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두 명의 갑 중 하나는 이미 소개했다(뽀로로, 내 동지이자 적).
뽀로로가 갑인 것은 아마 어느 집에서나 인정할텐데
내가 인정할 수 없는 갑이 하나 있다.
바로 뽀뇨에게 엄마이자 나에게 아내인 수미씨다.
아이가 엄마 좋아하는데 무슨 질투냐고 하겠지만
요즘 집에 돌아가는 분위기가 요상해서 그런다.
뽀뇨에게 스트레스라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같은 유치한 질문은 하지 않고
아내가 집을 나갈 때와 내가 나갈 때의 뽀뇨의 반응차이도 그냥 넘어갈만한데
최근 이 균형이 처참하게도 무너졌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뽀뇨가 최근에 기저귀하는 것을 싫어한다.
끙아를 하고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데
아빠가 채우면 곧잘 잘 하면서 엄마가 채우려고 하면 떼를 쓰고 난리다.
처음엔 아빠가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되었다.
"아빠가 채워줄게" 하면서 쪼로록 달려가면 뽀뇨는
"아니야, 아니야. 엄마가 해야돼"하며 아빠를 밀쳐낸다.
'음. 그럼 내 임무는 끝난건가'하고 다시 하던 일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쪼로록 달려갔다 쪼로록 달려오는 것이 반복되며
딱 거기까지가 내 임무가 되어버렸다.
무슨 말인고 하니 뽀뇨가 기저귀를 하기 싫어 떼를 쓰다가도
"아빠, 뽀뇨 기저귀 좀 갈아주세요"라는 아내 말에
뽀뇨는 내가 달려오기 무섭게 엄마에게 기저귀교체를 맡긴다.
아빠가 무언가 일은 해결하는데 참말로 찜찜함이 남는 해결이다.
거기다 아내의 한마디가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자기가 나를 불러 놓고는 "뽀뇨, 아빠가 기저귀 갈아주러 온데. 아빠가 안하고 엄마가 할꺼야, 그지?"
처음에 이렇게 무너진 호감의 균형이
이제 엄마에 대한 애정을 아빠에 대한 학대(?)로 표현하는 상황.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뽀뇨 맛있는 거 만들어줄려고 있는 모성, 없는 모성 다 발휘하며 요리하던거,
코맹맹이 소리로 동화책 읽어주며 잠재우는게 모두 도로아미타불이라니 절망의 맨붕이 따로없다.
뽀뇨의 애정을 받는 것이 가정 위계질서의 진리다 보니
눈치 빠른 아빠는 일치감치 뽀로로의 꼬봉(포비)으로 자리매김하고
이제는 아내와의 경쟁을 선선히 포기하고 새로운 역할을 찾아 나선다.
왠지 동물의 왕국에서 우두머리에 밀린 2인자의 쓸쓸한 뒷모습이 생각나는 저녁.
그래 아내가 갑이다.
<아빠의 맨붕을 뽀뇨가 제대로 표현하는 구나. 뽀뇨 변기물로 머리감고 세수한 날 기념샷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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