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아내를 인터뷰한 기사(http://babytree.hani.co.kr/415619)가 신문 한 면을 가득 채웠다.
가족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렸고 아내와 가족 이야기를 담은 내용인지라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았다.
‘가족 인터뷰’형식의 칼럼을 제안 받고서 단번에 ‘육아아빠’를 주제로 정했던 것은
지난 2010년 뽀뇨의 출생이후 1년이 넘도록 육아일기를 써왔고 베이비트리에 생생칼럼을 썼으며
2014년 제주살이가 담긴 육아책을 냈기 때문에 내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특히나 뽀뇨가 어린이집에 가기 전 2년 동안 아내가 생계를 책임지고
내가 아이를 돌보았던 경험들이 아빠인 내게는 참으로 소중한 기억이었고
어쩌면 내 인생의 선물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난 주 가족 인터뷰에도 썼지만 이번이 아내 인터뷰 두 번째다.
아내에게 이 주제로 인터뷰를 하자고 했을 때는 너무 익숙한 주제인지라 제안을 했는데
아내가 인터뷰를 수락하며 내게 던진 이야기가 의미심장했다.
“나 할 말 많아요. 중요한 질문 3가지만 미리 생각해오세요”
아내의 이야기가 마을에서 일하는 내내 머릿속으로 맴돌았고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긴장되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내 책에는 아내 사진이 달랑 한 장,
내 생생칼럼엔 거의 전부가 아이이야기뿐 부부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사실 ‘내 아내를 소개합니다’라는 내용으로 가끔은 신문지에서 특정한 그림,
예를 들면 지폐를 오려 벽에 붙여놓는다거나
“내 아이는 사교육 시킬 생각 없어요”라고 아파트 엄마들 모임자리에서 커밍아웃을 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으나 아내의 프라이버시 침해소지가 있어서 포기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육아책, 사실은 ‘아이와 제주살이 재밌게 하기’에 가깝다는 그 책을 내면서는
평소 아내와 함께 놀러 다니지 못했던 것이 미안해서 에필로그를 부탁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나에 대한 아내의 생각을 엿볼수 있는 기회였지만
아내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진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주어진 아내와의 두 번째 인터뷰.
지면으로 바로 옮겨지는 지라 길게 사설을 풀 수는 없었고
아내와 문답식으로 진행하며 바로 타이핑을 하게 되었다.
핵심은 내가 뽀뇨를 돌볼 때 아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였는데
‘아빠육아는 대체로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로 정리가 되었다.
나의 민낯을 보는 듯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아내 이야기가 사실인지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보는 2년 동안 밥을 제대로 먹이고 옷을 제대로 입혀 다니지 못한 적도 많았는데
살림살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나아지려니 생각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 ‘한 템포만 늦춰서 아이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라는 반성을 하게 되는데
아내는 그게 다 보였나보다.
만약 둘째의 출산이 없었다면 나의 전업육아기간이 조금은 더 길어 졌을텐데
출산으로 아내는 일을 쉬게 되면서 전업육아는 다시 아내에게로 돌아갔다.
아내의 전업육아가 시작되고 지난해에는 내게도 자리를 지켜야할 멋진 사무실이 생긴지라
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물론 대도시 직장생활하는 아빠와는 비교될수 없는 업무량이겠지만
프리했던 시절과는 비교가 되는지라 아내는 늘 나를 배려하곤 한다.
“피곤할 테니 얼른 식사하고 쉬세요”,
“오늘 많이 힘들었죠. 아이는 내가 볼테니 쉬세요”.
아내 또한 하루종일 청소, 빨래, 육아를 하며 저녁엔 틈틈이 집에서 소일거리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가끔은 내가 편하자고 첫째 재우기를 아내에게 떠넘기고 먼저 잠들거나
아내가 청소하는데 뒷짐 지고 있었던 적도 있다.
“괜찮아요. 수미도 많이 힘들었을텐데 좀 쉬세요”.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 한마디가 아내에겐 얼마나 필요했을까.
아내와 결혼한 지 7년차이고 둘째를 낳았더니 밑반찬 3개로 식사를 했던 일은 옛날이야기,
지금은 새로운 조리기구와 식자재가 부엌을 채우고 있고
‘어차피 다시 어질러 질거니까’하며 넘기던 것도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기르게 하자’는 아내의 제안으로
자주 청소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아파트 화단 옆 공터를 일궈서 1평짜리 텃밭을 일구는 아내를 보며 아내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내가 둘째를 낳고 생계를 책임지게 되고선 어떨 땐 ‘이건 내 일, 살림과 육아는 당신 일’이라는 선을 긋게 된 것과는 전혀 다르게 말이다.
나는 ‘모든’ 아빠들이 ‘이건 내 일, 살림과 육아는 당신 일’
이라고 여길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어떨 때는 그 ‘선’이라는 것이 아빠 자신을 무엇(?)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심리적 ‘방어기제’라는 생각도 해본다.
아빠가 육아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그 선을 아내와 함께 넘어야 하지 않을까.
아내의 서운함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아내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고 ‘고맙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부터 출발할텐데 우리는 늘 그 말 한마디에 인색하다.
뜻하지 않게 시작한 아내인터뷰.
아내의 속내를 들을 수 있어서 참 고마웠고 4명의 식구가 함께 찍은 첫 번째 사진인지라 애착이 간다.
아내의 삶이 변화하듯 나 또한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