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들.jpg

 

 열 살이 된 아들...
슬슬 성교육을 시켜야 할 것 같은데 어느정도까지 알고 있는지 알 수 가 없네..
이럴땐 아무렇지 않게 정공법으로 접근하는게 좋지. 그래서 어느날 나는 책 읽고 있는 녀석에게
다짜고짜 이렇게 물었다.

'필규야, '생리'가 뭔지 아니?'

'몰라요'

'들어본 적도 없어?'

'들어본 적은 있어요. 학교에서 성교육 시간에요. 그런데 자세하게는 몰라요'

'음.. 그렇구나' (이 대목에서 앞쪽에 있는 인체 백과사전을 꺼내 든다)
(여자 생식기 부분이 크게 확대되어 나오는 쪽을 펴 놓고)
'이게 여자의 생식기라는 건 알겠지? 여기가 자궁인데, 자궁이 뭐 하는 곳인지 아니?'

'아기 키우는 곳이잖아요'

'맞아, (내 손으로 주먹을 쥐어 보이며) 여자의 자궁은 보통때는 딱 이만해. 그런데 아기가
생기면 엄청나게 늘어나지. 아기가 크는 대로 자궁도 커지니까 정말 대단한 근육이지?'

'아기가 나오는 곳이 여기지요? 질?'

'그래, 여기로 아기가 나오지. 질 입구도 평소엔 아주 작지만 아기가 태어날땐 아기 머리 크기
만큼 늘어나. 윤정이랑 이룸이 태어날 때 본 기억 나지?'

'네'

'아기는 뭐랑 뭐가 만나야 이루어지니?

'난자랑 정자요'

'그렇지. 엄마에게 있는 난자에 아빠에게 있는 정자가 들어와야 수정이 되어서 아기가 되지.
그래서 여자에게는 난자를 만드는 '난소'라는 곳이 있어. 모든 여자들은 태어날때 평생 만들 수
있는 난자 모두를 가지고 태어나. 어릴때는 만들어지지 않다가 사춘기가 되면서 몸이 충분히
성숙되면 드디어 이 난소에서 씨앗으로 가지고 있던 난자를 커다랗게 키워서 한 달에 한 개씩
내보내. 난자는 자궁으로 내려와서 정자를 기다렸다가 정자를 만나게 되면 수정이 되서 아기가
되는 거지.
난자가 자궁으로 내려오면 자궁은 소중한 난자를 지키고 아기를 키울 따뜻한 방을
만들기 위해서 사방에서 양분과 혈액을 공급받아서 두텁고 영양이 풍부한 혈관 벽을 만들어.
그래야 난자가 정자를 만나 수정이 되었을때 필요한 에너지들을 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난자가 나올때마다 꼭 정자를 만날 수 있는건 아니거든? 난자와 자궁이 만만의 준비를 하고
정자를 기다렸는데 정자가 안 들어와서 수정이 안 되면 아기를 키울 준비를 했던 자궁은 준비했던
혈관 벽을 허물어 버리고 평소의 상태대로 돌아가는데, 이때 혀물어지는 혈관 벽이 질을 통해
밖으로 흘러 내리는게 바로 '생리'야'

(이 대목에서 나는 평소에 내가 쓰고 있는 천 생리대와 일반 펄프 생리대를 가져온다)
'이거봐. 이게 엄마가 쓰는 천 생리대야. 생리혈이 흘러나오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속옷이랑 바지를 몽땅 버리게 되니까 반드시 생리대를 사용해야 하는데 엄마는 이걸 쓰고 있어'

'얼룩이 있네요? 이게 핏자국이예요?'

'응. 손으로 빨아도 완전히 깨끗하게 지지는 않아. 그래도 쓰는데는 상과없지'

'양이 많네요? 핏자국이 넓은데요?'

'그럼. 혈관벽이 흘러 내리니까 적은 양은 아니지.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생리가 나올때, 아프지는 않아요?'

'음...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한데, 엄마는 아프지 않아. 다친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상처가
아니고 몸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거라서 아프지 않아. 어떤 여자들은 생리할때
특별히 몸이 아프기도 하고, 신경이 날카로와지기도 하는데 다행이 엄마는 그렇지 않아.'

(이번엔 펄프 생리대를 보여준다)
'이건 대부분의 여자들이 쓰는 공장에서 만든 화학생리대야. 천 생리대랑 정말 다르지?'

