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이를 몇 명이나 낳을까요?”

아내와 결혼하고 진지하게 얘기를 해본 적이 있다.

30대 초반을 지나 모은 재산하나 없이 결혼하였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아이 하나만 낳고 살자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물론 그날 이야기의 결론은 일단은 “몸이 허락하는 대까지 낳아보자”는 것이었다.

 

결혼하고 4년이 흘렀으니 계획대로라면 둘째도 가질만한데

 ‘몸이 허락하지 않는지’ 아직 소식이 없다.

둘째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허락하는 한’이라는 조건은

‘허락하지 않으면’이라는 반대조건도 성립하다보니 실제로는 이렇다 할 계획이 없다.

 

첫째를 낳고 돌 정도가 지나고부터 이제 슬슬 둘째를 가져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열심히 노력해보았으나 어찌된 일인지 ‘허락지 않는’ 결과만 마주하게 되고

그 결과를 두고는 ‘그냥 자연스럽게 생활하다보면 생긴다’는,

 ‘허락하는 한’보다도 더 나이브(?)한 조언도 귀담아 듣게 되었다.

 

여러 가지 계획을 머릿속으로 세우고 있는 아내,

 이번 달에 임신하게 되면 언제 출산하게 될건지에 대해서도 예상을 하고 있다.

매달 치러지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수험생의 스트레스 같은 것을

곁에 있는 나도 느끼게 되는데 약간의 온도차이는 있는 듯하다.

 

왜일까 생각을 해보면 아내와 내가 30대 후반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결혼하며 계획을 세웠던 ‘허락하는 한’의 확률들이 낮아지기 때문이리라.

몸으로 그것을 체감하고 있는 아내와 달리 나는 무한긍정의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보이고

그럴 때면 내색하지 않고 어떻게 마음에 위로를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이다.

 

아내가 생리할 기간이 다가오면 표정의 변화, 한숨소리 하나에 많은 것이 읽힌다.

기대에서 아쉬움으로 변하게 되는 날이면

아내의 기분마냥 내 마음도 찹찹해진다.

하지만 어떠랴 ‘허락하는 한’ 다음 달에 도전해볼 수 있으니 관계 없다.

 

오늘은 나 또한 둘째가 생기면 진짜 어떤 마음일까를 상상해보았다.

우리 두 부부와 아이하나에서 4명의 가족이 된다면 왠지 더 커진 느낌이 드는 것 같고

첫째인 뽀뇨는 아기가 아니라 더 어린이가 될듯하다.

아이 많은 아빠에게 가끔 듣게 되는 것이

“첫째 이름으로 아빠이름이 불리면 동생들이 나중에 질투한다”는 것인데

뽀뇨아빠를 어떻게 바꿔야 되나 싶기도 하고

둘째 이름은 무엇으로 정해야 될지 하고 김치국도 마신다.

 

 둘째 생각에 감기 걸려도 약 한번 먹지 않는 아내를 보면

미안한 마음이 밀려온다.

며칠동안 아내의 표정을 읽으며 기대와 아쉬움의 무한반복 랠리를 하고 있지만

동요하지 않고 곁에 있어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둘째를 기다리며.

 

<뽀뇨에게 언제 동생이 생길까요? 뽀뇨 손가락이 왠지 "아빠엄마, 요만큼만 더 기다려요"하는 거같네요 ^^>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뽀뇨의 "목욕하며 아이스크림 먹기"를 보실수 있어요.

뽀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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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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