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아 기다리는 집엔 미안한 일이지만 아이 갖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

가끔 전화통화를 하는 의사친구가 있는데

나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여 아직까지 아이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얘길 들을 때면

'아직 제수씨가 나이 젊은데 뭐. 너무 걱정하지마'라는 뻔한 대답으로 일관하곤 했다.

 

아이를 낳아야 겠다고 결심하고 거의 첫 달에 임신에 성공.

뽀뇨는 아빠엄마에게 거침없이 다가왔다.

뽀뇨 낳은지 1년이 넘었고 아내가 여러 가지로 바쁘긴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둘째를 가져야겠다고 결심한지가 벌써 6개월,

이상하게 아무 소식이 없다.

 

동생 만들기 프로젝트에 들어간 첫 달,

아내나 나나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애를 썼다.

아이를 침대아래에 재워두고 프로젝트에 몰두하다가

뽀뇨가 부스럭거리며 일어나는 통에 갑자기 숨죽이며 자는 척 해보기도 하고

침대아래 맨바닥에 이불을 깔아놓고 몰두하다가 무릎에 멍도 여럿 들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결과를 확인하면 늘 실패.

'정성이 부족했어. 조금 더 노력하자'고 심기일전으로 다시 도전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2011년 내에 동생을 갖게 해주자는 아내의 목표도

고갈되는 체력과 바쁜 스케줄 속에 점점 사라져갔다.

 

나 또한 프로젝트 수행일에는 항상 음주를 피하고

머릿속으로 좋은 생각을 해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자기야, 정자는 (쓰이기) 한 달 전쯤에 만들어 진데요" 하며 아내가 김을 뺏지만..

 

드디어 2012년, 올해는 좀 더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뛰어들기로 했다.

겨울동안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와 계셔서(가끔 뽀뇨를 데리고 주무시기도 한다)

조건 또한 무르익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까무러치더라도 꼭 승리하자는 다짐으로,

길일을 가리지 않고 헌신진력하였다.

밤으로 새벽으로 불만 꺼지면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평소 먹지 않았던 인삼주며 복분자주며 배즙 등등도 연구에 도움이 될까 챙겨먹었다.

 

그리고 또, 한달이 지났다.

아내가 안되겠다는 듯 며칠 전에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보는건 어떠냐고 진지하게 묻는다.

가끔 전화통화하는 아이 둘 둔 동생은,

가질려고 노력하면 더 안가져지는게 둘째아이라며 마음을 비우란다.

마음을 비워야만 목적이 달성되는 프로젝트라..

 

사실 관계란 부부 상호간에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이 맞는데

프로젝트를 수행한답시고 너무 기계적으로, 

상대방이 아닌 목적만을 마주한게 아닌지 반성해보게 된다.

 

글을 쓰는 이번 주,

지난 달 노력의 결과가 나오게 된다.

 

피나는 노력들이 무덤덤하게 느껴지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기다려보자.

 

<뽀뇨 뱃속사진. 언제쯤 동생의 얼굴을 볼 수 있을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사본 -뽀뇨 뱃속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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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블로그 : http://plug.hani.co.kr/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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