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언젠가부터 저녁이 있는 삶’, ‘주인 된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다.

 

한 유명정치인은 은퇴를 하며 저녁이 있는 삶을 못 드려서 죄송하다늘 말을 남기기도 했고

탈서울하여 이민을 가거나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사람들은

그 첫 번째 이유로 저녁이 있는 삶을 꼽기도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번 유럽연수에서 느낀 바를 짧게라도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연수 첫날, 프랑크푸르트공항에 저녁시간이 조금 안되어 도착했다.

명색이 국제공항이자 유럽의 관문이라 할수 있는 공항인데도 저녁도 되기 전에 식당이 문을 닫고

전 세계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를 먹어야 했다.

그 다음날 베를린에서 1박하고 드레스덴으로 이동했을 때

시내에서 아주 오래되었다는 유제품 가게를 독일 기사님의 소개로 일부러 찾아갔는데

도착 시간이 아마 문을 닫는 저녁 5시, 5분 후였을 것이다.

 

문만 열면 20명이 들어가 왕창 쇼핑을 할 기세였으나 가게 안의 주인은 우리를 쳐다 보면서도

한참을 매장안에서 정리 작업을 하다가 유유히 사라졌다.

우리에게는 몇 년 안에 가게를 찾아올 기회가 없어 절박한 상황이었고

주인 또한 잠시 문을 열어두면 매출을 올릴 수 있었는데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들은 단 1분도 허용하지 않았다.

 

<드레스덴의 100년도 넘은 가게. 누구도 저녁을 누릴 권리를 침해할수 없다>

둘째날 372.jpg

 

 

유명한 가게이고 우리 아니어도 장사가 잘 될거여서 그럴거라 생각을 했는데

소도시 곳곳을 둘러보니 그 시간 즈음에 문을 연 곳은 체인 슈퍼나 패스트푸드점 뿐이었다.

 

'이 나라는 도대체 어디서 밥을 사먹고 또 어디서 사람들을 만난단 말인가.'

 

이뿐이 아니었다.

우리를 독일, 오스트리아 곳곳으로 안내하는 버스기사 아저씨가 계셨는데

보통 이침 8시에 출발하여 저녁 6시전에 칼같이 숙소에 도착하였다.

만약 도착이 늦어져 초과 운행을 하게 되면 그 다음날 출발이 늦어져

연수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버스 운전에 관한 일종의 규칙이 하루 몇 시간이고 그것을 초과할 경우에는

운전기사를 그 시간만큼 충분히 쉬게하기 위한 장치인 듯한데

운행시간이 버스에 기록되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한다.

운전 시 안전을 지키는 방법이지만 우리는 연수일정 내내

시간이 없다는 지도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연수 중 옆에서 끼어드는 차로 인해 사고가 날뻔했다. 경험많은 기사님의 기술과 충분한 휴식때문에 안전했다> 

 

둘째날 009.jpg

 

 

그뿐일까.

58일은 어머니날이자 독일에서 승천대축일로 큰 기념일이었는데 이상하리만큼 도로가 한산했다.

한국은 공휴일이면 차를 몰고 동해로, 서해로, 남해로 놀러다니느라 도로상에서 대여섯시간을 보내는게 기본인데

아우토반에 차가 없었다. 다들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이웃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 일과라고.

휴일이라 운반용 트럭의 이동이 법적으로 금지되는 것도 이유라고 한다.

 

하루라도 더 돈을 벌어서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얼른 사야해서, 혹은 아이들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휴일도 마다하지 않고 잔업, 특근도 마다하지 않는 한국사람이 보기에 뭔가 잘못된듯 이상해 보였다.

전 세계를 통틀어 휴가가 많기로 유명한 독일, 평균 휴가일이 1년에 30일이나 된다.

법정휴일을 제외하고 개인이 쓸 수 있는 휴가가 무려 한 달이나 되는 나라인데 소득은 한국의 두배를 넘어섰다.

일하는 시간은 한국의 반 정도밖에 안되고 일과 직장 중 어느 것을 택하겠냐는 똘아이 면접관이 없으며

돈보다는 여유, 회사보다는 자기자신과 가족을 중히 여기는 사회가 독일이다.

 

연수단이 호텔로 돌아가는 시간이 오후 5시를 조금 넘기는 시간이었는데

이 시간에 독일사람들은 자전거로, 차로 퇴근한다고 도시의 작은 도로가 막히기 까지했는데

그들의 평균 노동시간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하루 5.5시간이다.

보통 9시에 출근하면 오후 4시전에는 퇴근한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작은 정원이라 불리는 클라인가르텐이 활성화되어있는데 아이들 있는 가족의 분양이 많다고 들었다.

매일 몇 시간씩은 시간을 들여 가꾸어야 하는 도시정원을 젊은 부모들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의아했는데

오후 4시 퇴근이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라이프찌히에 있는 친구 오정택 박사에게 이 믿을 수 없는 저녁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더니

독일에서 저녁이 있는 삶은 기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라고.

세금이 워낙에 많이 부과되다보니(‘솔로세라고 있지는 않지만 혼자 사는 이에게 세금부과가 가족으로 사는 것보다도 더 많다고 한다)

저렴한 식자재로 집에서 요리해먹는 것이 일상이라고 한다

 

독일아빠들은 저녁에 무엇을 할까?

 

아이들과 클라인가르텐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로 요리를 하고 맛있게 저녁을 먹고는 아이들은 다음날 

일과를 위해 잠자리에 들고 아빠들은 엄마와 함께 TV로 축구경기를 볼 것이다. 맛있는 밀맥주와 함께.  

 

 성공신화’, ‘열정’, ‘도전이 불티나게 팔리는 한국사회에 독일의 소박한 삶이 부러운 이유는

누군가가 성공하기 위해 누군가는 그 을 깔아주어야 하는 불편한 진실에 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그 에 있기에 우리는 한국을 헬조선이라 부른다.

독일은 내가 성공하지 않아도 행복한 사회, 누군가의 초과노동을 바라지 않는 사회,

내가 배려한 만큼 돌려받는 것이 당연한 사회이기에 지금의 위치에 있게 된 것 같다.

 

한국도 이 믿을 수 없는 저녁을 누릴 날이 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내려놓고, 멀리 보고, 서로를 아낀다면.

 

다음 글은 소박한 삶이자 건강한 삶의 한 유형인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에 대해 써보겠다.

 

<공휴일에 찾은 바이마르 시내. 소도시에 사람이 이렇게 없을수가 있나했다> 

IMG_509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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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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