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요리를 정말 연구할 줄 압니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라면에 간장을 풀고 참깨를 넣는가하면
집안의 모든 조미료를 넣은 특제 라면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제일 처음 한 요리인 계란후라이,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기름을 두르고 가스불을 켠 다음 계란을 반으로 쪼개 후라이팬에서 요리를 했지요.
그리곤 바로 밭매는 엄마에게 달려가 자랑을 했답니다.
지금 그 남자가 컸습니다.
이제 서른 중반이 넘어 한 아내의 남편,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답니다.
요리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이 있는 아내(아주 약간의 거부감이며, 들리는 말에 따르면 오븐만 산다면 거부감이 말끔히 없어진다고 하네요)와 요리인지 잡탕인지 모르는 남편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 아내는 음식 맛있기로 유명한 전주출신이며 남편은 짜다라 자랑할 만한 음식이 없는 창원출신입니다.
남편이 처음 처가에 갔을때 놀랐던 것은 매 끼니 전을 부쳐서 먹더란 겁니다.
설추석에도 안부치는 전을 매끼니 부쳐먹다니..
이런 횡재가 있나하고 집에서 기대를 했지만 아내의 그 약간의 거부감은 쉽사리 없어지질 않았습니다.
훌륭한 DNA를 타고난 아내가 혼자서는 반찬 딱 한가지로 식사가 가능한 것을 보고
남편은 결국 어머니의 손맛을 믿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 보내오는 음식은 밑반찬이 아니라 밑반찬 재료였습니다.
워낙 시골이다보니 장에 갈 시간이 없고 결국 집에 남아있는 재료를 보내주신 것이었습니다.
<아내의 요리솜씨. 남편은 아내가 훌륭한 DNA를 썩히는 것이 인류를 위해서도 아니될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남자, 결국 이것 저것 해먹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냉장고를 비우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반찬에 필요한 재료를 그때 그때 사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 중심으로 일주일에 한번은 장을 보았습니다.
재택근무를 하게되자 아침은 김치볶음밥, 점심은 된장찌개, 저녁은 오리구이 등
나름 푸짐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특기인 계란후라이도 빠지질 않았지요.
그리고 이 남자. 유명음식점에서 반찬으로 나오는 자리조림을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간이 부어 배밖으로 나온 상태였으나 늘 그렇듯 간은 지가 아픈것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어느 식당에서 손님과 얘길 하다가 남은 무말랭이를 간장에 조리고 그 위에 자리를 생으로 삭혀두면
자리조림이 된다는 레시피를 듣고 집에 왔으나 "갖은 양념" 정도의 레시피라 용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는 형수님께 물어보고 조리를 했는데 웬걸 매운탕 비스무리 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평소 남자의 요리에 숟가락 정도는 갖다대던 아내와 어린 딸내미,
이번엔 쳐다도 보질 않습니다. 결국 혼자서 맛있게 먹었다고 합니다.
<자리돔 간장조림.분명히 레시피대로했는데 왜 쫄아든 매운탕이 된걸까 ㅠㅠ 모양도 맛도 싱크로율 0% 멘붕>
이번엔 또 다른 사고를 쳤습니다. 농산물 회원제 배송 사업을 하는 이 남자는 대정 암반수 마늘판매에 고심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었습니다. 마늘 요리를 매일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건 어떨까?
프로젝트 이름은 100일 동안 마늘먹고 사람되기.
1일차 통마늘 전자랜지구이, 2일차 통마늘 뚝배기 구이, 3일차 마늘고추장 볶음, 4일차 마늘회.. 응? ^^;
5일차 마늘슬라이스구이, 6일차 감귤마늘쥬스, 7일차 참외마늘쥬스..
<마늘회. 둘이먹다가 하나가 죽는다는 신비의 요리. 마늘어를 한마리 잡아도 이정도 밖에 나오질 않는다.
천재적인 쉐프는 접시위 글자가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자른다고하나 홍쉐프는 아직 미숙하여 아까운 고기만 축내게되었다고..
뽀뇨아빠집에 방문한 VIP만 대접한다고 하나 아직까지 먹어본 사람이 없을정도로 귀한 요리. 마늘요리 4일차. 사람될려면96일 남았다>
대략 요리가 이러한 미션을 진행하는데 한 선배가 이렇게 댓글을 답니다.
"니가 사람이 아니면 뽀뇨는 뭐야?", "선배, 뽀뇨는 물고기에요".
이 남자, 무슨 용기로 이 따위 요리를 만들까요?
<아빠의 먹성을 그래도 이어받은 뽀뇨. 돌전 사진입니다. 귀없죠? ^^>
->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뽀뇨가 부르는.. "아침바람 찬바람에"를 들으실수 있어요.
우리, 블로그 밖에서도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