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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는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아이는 집에서 낳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란다.  그리고 묻는다.



겁나지 않나요? 무서워서 어떻게 집에서 낳아요? 위험하면 어떻게 하구요?’



 출산에 대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은 비슷하다. 출산은 무섭고, 두렵고, 아프고, 끔찍하고,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인식들은 드라마나 각종 미디어에서 수없이 보여지는 출산 장면에서 기인되기도 하고, 먼저 병원에서 출산을 겪은 선배 엄마들의 경험담으로도 충분히 넘쳐난다.



나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TV에서 볼 수 있는 출산 장면이란 늘 비슷했다.  산모는 침대위에 누워서 비명을 지르고, 남편과 가족들은 복도에서 기다리고, 의사들은 힘주라고 주문하고, 마침내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은 가족들이 ‘이제 출산이 끝났구나’ 안도하는 그런 모습 말이다.



먼저 결혼해서 출산을 경험한 선배들의 경험담은 또 어떤가. 제왕절개가 그렇게 아픈 줄 알았다면 끝까지 버텼을 거라든가, 촉진제를 맞고 나면 몸이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던가, 아이가 잘 안 나와서 간호사가 배위에 올라가 주무르는데 그게 더 아팠다든가, 레지던트들이 아무 때나 들어와 내진을 하는 게 아이 낳는 것 보다 더 싫었다든가, 회음 절개하고 꿰맨 자리가 너무 아파서 아이 낳고 걸을 수도 없었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아이 낳는 일이 너무 행복했고 좋았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같이 듣던 친구들도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모두 병원으로 달려가 아이를 낳았다. 두렵고 무섭지만 병원이 아닌 곳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개인적인 특별한 계기가 없었다면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내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던 특별한 출산이 있었다.



 나는 일란성 쌍둥이다. 내 쌍둥이 자매는 나보다 먼저 결혼해서 1999년에 첫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가졌을 때 그녀는 너무나 행복해 했고 즐거운 마음으로 태교를 했다. 그러나 남편 친구가 운영하는 산부인과에서 첫 아이를 낳았던 경험은 그녀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다. 진통 중에 간호사가 손을 집어 넣어 양막을 터뜨리고,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포경수술을 했던 것이다. 첫 아이를 낳고 2 년 만에 둘째를 가진 그녀는 둘째 아이는 결코 이런 방식으로 낳고 싶지 않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고 행복한 출산을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리는 2000년 밀레니엄 특집으로 한 방송사에서 제작했던 다큐멘터리를 같이 보게 되었다. ‘생명의 기적’이라는 그 다큐멘터리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의 수중분만 과정이 생생하게 방영됐다. 남편과 함께 하는 진통, 아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는 분만실, 부부가 같이 하는 출산의 감동이 고스란하게 담긴 그 영상을 보면서 우린 둘 다 많은 감동을 받았다. 출산이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스러울 수 있구나 깨달은 그녀는 인터넷을 뒤져가며 자연스런 출산을 도와줄 수 있는 곳을 찾았고, 마침내 부천의 열린가족 조산원, 서원심 원장님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조산원을 오가며 가정 분만 준비를 했고 마침내 2001년 11월에 용인의 전원주택 넓은 거실에서 둘째를 낳게 되었다. 진통이 시작되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나는 직장에 양해를 얻어 용인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형부의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무릎으로 마루를 기어 다니며 진통을 하고 있었다. 형부는 곁에서 허리를 주물러주고 마사지도 해주면서 진통을 돕고 있었다. 나는 세 살된 큰 조카를 안고 출산의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원장님을 포함해 또 한 명의 조산사가 곁을 지키고 있었으나 그들이 하는 일은 진통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체크하는 정도였을 뿐, 곁에서 부드러운 말로 격려하고 산모의 몸을 어루만져 주는 정도였다.



쌍둥이 곁에는 30여 년 전에 집에서 우리들을 낳으셨던 엄마와, 그때 우리를 받아주셨던 외할머니가 함께 계셨다. 큰 조카는 진통을 하고 있는 엄마 주위를 아무렇지 않게 뛰어 다니며 놀았다. 마침내 강한 진통 끝에 조카의 머리가 산도를 빠져 나왔다. 잠시 멈추었다가 또 한번 진통이 지나가자 아이는 몸을 돌려 어깨를 내밀더니 쑤욱 빠져 나왔다. 4.3킬로의 큰 아이가 산모의 몸에 상처 하나 내지 않고 태어난 것이다.



