모의 수입에 따라 보육료가 다르게 책정되고

유치원인 경우, 정해진 보육료를 매달 낸 후 1년에 한번 각 가정에 보조금이 지급되는데

이것 역시 부모 소득에 따라, 자녀수에 따라 다르게 책정됩니다.

 

일본 아이들의 보육환경의 특징은

일단, 의료가 대부분 무료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도움되는 것 같구요

아동수당은 몇 해 전,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었을 때 일시적으로 많이 지급되었다가

다시 예전 금액으로 책정되었는데, 이 문제도 부모들의 의견이 분분했었지요..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보육정책은 무엇일까요?

경제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보육의 질과 환경에 대한 고민도 차근차근 해 나갔으면 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는 장을 더욱 넓혀갔음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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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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