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지난 추석 때 아버지에 관한 기억을 떠올린 것이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돈다.

이유는 여럿 있을 것이다. 둘째 유현이를 보면 내가 투영이 되고

자연스레 내 아버지까지 떠올리게 되는 것이고,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 아버지 또한 걸었을 것이기에

그는 과연 어떤 인생의 해답을 가지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엄마한테 물어보면 어떨까?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아버지 생각이 맴돌다가 퇴근길에 전화로 물어보기로 했다.

무엇부터 물어볼까 하다가 아버지를 찾아

마산 시내를 돌아다니던 기억부터 캐어내기로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 유년의 기억과 엄마의 가물가물한 기억을 통해 복원해낸 내 아버지.


엄마, 아버지가 그때 왜 며칠 동안 집을 안 들어왔지? 바람이 났었나?”

이제 결혼도 하고 나이도 제법 먹었는지라 질문의 수위 조절 없이

생각나는 데로 엄마한테 물어보았고

엄마 또한 대수롭지 않은 듯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었다.

니 웅변학원 다닐 때 일끼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운 좋게 얻어 걸리는게 있는데

초등학교 시절 어찌나 얌전했는지 선생님이 웅변학원을 보내라고 해서

도회지에서 다니게 된 첫 학원.

이 연사 힘차게 외칩니다라는 문구가 절로 떠올라서

며칠 동안 기분이 좋아졌다.

 

이야기가 나왔기에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좀 더 조사를 해볼 작정으로

세명의 누나들에게 아버지에 관한 짧은 책을 써보자고 제안을 했더랬다.

방식은 각자가 생각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나열하는 것.

평범한 우리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가다보면

우리 전 세대의 경험과 환경, 정신까지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는데

내 기대와 달리 누나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니 알아서 해라’...

 

그래 알아서 해야지 하며 요즘 시도하고 있는 것이

엄마와의 전화통화를 통한 기억의 회복 프로젝트 혹은 인터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엄마가 아주 심심해서 여기 저기 전화를 돌리는데

누나들은 너무 사소한 이야기까지 해서 힘들어 한다나 뭐라나.

내게도 가끔 전화가 오는데 항상 바쁠 때 맞춰서 오는 전화인지라 끊기에 바빴다.

그래서 정한 시간은 업무가 끝나고 퇴근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 차안에서였다.

근 일주일 정도를 전화를 걸어 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와

엄마의 기억속 남편을 서로 대조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어릴 적 내 기억의 상당부분이 맞질 않거나

시기적으로 어긋나 있었고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퍼즐 맞추듯 이어지는 재미가 쏠쏠했다.

 

매일 퇴근하며 오늘은 엄마에게 어떤 아버지 이야기를 물어볼까 생각하니 흥미진진하고

엄마 또한 옛 추억으로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생겼으니 심심하지 않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엄마가 전화를 안 받거나 전화를 집에 두고 나가거나 하는 빈도가 늘었다.

무슨 이유인가 알아보니 농촌 마을은 동절기에 회관에 모여 함께 밥을 해먹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전화 받을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었다.

엄마야 이야기할 상대가 많아서 아무렇지 않겠지만

나는 매일 퇴근길에 수다 떨 친구가 없어졌다 싶어 조금은 아쉬운 상황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소재와 엄마와 수다라.

물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아버지에 관한 책을 쓴다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시작한 일인데

멀리 계신 엄마를 마음으로나마 위로해 드린다고 생각하니 어찌 되었건 좋은 일이다


<간만에 트럭을 몰고 가족들과 함께 드라이브에 나섰다. 아이들도 아빠 인생의 황금시간을 있는 그대로 기억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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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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