내가 태어나서 본 가장 놀라운 장면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충격적이었고 감동적이었다. 인간의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처음 본 것이다. 아이 여섯을 낳은 친정엄마도 당신 눈으로 출산 장면을 본 것은 처음이라 하셨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품에 안겼고, 그녀는 부드럽게 자장가를 부르며 아이를 안았다. 아기는 잠깐 울음소리를 내고 곧 조용해졌다. 한참 후에 형부가 탯줄을 자르고 아이는 첫 목욕을 했다. 그리고 엄마 젖을 빨았다.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그녀는 출산 후에 자기 발로 걸어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았고 친정엄마가 끓여놓은 미역국을 먹었다. 첫 조카는 갓 태어난 동생을 만져보며 좋아했다. 아이는 태어난 그날부터 온 가족과 함께 생의 첫 날들을 시작했다.



진통이 시작되었다고 벌벌 떨면서 병원으로 갈 일도 없이, 번쩍거리는 조명과 낮선 의료기구들 없이, 늘 지내던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모든 가족과 함께 맞이하는 출산이란 너무나 따스하고 편안해 보였다. 고통과 두려움에 찬 비명, 낮선 도구들, 회음절개나 관장 등 어떤 인위적인 조치 없이 부드러운 격려와 보살핌, 딱 필요한 만큼만 주어지는 도움, 가족들의 지지 속에서 산모와 태아가 함께 이루어내는 출산이란 그 자체로 완전한 생명의 힘이 충만한 잔치였다.



그 조카가 올 해 벌써 열 살이 되었다. 조카의 탄생은 내가 이전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출산에 대한 모든 이미지들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강인하고 따스했다. 외부의 도움과 개입보다 엄마와 아기의 몸에 애초부터 마련되어 있는 순서와 힘에 맡기는 출산은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편안하고 무엇보다 건강한 출산이었다.



쌍둥이 자매의 가정분만 본 뒤 ‘집에서 아이 낳기로’ 결심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결혼해서 그렇게 아이를 낳고 싶었다.  2002년 1월에 큰 형부 회사 동료로 알고 지내던 지금의 남편과 정식으로 데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해 6월에 결혼을 하고 9월에 첫 아이를 가졌다. 임신 3개월째에 직장을 그만두고 태교에 정성을 다했다. 남편에게는 병원이 아닌 조산원에서 첫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얘기를 미리 해 두었고, 조산원에서 주최하는 예비부모 교실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남편은 내 결정을 존중해 주었고 최선을 다해 조산원 출산 준비를 도와 주었다.



마침내 2002년 6월 18일, 나는 열린가족 조산원의 햇살 환한 온돌방에서 진통 세시간만에 첫 아이를 낳았다. 4킬로가 넘는 건강한 사내아이였다. 남편이 탯줄을 자르고 첫 목욕을 시켰다. 아이는 바로 내 젖을 물었고 우리는 열흘 동안 조산원에서 머물면서 수유와 기저귀 가는 법등 아기 돌보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부모가 되었다.



지금도 첫 아이 낳았던 그 환한 방을 기억한다. 인공조명 없이 그저 창으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빛 속에서 아이는 제 힘으로 세상에 나왔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출산이었다. 24개월간 내 젖으로만 키웠고, 내내 천 기저귀를 사용했다. 힘들었지만 하루 하루 행복했다.



 첫 아이를 조산원에서 낳은 후에 둘째 아이는 가정분만을 하기로 결정했다. 네 살이었던 첫 아이와 뱃속에 생긴 동생을 기다리며 태교를 같이 했고, 첫 아이가 다섯 살되던 2007년 3월에 우리집 마루에서 둘째를 낳았다. 3.1킬로의 이쁜 딸아이였다. 탯줄은 남편과 첫 아이가 같이 잘랐다. 그리고 2010년 올 해 1월에 첫째와 둘째가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셋째 아이를 역시 집에서 낳았다. 지금은 열심히 젖 먹이고 기저귀 빨면서 분주한 엄마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첫 아이를 낳았던 경험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둘째 아이, 셋째 아이까지 계획할 수 있었다. 지금도 아이를 낳던 순간 순간들은 내게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참으로 특별하고 귀한 경험이다. 그것은 마치 다시 태어나는 일과도 같다. 출산을 행복하게 경험하면 아이에 대한 애착도 수월해지고, 애정도 더 커진다. 행복하고 편안한 출산이 행복하고 원만한 육아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첫 출산이 고통스럽고 무서웠다면 늦은 나이에 결혼한 내가 둘째와 셋째를 결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생명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올바르게 이해하고, 자신의 몸을 잘 관리해 온 산모라면 누구나 이런 출산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출산과 분만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병원이라는 환경에 국한되어 있고, 그 외의 선택과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나는 병원이 아닌 곳에서 이루어지는 출산과 분만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다. 그래서 산모가 자신의 철학과 가치에 따라 다양한 환경에서 출산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 아이를 낳았던 자세한 경험담은 차례 차례 풀어 놓겠다. 아이는 병원에서만 낳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아이는 내가 낳고 싶은 곳에서 낳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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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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