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뇨가 전주 외갓집에 갔다. 

잠시 제주에 다니러오신 장모님이 외갓집 구경도 시킬 겸 

2주 정도 뽀뇨를 데려가셨다. 

작년 예비군 훈련 때문에 뽀뇨를 외가에 맡긴 이후 두 번째인데 

딸바보 아빠도 이제 면역이 되었는지 뽀뇨가 없는데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


작년처럼 설마 엄마, 아빠 얼굴을 몰라보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겠지 하며 

영상통화도 곧잘 하고 열심히 엄마 아빠의 존재를 각인시키며 안심을 시킨다. 

사실 안심이 필요한 건 뽀뇨쪽이 아니라 엄마아빠쪽인지 모른다.


딸아이가 없는데 아내까지 늦는 날, 혼자 밥을 먹을 때의 기분이란 

서울 자취생활하면서 TV와 밥상을 마주하던 그 때가 떠올라 감상에 잠기기도 한다.


아이에게 부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부모에게 아이가 필요한 건 아닐까라는 다소 철학적인 생각도 해보며 

조용한 일상이 흐르고 있는데 그 잔잔한 수면을 깬 사건이 있었으니.. 


평소 침을 많이 흘리는 뽀뇨. 

가만히 있어도 침이 나는 이유를 아내는 아빠를 닮아 부정교합 때문이라고 한다. 

달리 설명할 수 없는 침순이 뽀뇨의 증세에 

할머니도 갸우뚱, 외할머니도 갸우뚱하셨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외할머니가 전화를 걸어 온 것이다.


“아이 침 안흘리게 하는데 미꾸라지 국물이 특효라네. 들어본 적 있어?” 

중년의 남성에게 무엇이 특효다 뭐 이런건 들어본 적이 있는데 

두 돌이 안된 아이의 침 흘리는데 특효가 있는 것, 그것도 미꾸라지 국물이라니 참 당황스러웠다. 


마음속에선 미꾸라지가 국물의 특효약이란 건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것만큼 황당한 이야기이에요. 어머니’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장모님의 말씀이니 무조건 “아, 네 어머니. 저는 첨 듣는데요”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뽀뇨는 여전히 뽀로로를 핑계로 엄마, 아빠의 통화를 계속 거부하고 

옆으로 들리는 아내와 장모님의 통화소리, 


“미꾸라지를 고와서 뽀뇨한테 한 숫갈 먹이려는데 지가 먹겠다고 하면서 다 흩어버리네.”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럼 그렇지. 무슨 미꾸라지야’하는 생각에 실실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또 하루가 흘러 

요즘 뽀뇨 돌보느라 전화가 뜸한 장모님에게서 급하게 전화가 왔다. 


“수미 있어?”,

“없는데요. 어머니”,


“아 글쎄, 뽀뇨한테 미꾸라지 국물을 두 번 먹였더니 금새 침을 안흘려.”,

“(순간 귀를 의심하며) 네? 침을 안 흘린다구요?”, 

“그래. 누가 그렇게 얘길 해서 고와줬는데 이게 금새 효과가 나오네. 창욱이도 의심나면 한번 인터넷에 검색해봐”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외할머니의 손녀 천재만들기가 도를 지나쳐 이제 기적을 만들려고 하시는 건 아닐까 하고는 한바탕 웃었다. 

집에 돌아온 아내와 그날, 두 돌도 채 안된 아이의 침과 미꾸라지 국물의 상관관계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하다 잠이 들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 상관관계에 대해서 밝힐 생각은 전혀 없음에도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ㅋㅋ


“22개월 남아 침을 홍수처럼 흘려요 도와주세용~...

어찌해야될지 몰라 누가 미꾸라지즙 먹이면 좋다해서 벌써 한달 넘게 먹이고 있는데 

보양식이라 그런지 예전에 비염이라 감기 잘 걸렸었는데 

요새는 잘 안걸리는것 같아요. 

문제는 고놈의 침을 여전히 많이 흘려요”


자, 미꾸라지와 침흘리는 것의 상관관계, 여러분이 알아서 판단하시길..ㅋㅋ


<놀이터에서 신이난 뽀뇨>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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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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