(아들, 이리 저리 만져보고 펼쳐 보며 신기해 한다)
'이 얇은 것으로 양이 많은 생리혈을 처리하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화학공정이 들어간대.
기업에서 생리대를 만들어 내면서부터 생리는 더럽고, 불결하고, 감추어야 하는 일로
엄청난 광고를 해 댔어. 그래서 불쾌한 냄새도 감추어 주고, 생리혈도 감쪽같이 흡수해주고
겉으로 표도 안 나는 생리대를 개발했지. 여자들은 그때부터 비싼 돈을 주고 이런 생리대를 사서
쓰게 되었고...
사실, 생리는 결코 불결하거나 지저분한 일이 아니거든. 생리는 여자가 아기를 만들 준비를
한면서 나타나는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고 굉장히 귀한 몸의 리듬인데, 모든 생리대 광고와
제품들은 생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만들어내서 여자들로 하여금 생리를 감추고
감쪽같이 처리하라고 부추기고 있는거야. 그래서 엄마는 그런 생리대 안 쓰고 천으로 만든
보들보들한 생리대를 쓰지. 천 생리대를 쓰면 매번 생리할 때 마다 엄마 몸 속에서 나오는
피가 색이 어떤지 잘 알 수 있거든? 건강한 상태에선 생리혈도 아주 곱고 붉은 색이 나와.
그런데 화학 생리대를 쓰면 몸이 보여주는 그런 귀한 정보를 절대 알 수 없지.
생리대는 그저 불결한 오물을 처리하는 제품밖에 안 되는거야.
게다가 몸에 직접 닿는 곳에 수없이 많은 화학약품으로 범벅된 생리대를 쓰면 여자들의 건강이
당연히 안 좋아지겠지?
필규는 엄마가 어떤 생리대를 쓰는 것이 더 좋겠어?'

'그야 물론 천 생리대를 쓰는게 좋지요. 건강에 좋으니까..'

'그럼, 그럼.. 생리는 여자들의 몸이 아기를 품는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한 달에
한 번씩 나타내주는 특별한 상징이기도 해. 그래서 여자가 생리를 하게 되면 더 잘 보살펴주어야
하고 잘 돌봐워야하는거야. 니가 이담에 여자친구가 생겼을때도 여자 친구가 생리를 할 때에는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잘 챙겨줘야돼.'

'네. 알았어요'

'엄마는 앞으로 생리가 시작되면 달력에다 빨간 종이꽃을 만들어 꽂아 놓을꺼야. 생리가 끝날때
까지 내내.. 그러니까 너도 만약 달력에 빨간 꽃이 꽃져 있는걸 보면 엄마가 생리중이란 걸 알고
더 많이 엄마를 도와주고 챙겨줘야해?'

'오케이!'

' 이담에 윤정이가 처음으로 생리가 시작되면 우리 모두 윤정이한테 큰 축하 파티를 열어주자.
윤정이의 몸이 드디어 아이를 가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는건 윤정이가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여자로서 멋지고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되었다는 뜻이니까
특별한 날이거든. 알았지?'

'네. 저도 축하해 줄께요'

'마지막으로 하나.. 생리는 죽을때까지 하는게 아니야. 난소에서 태어날때부터 가지고 있던
난자 씨앗들을 모두 내놓게 되면 마침내 생리가 끝이 나. 엄마도 더 나이가 들면 난소에 저장되어
있던 난자들이 다 빠져나와서 생리가 끝나게 되겠지. 그때는 아기를 가지는 존재에서, 엄마 자신으로
한차원 더 높아지는거지. 그걸 요즘엔 '완경'이라고 해. 하나의 우주가 완성되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그러니까요, 엄마.. 난소에서 난자를 다 만들어내기 전에 빨리 넷째를 가지세요.
넷째를 낳으시라구요. 아직 난자가 나오고 있잖아요? 다 나오기 전에 꼭 넷째를 낳아 주세요'

 

'뭐라고 ??????'

 

그렇구나. 이 녀석은 정말 넷째 동생을 간절히 원하는구나. 그냥 하는말이 아니구나.
아이고, 머리 아파라. 다 큰 녀석 성교육도 복잡해 죽겠는데 거기다 동생을 또 낳으라니...
니 엄마가 벌써 마흔 셋이란다. 어흑...

그나저나 '생리'에 대한 교육은 이렇게 수월하게 끝이 났다. 아들은 내가 혹 염려했던 더 깊은
질문들을 던져주지 않았고, 백과사전을 오래 오래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내가 하는 얘기를
시원시원하게 받아 주었다. 아마 두 여동생이 집에서 태어난 까닭에 엄마가 동생을 낳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았고, 동생들이 뱃속에 있을때 아기가 어떻게 자라고 태어나는지에 대한 많은
얘기들을 들어왔기 때문일지 모른다.
앞으로 나는 그동안 아들 몰래 빨아 널었던 천 생리대를 이젠 당당하게 빨아 널기로 했다.
그리고 생리가 시작되면 여자대학에 다닐때 과방에서 그렇게 했듯이 빨간 종이꽃을 달력에
달아 놓을 것이다. 생리중이라는 것을 당당하게 밝히고, 기꺼이 도움과 특별한 보살핌을 요구하고
생리가 시작되고 끝나는 것을 가족 모두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말이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들을 감추고, 아닌척하고, 안 하는 척 하는데서 궁굼함과 잘못된 상상과
비뚤어진 호기심이 일어나는 법이다.

너무 머리쓰지 않고, 너무 궁리하지 않고, 그냥 툭 던져가면서 아들과 더 많은 것들을
나누고 싶다.

 

이제 '생리'는 해결되었으니... 다음엔 'sex'다!!!!

 

엄마가 하는 '다짜고짜 성교육'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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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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