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11일 동안 유럽농업연수를 다녀왔다. 대산농촌재단의 미래가 있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을 주제로 한 연수였던 17명의 연수단에 내가 선발된 것이다. 첫 번째 유럽여행을 연수형식으로, 그것도 농업을 주제로 가게 될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지난해 이 연수를 다녀온 분의 강력추천이 있었고 마감을 하루 앞두고 나는 거금 180만원이나 드는 연수를 결국 신청하고 말았다.

이번 연수는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독일, 오스트리아의 선진 농업을 탐방하는 목적이었지만 틈틈이 독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설과 탐방이 이어져서 거꾸로 왜 독일의 농업은 아주 적은 비율이나마 계속 이어지고 있는지, 그들 사회가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거쳐 우리 연수의 출발지인 베를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 늦은 상태였다. 시차 때문에 새벽 일찍 일어났고 아침에 약간의 비가 내리긴 하였지만 시작이 나쁘진 않았다. 이번 연수가 시작된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항상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숲이었다. 차라리 농촌이 끝없이 펼쳐진 초지 때문에 숲을 보기 어려운 편이었고 우린 베를린 호텔 앞의 아주 작은 공터에서부터 시작하여 연방의회를 둘러 볼때도 독일 소도시 어느 곳을 가도 숲은 우리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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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속에 있는 도시, 사진 최병조님>


 

독일 도시 어느 곳을 가든 걸어서 5분 이내에 숲이 있습니다

 

박동수 가이드 선생님의 첫 해설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실제 그랬다. 뮌헨과 같은 대도시도 마찬가지였고 켐텐과 같은 소도시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도시는 천천히 흐르는 강이 있었고 강변을 따라 넓은 초지가 형성되고 또 그 옆으로 숲과 주택들이 조화를 이루며 자리잡고 있었다. 도시와 농촌의 경계가 한국의 경우 아주 뚜렷한 편인데 독일은 도시도 농촌 같고 농촌도 도시 같다. 아파트를 손에 꼽을 정도이고 대개 도시의 건축물이 도시 중앙의 교회첨탑보다 낮은 층고의 높이이기에 높낮이자체로 구분이 어려웠다. 인구가 6만인 작은 도시인 켐텐에서는 도시 중앙의 교회에서 소똥냄새가 어찌나 나는지 바로 옆 호프 야외에서 맥주를 먹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일 정도였다. 연수를 함께 한 한겨레 송호진 기자가 우리는 숲을 없애고 도시 안에 작은 숲을 억지로 만드는데 독일은 숲 안에 도시를 조화롭게 조성하는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이렇게 우아할 줄이야

 

또 한가지가 바로 자전거였다. 차와 함께 이동의 주요 수단을 이루는 자전거. 차가 중심이 아니라 차와 자전거,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다소 복잡하지만 질서가 느껴지는 교통체계였다. 베를린, 뮌헨 등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본 대도시임에도 전혀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 중에는 도시가 수용하는 인구에도 있었는데 독일 최대의 도시인 베를린이 부산 인구와 비슷한 350만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면적은 비슷하다. 면적의 많은 부분이 산지인 부산에 비해 독일의 도시들은 남부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평지인지라 땅의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굳이 국민차라 불리는 폭스바겐을 타거나 벤츠택시를 타지 않고도 충분히 멋있어 보였고 보수 기민당 정부의 메르켈이 2022년까지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에너지 정책이 실현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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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자의 천국, 사진 강기원님>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이번 연수에서 보고 배운 것이 많다. 우선은 호텔의 전등을 예로 들수 있는데 대부분의 성당이 빛을 최대한 끌여 들여 내부를 밝히는 방법을 쓰는 것처럼 호텔 또한 조명을 최소화 하였다. 우리 가정집을 예로 들자면 하나의 거실에 메인등만 3, 보조등, 비상등이 총 5, 부엌쪽 조명은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 편이다. 호텔에 들어가서 놀라운 점은 전체를 밝혀줄 메인 등이 없었고 각자의 침실 머리맡에 작은 등만 있었다. 실제 독일 가정집에도 백열등이 없고 작은 조명 혹은 촛불을 쓴다고 하니 에너지 절감이 절로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에서 박사를 받고 연구원으로 있는 친구 오정택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독일 사람들의 환경의식과 정치적 성향이 대단하다고 한다. 동독 라이프찌히 출신이자 보수 기민당 소속인 메르켈이 원래는 원전 유지 쪽의 입장이었는데 후쿠시마 원전 후 한국의 경북지역(보수우세지역)이라 할 수 있는 메르켈의 지역에서 녹색당이 집권하게 되었다고 한다.(프레시안 기사 참조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61987)

 

숲과 자전거의 도시,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그러하겠지만 내가 처음으로 경험한 유럽의 도시 베를린은 평화로웠고 환경적으로도 깨끗했으며 화석연료가 가져다 주는 미세먼지와 에너지 고갈에 따른 자원확보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였다.

 

*2화는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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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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